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 - 유쾌하고 신랄한 여자 장의사의 좋은 죽음 안내서 시체 시리즈
케이틀린 도티 지음, 임희근 옮김 / 반비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너무 쿨내나는 제목이 아닐까?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

잘해도 잘못해도 결국은 시체가 되는 건 어찌 보면 모두에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명을 가진 어느 누구도 죽음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니 말이다.

저자인 케이틀린 도티는 죽음의 마무리를 하는 직업을 가졌다.

책 중간중간 제목만큼이나 시크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지만, 그 역시 죽음에 대한 상처와 트라우마가 있는 보편적인 사람이었다.

나 역시 죽음에 대한 첫 기억은 강렬하지 않지만, 죽음의 공포가 해결되지 않고 쌓였던 지라 저자만큼이나 죽음에 대해 극도의 공포를 가진 사람 중 하나였다. 지금이야 장례식장에서 장례를 치르는 것이 보편적인 분위기지만,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장의사를 통해 집에서 장례를 치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내 기억에 우리 동네만 하더라도 우리 앞집, 뒷집, 한 골목 윗집 등 노란색 등이 걸린 집들이 있었다.

말 그대로 집에서 장례를 치르는 것 말이다. 당시는 내가 초등학교~중학교 시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동네에 돌아가신 분이 생기면 장례가 끝나는 날까지 나 역시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었다.

(왠지 모를 공포심에... 죽음의 기운이 동네에 가득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저자 역시 너무나 끔찍한 죽음의 장면을 어린 시절에 목격했고, 그로 인해 죽음은 다른 누구보다 강렬한 공포로 자리 잡았던 것 같다. 그랬기 때문에 그가 죽음과 관련된 직업을 선택한 것 역시 그에게 죽음이 남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자 하는 생각이 컸던 것 같다.

저자는 화장터에서 일하면서 만나게 된 많은 죽음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전한다.

그들의 마지막 모습을 바라보며 그녀 안에 그들을 향한 마음들을 위트 있게 풀어낸다.

또한 마지막 순간을 맞은 그들을 바라보며 안타까움이나 좀 더 바뀌었으면 하는 장례문화들에 대한 이야기 또한 전한다.

누구나 알겠지만, 오는 데는 순서가 있지만 가는 데는 순서가 없다.

나이가 많은 노인들의 죽음뿐 아니라, 젊은 사람의 죽음, 갑작스러운 죽음 등 이 책에 등장하는 실존 인물들을 통해 저자는 죽음이 그저 피한 다도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이야기한다.

누구도 죽음에서 살아돌아온 적이 없기에, 우리가 만나는 죽음(그리고 나의 죽음까지도)의 모습을 미리 바라보고 준비할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저자의 한 마디처럼, 우리 안에(그리고 내 안에) 막연한 죽음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날 준비를 하기 위한 한마디 조언이 기억에 남는다.

추론하건대 죽음에 대한 우리의 병적인 두려움은 죽음을 어둡고 나쁜 운명 같은 것으로 취급하는 데서 오는 것 같다.

해결책은 '전통적'인 장례의 모든 비상식적인 것들을 없애버리는 것이다.

값비싼 가족용 모자며, 조잡한 화환이며, 정장을 입혀 방부처리한 시신 따위는 문밖으로 던져버리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