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의 위로 - 산책길 동식물에게서 찾은 자연의 항우울제
에마 미첼 지음, 신소희 옮김 / 심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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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과 자연이라는 두 단어를 접했을 때 떠오른 기억이 있었다. 내 삶에서 가장 오래 우울했던 기억 말이다. 혼자 생각이라는 것을 깊이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집 밖을 나가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학교를 졸업하고, 꽤 오래 준비했던 시험을 포기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망가질 때로 망가진 마음과 몸을 가지고 뭔가를 시도조차 못한 채 방문을 닫고 오랜 기간 들어가 있었다. 안쓰러웠던 엄마는 몇 번 나를 집 밖으로 끌어내기도 했지만, 쉽지 않았다.

당시 엄마는 그렇게 집안에만 있지 말고, 집 밖으로 나가서 공기도 쐬고, 꽃이나 나무도 보고 하면서 기분을 전환하라고 했지만 나는 그저 그냥 집 안에 있고 싶었다.(지금 생각하면 엄마 입장에서 얼마나 속상하고 답답했을까 싶기도 하다.) 아마 그때 나는 경도의 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몸을 움직이는 것조차 쉽지 않은 마음가짐이었기 때문이다.

엄마의 그 말이 효과가 있다는 것은 회사 다니면서 경험했다. 스트레스가 한 번씩 머리를 짓누를 때면 습관적으로 공원, 산, 식물원이나 동물원 같은 곳으로 무작정 떠났던 것 같다. 그저 한 바퀴 돌면서 흙도 밟고, 나무와 꽃을 보면서 새로운 기운을 얻었다.

저자인 에마 미첼은 박물학자이다. 그런 그는 자신이 25년째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고백을 한다. 그리고 현재도 이어지는 우울증을 치유하는 방식으로 선택한 것이 숲과 정원을 거니는 삼림욕이었다.

날마다 숲속을 산책하는 일은 내게 그 어떤 상담 치료나 의약품 못지않은 치유 효과가 있다.

이 책에는 각 계절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식물(혹은 동물)들이 등장한다. 물론 저자가 자연을 거닐며 만난 치료제이자 친구들이 곳곳에서 등장한다. 뭔가 대단한 이야기를 전하는 것은 아니다. 길을 나서다 만난 버들강아지나 앵초, 찌르레기 떼나 개암나무 새잎 등에 대한 계절에 변화에 따라 만날 수 있는 자연을 이야기한다.

저자 역시 우리와 그리 다르지 않다. 날이 더워지면 야외활동이 힘들고, 추워지면 또 추워지는 대로 쉽지 않다. 그리고 우울증은 그런 저자에게 어쩌면 바깥활동을 막을 수 있는 가장 좋은 핑곗거리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저자는 자연의 변화를 목격하는 것을 마치 오늘의 할 일이라 느낀다. 트위터를 통해 가까운 곳에 반딧불이 떼가 목격되었다는 이야기에 친구와 함께 나가기도 하고, 집 주변을 산책하거나 슈퍼마켓에 쇼핑하러 가는 길에 꽃망울들을 보고 반가움에 눈물이 솟기도 한다.

무엇인가 행동하는 것조차 너무 힘든 상황임에도 저자는 자연이 주는 위로를 놓치지 않고자 노력한다. 그리고 자연은 그런 저자에게 수고의 보답이라도 하듯 여러 형태의 모습을 선물한다. 무엇이 있겠구나!라는 것을 알고 나가는 것도 좋지만, 예상치 못한 선물이나 인연이 배의 감동을 주는 것처럼 자연은 저자에게 그런 선물이 된다. 1년 12개월 자연은 날씨에 맞게 다양한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집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자연의 선물을 받을 수 없다.

우리의 옛 조상들도 자연을 벗하며 사는 삶의 중요성을 참 많이 이야기했다. 내가 준비한 것이 아니라, 자연이 준비한 선물을 받을 준비가 되었는가? 내가 가꾸지 않았지만 눈인사를 건네는 자연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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