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부터 식물을 좋아하는 부모님 덕분에 참 많은 식물을 보고 자랐다.
거실마다 빼곡하게 자라는 나무들, 옥상에도 가득한 식물들, 철마다 꽃 피고 열매 맺는 화단의 꽃들까지...
하지만 가끔 물 주는 것 외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부모님 역시 그리 관리를 해주는 것 같지 않았음에도 잘 자랐기에 나 역시 어렵지 않게 키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삭막한 사무실 책상을 좀 더 활기 넘치게 보이고 싶어 고른 화분들이 키우는 족족 유명을 달리하는 경험을 하면서, 식물은 아무나 키우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도 똑같이 물 주고, 가끔 영양제도 주고 하는데 왜 내 손에 들어오는 아이들은 생명력을 잃어가는 걸까?
식물도 생명인지라, 이래저래 경험을 하고 보니 누가 화분을 준다고 하면 나도 모르게 손을 내젓게 되었다.
또 내 손에 들어와서 잘 살아갈 아이들이 죽으면 안 되니 말이다ㅠ
궁금했다.
왜 내 손에만 오면 그렇게 죽는 것일까? 무엇을 공부해야 할까? 하는 생각 말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식물에 관한 짧지만 많은 이야기들을 읽으며 처음의 그 질문의 직접적인 해결을 본 것은 아니지만 식물에 대한 궁금증이 많이 해소된 것은 사실이다.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계절을 알고,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맺는 식물들을 보며 한번 즈음은 궁금하지 않았는가? 물론 그 모든 것을 당연히!라는 생각으로 끌어간다면 할 말이 없지만 말이다^^;
나는 궁금했다. 왜 뿌리는 아래로만 내리는 걸까? 뿌리는 흙 속으로만 들어가고, 잎과 줄기는 흙 위로만 돋아나는 이유 말이다. 바로 이 책에 그 이유가 잘 설명되어 있었다.
식물의 뿌리에는 평형석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이 알갱이가 지구의 중력에 의해 방향을 찾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구를 떠나 우주로 가면(우주에는 중력이 없으니) 뿌리가 아래로만 뻗지 않을까?
그렇다!
우주에서는 평형석이 방향을 잡지 못하기에 사방으로 뻗어나간단다.
뿐만 아니라 가을이 되면 잎의 색이 변하는 이유, 식물에게 말을 걸어주면 잘 자랄까? 같은 궁금하지만 해결되지 않는 식물 관련 지식이 담겨 있어서
식물에 대한 궁금증은 웬만한 것은 이 책 한 권으로 해결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나처럼 식잘못(식물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인 사람을 위한 이야기는 5장과 6장에 걸쳐 이야기한다.
거름에 대한 이야기, 화분 선택에 대한 이야기, 부식토 같은 이야기도 담겨 있기에 식물 초보자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 책을 읽으며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 아이의 동물원에 대한 그림책과 연결되는 이야기였는데...
무분별한 벌초나 자연훼손이 우리에게 주는 큰 영향에 대한 내용이었다.
식물의 기능은 가습 및 냉각 효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공기
정화작용도 하기 때문이다.
모든 식물은 곰팡이류의 포자, 박테리아, 먼지 또는 대기
중의 유해 물질을 걸러주기도 한다.
앞서 언급한 너도 밤나무는 400리터의 수분을 증발시키는 것
외에도 12킬로그램의 당분을 생산하는데,
이는 전분으로 저장될 수 있다. 또 산소도 13킬로그램
생산하는데, 이는 10명의 사람이 하루 동안 숨쉬기에 충분한 양이다.... 그런데도 그저 시야를 좀 가리거나 다소 걸리적거린다는 이유만으로
정원, 공공녹지, 건물 인근, 주차장 또는 공원에 있는
커다란 나무를 베어버려야 할까.
잠시의 내 편리를 위해, 누군가가 희생되는 것. 식물 또한 생명을 가진 존재이다.
물론 큰 나무 한 그루가 우리에게 주는 영향은 실로 엄청나다. 단지 그 효과를 위해서뿐 아니라 나무 한 그루도 생명체기 때문에 지켜줘야 한다는 것이다.
여전히 나는 식물을 잘 모른다. 하지만, 내가 관심을 가진만큼, 식물에 대한 지식이 좀 더 쌓인다면 그동안 내 손에서 죽어간 많은 식물들의 전철을 밟진 않을 것 같다.
한번 즈음 관심을 가지고 읽어보면 여러모로 큰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