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어린 시절이 울고 있다 - 몸에 밴 상처에서 벗어나는 치유의 심리학
다미 샤르프 지음, 서유리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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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나는 꽤 유복한 가정에서 물질적 어려움 없이 자랐고 살았다.

그럼에도 무언가 문제가 터지면 스스로를 괴롭히거나, 실수했던 장면을 곱씹으며 스스로에게 칼을 겨누는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했다. 물론 왕따를 당했던 기억이 남아있어서 그렇기도 했겠지만, 어디서부터가 문제인 지 사실 잘 몰랐다.

대학을 다닐 때 만났던 친구가 있었다. 성격도 참 좋고, 모 연예인을 닮을 정도로 예쁜 외모를 가진 친구였는데 그 친구 역시 나만큼 자존감이 낮았다. 내가 보기에 충분히 자신감 있게 행동해도 되는데도 늘 위축되어 있었다.

그런 친구가 한 세미나를 듣고 오더니 많은 부분이 변했었다. 자신의 어린 시절의 상처의 장면을 돌아보고 당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던 시간을 보내고 왔다고 했다.

물론 잠깐의 시간이 그 친구의 모든 상처를 보듬을 수는 없었겠지만 전보다 자신감 넘치는 친구를 보며 부러움을 느꼈던 것도 사실이다.

처음에는 내 관점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내 아이에 대해서로 시선이 옮겨갔다.

나에게 이런저런 상처를 주고, 나 또한 그런 상처를 받으며 살았던 것은 이미 과거의 일이니 어쩔 수 없지만

내 아이에게 나 또한 그런 상처를 주어 나와 같이 상처 때문에 자유롭지 못한 사람이 되게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 또한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아무것도 인지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뱃속에서 느꼈던 감정들이나 출생 당시 그리고 생후 2살까지 느끼고 경험했던 감정들이 미래의 나를 좀먹는다는 사실이 참 무서웠다.

그럼에도 과거에 갇혀 현재 울고 있는 나를 바라보며, 어린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내가 만나서 상처와 감정을 마주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한 번에 큰 상처로 생긴 쇼크 트라우마보다는 여러 번의 반복적인 상처의 경험에서 생긴 발달 트라우마가 극복하기가 더 어렵다는 사실 앞에서 겁이 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내가 받은 상처는 내 잘못이 아니라는 사실이 묘한 위로가 되었다. 굳이 마음 내키지 않으면 용서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용서가 상처를 극복하는 필수조건은 아니라는 사실도 기억에 남는다.

또한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을 통해 트라우마 앞에서의 반응들이나, 생각들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다.

내 상처의 원인을 알았으니, 이제는 과거의 상처받은 나를 조금 더 보듬도록 노력해야겠다.

그리고 내 아이에게도 나와 같은 트라우마가 생기지 않도록 애정 어린 표현과 스킨십을 많이 해줘야겠다.

우리 모두는 받지 않을 상처 때문에 스스로를 혹사시키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상처는 결코 내 잘못도, 상대의 잘못도 아니다.(일부러 상처를 준 경우는 제외)

그저 우리 모두 몰랐기에 그런 상처를 주고받은 것이니 말이다.

한 권의 책으로 모든 트라우마가 해결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시도해볼 수 있고 실제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서 유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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