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보이
가쿠타 미쓰요 지음, 이은숙 옮김 / 하다(HadA)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진항 핑크 가득한 표지에 아이를 안고 있는 엄마.

표지만 보기에는 따뜻해 보이지만, 제목은 아이러니한 마마보이다.

제목을 읽고 표지를 다시 보니 따뜻해 보였던 핑크색이 너무 진해 보이고, 엄마의 하얀 손도 부담스럽다.

아마 마마보이라는 단어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강해서 그럴 것이다.

8개의 엄마에 대한 단편으로 이루어진 책 속에는 각기 다른 엄마와 자녀들이 등장한다.

물론 이 책의 제목 마마보이 역시 책 속 단편의 제목이다.

주인공도 다르고, 등장하는 엄마도 각기 다르다. 진한 여운을 남기는 엄마도 있고,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엄마도 있다.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엄마의 이미지는 자녀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는 모습으로 그려질 때가 많다.

내가 고개를 갸웃했던 것 역시 그런 엄마의 고전적인 이미지와는 차이가 있는 엄마들이 꽤 많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물론 엄마도 엄마의 인생이 있고, 엄마 역시 엄마이기 전에 사람이고 여성이다.

어쩌면 이 책에서 만나는 엄마 중 일부는 기존의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과는 다른 엄마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뻔한 엄마의 모습이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눈물샘을 자극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생각과 목적을 확연히 드러내는 엄마들이기에 한편 후련한 모습도 있었다.

일생을 불평불만, 깨끗한 것을 좋아하던 엄마가 갑작스레 이민을 결정한다.

단순한 여행도 아니고 이민.

엄마의 까탈스러운 모습을 아는 자녀들은 엄마의 결정에 대해 여러 가지 고민을 한다.

엄마의 깔끔하고 만족하지 못하는 성격 탓에 이민을 포기하고 돌아와도 같이 살기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엄마는 결국 필리핀으로 떠나고, 딸은 그런 엄마를 만나러 간다.

그동안의 엄마와 달리 그곳에서의 생활에 적응하는 엄마를 보고 딸은 말이 없었다.

오히려 딸 안에는 엄마의 시선이 들어있어서 그런지, 모든 게 불편하고 낯설고 지저분해 보인다.

엄마와 헤어지고 공항에 들어서면서 엄마의 사랑을 담아 흔드는 손이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빗속을 걷다의 엄마와 닮은 이야기는 둘이 살기라는 제목의 단편에서도 만날 수 있었다.

엄마와 둘이 사는 1년째 백수 상태인 38살의 딸.

삶의 모든 것을 엄마와 공유한다. 자신이 새로 산 속옷을 입은 모습까지 보여줄 정도니...

한편, 그런 엄마가 징그럽게 싫은 둘째 딸은 대학에 입학하던 해에 엄마를 떠난다.

책을 읽으며 엄마와 딸이 문제가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뭔지 모를 찝찝함이 있었다.

큰 딸이 엄마와 동화되어 간다는 것. 그래서 밖으로 나가고 누구를 만나는 것보다, 엄마와 있는 시간을 즐긴다는 것.

엄마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어, 자신의 모습은 사라져버린다는 것.

어린 시절에는 엄마가 세상의 모든 것이라 생각한다.

엄마가 최고고, 엄마는 모든 것을 다 할 줄 아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사람이라고 말이다.

그런 아이가 점점 세상으로 나가면서 많은 경험을 갖게 되면 자신의 생각 속 엄마의 존재에 대해 의심을 갖기 시작한다. 엄마가 모든 것을 다할 수 있는 전지전능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 말이다.

아이는 그렇게 엄마로부터 자신을 독립해간다. 엄마 또한 자신에게 의지하던 아이의 독립에 적지 않은 감정적 소요를 겪게 된다. 둘의 분리는 당연한 것이지만 양쪽 모두에게 상처를 준다.

하지만 그 상처가 있어야 비로소 둘은 제대로 분리될 수 있다.

책에 등장하는 각기 다른 엄마와 자녀의 모습 속에서 어떤 모습의 엄마와 자녀의 모습이 이상적일지 고민하게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