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이 가득한
요즘이다. 아이와 함께 오랜만에 집 앞 공원에 다녀왔는데, 봄이 이미 지나가고 있는지 벚꽃이 하나 둘 떨어지는 걸 보니 아쉬움이 가득하다.
코로나19가 없었으면 일주일에도 여러 번 나갔을 길이기도 하고, "밖에 나오니 너무 좋아!"를 연거푸 외쳐대는 아이를 바라보며 이런저런 감정이
교차한다.
겨울과 봄의 계절 차가
워낙 큰지라, 아이가 느끼는 감정도 상당히 다른 것 같다. 꽁꽁 싸매고 다니느라 바빴던 겨울을 지내고, 어느샌가 바람도 살랑살랑 불고, 옷도
얇아져 활동도 편하고, 지천에 꽃과 나무가 자신의 모습을 뽐내는 계절이 되니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행복해하는 표정을 만날 수 있다. 날씨만큼
밝아진 옷 색을 보며 봄은 봄인가 보다! 싶기도 하니 말이다.
나 역시 어린 시절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는 게 참 신기했다. 특히 사계절이 있는 우리나라는 계절이 칼로 무 자르듯 3개월 단위로 정확히 바뀌는 것이 아니기에, 나
또한 계절이 바뀌는 즈음이 되면 '계절 시계가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자면 계절의 변화는 신기하게 느껴질
테니 말이다.
추운 겨울에 번데기를
벗고 나온 노랑나비 랑랑이도 그랬을 것이다. 겨울 고치를 깨고 나왔는데, 밖에는 아직 추운 바람과 눈이 가득하다. 당장 어디에 가서 먹을 꽃도
안 보이니 더 심란했을 것이다. 옷을 얇고, 주위에 보이는 것은 온통 눈뿐이니 얼마나 답답했을까? 그나마 꿀벌을 만나서 조금의 위로를 얻긴
했지만, 둘 다 배고프고 추운 것은 마찬가지다. 결국 랑랑이와 꿀벌은 날갯짓을 하며 봄을 찾아 나선다. 이곳저곳을 향해 날아갔지만 여전히 봄은
보이지 않는다. 혹시나 싶어 들판에서 풀을 뜯는 젖소를 만나서 물어보지만, 젖소도 봄이 있는 곳을 모른다. 그저 남쪽에서 온다고 들었다는 소식만
전해줄 뿐이다. 그나마 그 하나의 소식을 가지고 랑랑이와 꿀벌은 남쪽을 향해 길을 떠난다. 먹은 것도 없는 터라 봄을 찾는 여정은 힘들기만
하다. 더 이상 날 힘조차 없을 그때 둘은 바람을 만나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