부쩍 식물이 우리에게 말을 거는 것 같은 봄날이 계속되고 있다. 벚꽃을 비롯한 많은 꽃들이나 나무들이 자신만의 색을 뽐내는 계절이지만 코로나19 덕분에 바깥나들이는 미뤄두다 보니 이러다 봄이 다 가버릴까 내심 아쉽기도 하다. 한동안 동물에게 관심을 갖던 아이가 얼마 전 자신의 힘으로 화분에 해바라기 씨앗을 심었다. "싹이 났어요" 노래처럼 하루 이틀만 자면 새싹이 돋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더디 나오는 화분을 쳐다보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모습이 참 귀엽다. 식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걸 보니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은 책을 발견했다.
아직 글을 모르는 꼬마인지라, 그림이 함께 어우러져 있으니 여러모로 흥미를 돋울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동화 속 이야기를 통해 식물과 과학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으니 어른들에게도 옛 추억 소환과 더불어 상식과 과학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일 것이다.
우리가 잘 아는 백설 공주나 신데렐라 이야기를 비롯하여 빨간 모자나 돼지 삼 형제 이야기 등 한 번씩은 접했을만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개인적으로 아이가 좋아했던 이야기는 바로 "늑대"가 등장하는 이야기였다. 물론 책 속 늑대는 악역인지라(빨간 모자, 돼지 삼 형제) 아쉽긴 하지만, 그럼에도 본인이 좋아하는 늑대이기에 신이 나서 읽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돼지 삼 형제는 짚, 나무, 벽돌로 각자의 집을 짓는다. 물론 뒤로 갈수록 튼튼하지만 그만큼 시간이 많이 걸리기도 하다. 이 책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동화의 이야기가 그림과 함께 첫 부분에 등장한다. 그리고 뒷장에는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의 소재들이 체계적으로 구성되어 등장한다.
돼지 삼 형제 이야기를 예를 들자면...
돼지들이 집을 지은 소재로 사용한 짚과 나무 벽돌에 대한 좀 더 살이 붙은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이 이야기 안에 과학적 요소가 함께 버무려져서 설명된다. 가령, 첫째 돼지가 지은 짚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 아이들이 낯설 수 있는 짚에 대한(짚이 무엇인가?) 이야기와 함께 실제 밀이나 귀리 등과 같은 곡물 이야기도 나온다. 도시에서 나고 자라서 나 역시 가끔 시골에 가면 만나는 볏짚 정도만 생각했었는데, 밀과 귀리 이야기를 통해 농작물이나 재배 환경 등에 대해 짧지만 명확하게 설명이 되어 있어 아이와 함께 읽기 편했다. 또한 돼지들이 집을 지은 재료들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짚이나 나무로 만든 집이 실제도 많이 약할까?의 문제 제기와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이어진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지이 바로 나무로 만든 집이라는 사실, 과거 벽돌을 만드는 재료가 짚이었다는 사실 등 이야기를 통해 이어져 나올 수 있는 식물과 과학적 지식이 부담스럽지 않게 등장하기에 집중에서 읽을 수 있었다.
우리가 그동안 쉽게 접했던 동화 안에도 이런 과학적 요소들이 있다니! 하나하나 읽어나가면서 독특한 지식과 재미를 맛볼 수 있었던 유익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