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마녀 새소설 4
김하서 지음 / 자음과모음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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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매일 그녀와 마주치며 깨달았어요.

그녀는 누구도 아닌 스스로에게 벌을 주고 있었다는 것을.

21세기에 마녀라니... 현대에 마녀는 그저 영화나 드라마, 소설 속에만 등장하는 인물일 것이다.

중세에 등장했던 마녀 역시 마녀사냥이라는 미명하에 본인들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종교적 잣대로 죄 없는 사람을 매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마녀 니콜은 200살이 넘었다 하니 19세기에 태어난 마녀이다.

용케 마녀사냥을 피해서 살아남은 그녀는 영국에서 태어났으나, 한국으로 몸을 피했다.

그녀가 만난 강렬한 검은 타르 느낌의 또 다른 여성인 태주.

둘 사이에는 엄마였다는 동질감이 있다. 그리고 둘 다 아이를 잃었다는 것.

태주의 이야기를 읽으며 많은 동질감을 느꼈다.

나 역시 비슷한 경험을 할 뻔했기 때문이다. 나보다 몇 년 일찍 결혼한 지인은 임신 중 갑작스레 아이를 잃었다.

출산을 3개월가량 앞두고 있었고, 태동이 갑자기 없어진 것이 이상해 간 병원에서 사산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후 태동을 느끼기 시작한 이후로 출산 당일까지 아이의 태동이 조금만 느껴지지 않아도 불안했다. 이야기 속 태주처럼 태동이 안 느껴지면 아이에게 말을 걸고 배를 움직여보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출산 당일 아이가 뱃속에서 태변을 보았다. 그게 그렇게 위험한 것이라는 사실은 출산 후 몇 달이 지나서야 알았다. 태변을 먹으면 큰일 나기 때문에 보통 태변을 보는 경우 긴급수술을 하기도 한다고 한다.

태주 또한 그렇게 아이를 잃었다. 태변을 먹어서라는 한 줄에 소름이 확 돋은 건, 나 또한 그렇게 아이를 잃을 수 있었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책 속에는 태주와 니콜 둘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진행된다.

아이를 잃은 후 모든 것이 정지된 것 같은 삶을 살아가는 태주는 자신을 마녀라고 소개하는 니콜을 만난다.

그녀에게는 아이가 돌아오는 것이 유일한 목적이었는데, 니콜이 태주의 아이를 살려주겠다고 이야기했으니 말이다. 니콜은 태주에게 다지기형인 아이의 여섯 번째 손가락을 20일 안에 잘라와야 태주의 아이를 살릴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결국 여섯 번째 손가락을 들고 온 태주에게 니콜은 17살에 임신한 임신부를 찾아오라는 주문을 한다.

결국 임신한 여고생 초희를 데리고 온 태주는 니콜에게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초희의 뱃속에 아이가 죽어야, 태주의 아이를 살릴 수 있다는 말 말이다.

태주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초희도, 니콜도, 태주도 모두 엄마다. 아이가 존재해야, 엄마라는 이름을 가질 수 있다.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엄마도, 아이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엄마도, 아이를 저주하는 엄마도 아이 때문에 엄마이다.

태주의 아이가 떠난 것은 태주의 탓이 아니다. 하지만 누구나 태주의 입장이라면, 태주처럼 되지 않을까?

책을 읽으며 마치 남의 일인 것처럼 방관하고 거리감을 두는 남편의 모습에 화가 났다.

꽤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면서 이끌고 간 이야기는 짧은 결말을 내고 끝난다.

한참 극에 달했다가 급작스럽게 끝맺음을 하는 것 같아서 뭔가가 아쉬웠다.

그래도 태주가 조금이나마 아이의 무게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것에 다행이라는 생각 또한 들었다.

그리고 니콜의 이야기의 반전 또한 또 다른 맛이 있었던 것 같다.

믿는 순간, 당신이 바라는 걸 이루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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