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우리는 사실적인 그림보다는 사실성이 좀 떨어지더라도 예쁘고 잘생긴 모습을 선호하게 되었다. 덕분에 원본 그대로의 사진보다는 일명 뽀샵(포토샵)을 거쳐 내 마음에 드는 모습으로 바꾸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조선이라는 나라는 내게 예의를 중시하고, 보이는 것을 중시할 것 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랬기에 당시 그렸던 초상화 역시 단점을 감추고 멋있게 보이는 그림이 대부분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접한 조선의 초상화는 상당히 놀라웠다. 아니, 충격에 가까웠다.
마맛자국이라고 말하는 천연두 자국도, 왕의 어진임에도 눈이 사팔뜨기로, 듬성듬성 난 수염도...
원본 사진 그대로의 모습처럼 그렸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조선의 극 사실주의적 초상화의 이유가 중국의 '일호불사 편시타인'(터럭 한올이라도 같지 않다면 곧 다른 사람이다) 화풍을 계승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후손들이 조상의 영정을 실제 조상과 동일시하면서 모셨기 때문에 초상화가 지극히 사실적으로 그려지기도 했고, 큰 전쟁 속에서도 아직까지 보존될 수 있었다고 한다.
우리가 아는 위인들의 실제 모습은 어떨까? 지금처럼 사진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당시에 모두가 초상화를 그렸던 것도 아니기에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때론 후세에 문헌을 토대로 그려진 그림들도 있고 말이다.
책 속에 소개되는 인물들의 초상화를 토대로 역사를 만날 수 있어서 뜻깊은 시간이었다.
특히 왜곡된 역사적 지식들을 바로잡는 계기도 되었다.
예를 들자면 강화도령으로 유명한 철종이 실제 강화도에서 생활한 기간은 4년 남짓이며, 철종이 무지렁이나 일자무식의 이미지가 강한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는 것. 암행어사로 유명한 박문수가 실제 암행어사를 한 적이 없다는 등 역사적 사실보다 후에 매체나 소설 등을 통해 잘못 그려진 이미지를 많이 가지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 또한 해봤다.
또한 요석공주와의 로맨스로 유명한 설총의 아버지 원효대사의 이야기가 허구일 수 있다는 사실과 사도세자의 사이코패스설에 이르기까지 자극적이지만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주제들도 담겨 있기에 역사는 재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어렵지 않게 역사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져오는 초상화 덕분에 현재의 우리의 모습 또한 돌아볼 수 있었던 유익한 시간이었다.
본 서평은 부흥 카페 서평 이벤트(https://cafe.naver.com/booheong/191992)에 응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