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찬 교수의 신작을 접할 기회가 생겼다.
시랑 안 친한 나이지만, 이 책은 시를 읽으며 저자가 느꼈던 감정이나 생각 등을 함께 풀어내고 있기에 부담이 없다.
14개의 우리 삶의 겪게 되는, 혹은 겪을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요즘 내 가장 큰 관심사는 단연, 육아다.
직장을 다니며 아이를 키우는 것이 쉽지 않을 거라는 것은 물론 알고 있었다.
주위를 보면 다들 잘 해내기에, 나도 당연히 잘 해낼 거라는 생각이 있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하면 할수록 어렵고 힘든 게 육아라는 생각이 든다.
내 입장에서는 일하는 것이, 야근하는 것이 아이랑 보내는 시간보다 더 쉬운 것 같다.
(아마 직장인 12년 차, 엄마 3년 차... 연차 때문일까?ㅠ)
오랜만에 엄마와 대화를 나누다 눈물이 핑 돌았다.
우리 엄마는 나보다 더 한 육아와 직장 생활을 병행하고 살았기에 말이다.
마냥 커 보였던 엄마의 얼굴에 지워지지 않고 깊게 남겨진 주름을 보니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그런 엄마에게 나는 아직도 손을 벌리고 있다.
난 잠시 눈을 붙인 줄만 알았는데 벌써 늙어 있었고.
넌 항상 어린아이일 줄만 알았는데 벌써 어른이 다 되었고.
누구나 본인이 겪어야 더 잘 이해하게 된다는 말이 그 어느 때보다 피부에 와닿는다.
어른이 되고 보니, 결혼을 하고 보니, 엄마가 되고 보니 그때의 그 행동이 최선이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당시 어른이 아닌, 아내가 아닌, 엄마가 아닌 내 눈에서는 왜 그런 말, 행동을 하는 건지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비단 육아의 문제만 그럴까?
밥벌이를 소금 벌이로 이야기하는 글도 기억에 남는다.
무슨 의미인가 싶었는데, 소금 벌이에 대한 시 한 줄과 저자의 설명을 읽어보니 참 맞는 말 같았다.
땀이 나도록 열심히 일을 하고, 눈물이 나도록 일을 해야(눈물과 땀의 성분은 소금이 있다.) 밥벌이를 할 수 있다는 그 한 줄. 소금을 벌기 위해(과거에는 소금이 돈 대신 화폐로 쓰이기도 했다.) 내 몸의 소금을 내야 하는 아이러니에 대해 저자는 노동도 인생이기에 그 안에서 균형을 찾기를 조언한다.
우리 삶에서 누구나 겪게 되는 이야기들 무엇을 이야기해도 이 책 안에서 등장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공감 가는 삶의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아마 사람은 누구나 그렇지만, 본인이 직접 경험한 것에 더 공감이 가는 것일 테지만...
그렇기에 이 책은 두고두고 곱씹어도 좋을 것 같다.
내 상황이나, 내 삶의 형태에 따라 이 책이 주는 위로가 다를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