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하면 내 머리는 자동으로 반사한다. 지극히 문과형 인간이기에...
그나마 산수는 좀 낫지만 수식과 이러저러 복잡한 도형들이 등장하는 순간 사진을 찍으면 아마 공포영화를 봤을 때 혹은 짜증 나는 상황에 처했을 때의 표정과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 내가 수학의 쓸모라는 대놓고 "수학"이 들어가는 이 책을 선택한 것에는 여러 이야기 있겠지만, 언젠가는 부딪치게 될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도 있다. 적어도 수학 공포증은 조금 벗어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제목의 "쓸모"가 붙은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것이다. 얼마 전 읽은 "역사의 쓸모"도 너무 재미+ 감명 깊게 읽었기에 수학과 쓸모가 붙은 이 책도 그 반 이상은 하지 않을까? 하는 조금의 기대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기대를 품고 읽은 책들은 간혹 기대를 저버리는 경우가 있었지만 생각보다 첫 장을 넘기며 솔깃한 이야기들이 펼쳐졌다.
사회가 고도로 기계화되고 사물인터넷이 일상이 되어가는 요즘. AI는 우리 삶에 점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휴대폰 하나로 전자기기를 작동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냉장고에 뭐가 있는지. 장을 볼 때 어떤 걸 사야 할 지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물론 스마트폰 자체만 해도 과거 문자와 전화. 카메라의 기능을 넘어선 지 이미 오래되지 않았나?
근데... AI가, 사물인터넷이 수학과 연관이 있다고? 아니 수학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내 입장에서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이 두 조합이 가족(?)이라는 사실에 충격이 컸다.
아마 수학의 범위를 내가 너무 좁혀서 잡아서 발생한 일일 테지만 말이다.
확률, 규칙, 통계, 알고리즘, 데이터 과학...
당연히 과학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이 영역은 수학으로 인해 움직인다.
(사실 수학과 과학은 머... 이과 과목... 분리할 수 없는 교집합을 지니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보기만 해도 머리가 아픈 이 영역의 큰 발전이 우리 생활에 직접적이고 필요적인 쓸모를 발생해냈다.
다행이라면, 이 책은 막 어려운 이론들을 복잡하게 늘어놓지 않는다.
실제 이야기를 접목시켜, 수학이 우리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얼마나 쓸모가 있는지를 나름 재미있게 서술하려고 애를 쓴 것 같다. (물론 중간중간 수식에 정신줄을 놓긴 했지만, 그럼에도 재미있는 부분이 많았던 것도 ㅅ사실이다.)
개인적으로 제일 재미있던 부분인 두 번째 파트에 등장한 이야기였는데, 시작은 베이징 화장실의 휴지 도둑을 잡기 위한 이야기였다. 입력과 출력이라는 기본 전제하에 개발된 프로그램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A라는 정보를 투입하면, B라는 결괏값이 도출되는 기본적인 알고리즘(혹은 수식)을 통해 복잡하고 어려운 자료를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이라면, 우리가 새롭다고 느끼는 그것들의 기본 개념은 이미 한참 전에 나와있었다는 사실이었다. 그 개념을 어떻게 접목하고 구성해서 색다른 뭔가를 만들어내느냐 하는 것이 수학의 쓸모를 더 높이는 점이라는 것이 참 신기하면서도 기억에 남았다.
물론 여전히 내게 수학은 쉽지 않은 분야다. 하지만, 수학이 우리 삶에 이렇게 깊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
학교만 졸업하면 담쌓는다고 했던 수학 속에서 우리는 지금도 숨 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