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한가운데 영원의 길을 찾아서 - 100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의 신앙 에세이
김형석 지음 / 열림원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서양에서도 그렇지만, 우리 사회에서도 정치나 종교적 색채를 드러내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다.

나와 다른 가치관, 종교관을 가지고 있는 경우 배태적인 성향을 나타내는 경우(그 반대의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평생을 연구하고 후학 양성으로 보낸 100세의 철학자가 이야기하는 삶의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의 이야기가 정답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인생의 많은 경험과 가르침을 풀어낸 분이기에 종교와 상관없이(저자는 기독교인이다.)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나 역시 신앙을 가지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집안 대대로 믿었던지라, 개인적인 선택 없이 받아들이게 되었지만 말이다. 한참 생각이 많아진 청소년기에도 불평 없이 종교생활을 했지만, 오히려 한참 늦은 고등학교 때 그리고 사회에 나와서 그때 하지 않은 방황 아닌 방황을 했었다.

종교를 가지고 있음으로 인한 손해(시간, 재정적 외)에 기회비용이 너무 아까웠기 때문이다.

남들은 이 시간에도 공부를 하고, 쉬거나 여행을 가는데 그러기에 나는 제약이 너무 많았다.

결국 몇 달간의 고민과 생각 끝에 나만의 결정을 내렸지만, 그 시간은 참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저자는 종교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가치는 알게 모르게 삶에 영향을 미친다.

진정한 종교적 가치를 얻기 이전에 필요한 것에 대해 건전한 인격과 무게 있는 이성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한다.

정확한 이성적 판단이나 인격 없는 종교활동은 그저 활동일 수밖에 없다.

사실 책을 읽으며 공감 가는 내용이 상당수 있었다. 나 역시 지금의 회사에 다니기 전에 종교적 색채를 가진 회사에서 일한 적이 있었는데 같은 종교를 가진 회사면 좀 더 수월할 거라는 내 생각과 다르게 참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고 결국 병을 얻어 1년을 채 다니지 못하고 퇴사를 한 경험이 있다.

함께 일하는 직원들은 참 좋았는데, 대표의 마인드적인 문제가 컸던 경우였다. 사회적으로도 꽤 영향력 있는 사람이었지만 종교와 삶이 별개가 되어 사는 경우의 한 예였던 것 같다.

물론 그 사람을 향한 비판이라기보다는, 종교를 가진 우리 모두의 문제는 아닐까?

종교에서 강조하는 가치관과 내 삶의 가치관이 하나가 되지 못할 때 우리는 오히려 비판의 도마 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파스칼은 신앙을 모험과 도박이라고 했다. 내 생명과 전인격을 건 도박이다.

잃게 되면 자아라는 전체가 무(無)로 돌아간다. 그러나 얻게 되면 자아는 물론 영원과 삶의 실재를 차지한다.

노학자의 이야기를 통해 다시금 내 가치관과 종교도 점검하는 시간이 되었다.

종교를 꼭 가져야 한다, 아니다의 답은 없다. 스스로의 결정이다.

하지만 종교를 가졌다면, 종교의 가치관과 내 삶의 가치관을 일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파스칼의 이야기처럼 내 자아가 없어지고, 사라지는 우를 범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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