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양복점에 대한
드라마를 본 적이 있다.
많은 것이 빨라지고,
편한 것을 찾아가는 현대에 수제로 만드는 양복점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가 들어있었다. 드라마 속 양복점 주인 할아버지는 고지식하고
고집불통이지만 따뜻한 마음을 품고 있는 분이었고, 손자가 대를 이어 양복점을 맡았던 걸로 기억이 난다.
나에게도 양복점에 대한
기억이 있다. 비교적 오래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결혼을 준비하며,
예복을 맞추기 위해 갔던 양복점.
나름 결혼을 준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곳이었고, 집과 정 반대인 끝에 있어서 오고 가는 길이 참 길었던 것 같다. 티브이에서 보던 치수를 재고, 수선을 하는
몇 번의 방문을 통해 한 벌의 양복이 나오는 것이 참 신기했다.
한편, 기계화된
요즘(물론 그곳도 치수를 재고, 몇몇 공정만 손으로 하지 100% 수제 양복은 아니었다.), 사람의 손을 거쳐 완성된 옷이라서 그런지 기성복
양복과는 뭔가 다른다는 느낌이 들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삼거리 양복점 역시 그런 기억들이 오롯이 남아있는 추억의 책이었다.
모두가 낯설어했던
양복의 첫 등장.
한복만 입고 살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양복은 괴상하고 낯선 옷이었다.
1대 사장인 덕구 씨는
그런 곳에서 묵묵하게 양복점을 열고 장사를 시작한다.
하나 둘 덕구 씨의
양복점에서 양복을 맞추는 사람들이 생긴다. 멋도 있고, 편하기도 한 양복을 입은 사람들은 덕구 씨의 양복을 칭찬한다.
그리고 전쟁이 터진다.
덕구 씨 가족도 전쟁이 끝난 후 다시 양복점으로 돌아와 전쟁 전과 같이 열심히 양복을 만든다. 수십 장의 천과 수백 번의 가위질과 수천 땀의
손바느질을 통해 양복 한 벌이 완성된다.
그렇게 양복점은 덕구
씨의 아들 삼돌 씨에게 그리고 그의 아들 두식 씨에게 전해진다.
양복점이 호황을 누렸을
때도 있었다. 너도나도 양복점을 차리지만, 삼거리 양복점의 덕구 씨 솜씨를 따라갈 만한 곳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