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화가 어제의 화가 - 시대를 대표하는 거장들과 나누는 예술과 삶에 대한 뒷담화
이경남 지음 / 북스고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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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이랑 친하지 않게 된 계기가 있다. 유치원을 다닐 때는 참가만 하면 모두에게 장려상을 주었다.

하지만 학교는 달랐다. 상 여부와 상관없이 잘 그린다와 못 그린다를 명확히 구분하여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아마 그 이야기를 여러 번 듣고부터 였을 것이다. 내가 미술과 담을 쌓기 시작했던 것이...

단지 그리기에서만이 아니라 미술 관련에는 점점 담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기분이 울적할 때 바람 쐬러 갔던 동물원 옆에 꽤 큰 무료 미술관이 있어서 한두 번 가보긴 했지만, 딱히 와닿는 그림이 없었고 숙제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 내가 더 이상 담을 쌓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아이 때문이었다.

아이에게 이것저것 자연스럽게 접하게 해주려면 나부터 거리를 두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2019년 처음으로 미술 관련 책을 읽기 시작했다.

목표인 1권을 무난히 보고 나니, 그저 내가 느끼는 대로(거창하지 않게) 그림을 봐도 되지 않을까 하는 묘한 자신감도 얻게 되었다.

2020년이 되고 첫 번째 접하는 미술 책.

첫 장을 넘기며 아리송했다. 이게 무슨 이야기인 거지? 소설도 아니고....?

책을 읽어 나가며 마주치는 그림들과 그 속의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된 화가들과의 대화나 이야기를 만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동요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미술가라고 하면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 몇 명의 인물.

다빈치와 반 고흐와 피카소.

어디선가 이름을 들어보긴 했고. 어디선가 본 것 같지만 뭔가 연결되지 않았던 작품들도 더러 있었다.

책 가득 들어있는 화가의 그림 속에서 처음에는 사진처럼 그렸나 아닌가 여부만 봤다.

아마 미술관에서 그림을 볼 때도 그랬었던 것 같다.

하지만 저자를 통해 화가와 만나는 책을 읽어가다 보니, 화가가 작품 속에 어떤 생각을 풀어냈는지 알 수 있었다.

사랑하지만 함께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기 위해 사랑하는 남자의 동생과 결혼을 한 여자.

그리고 그 사랑하는 남자를 바라보며 자신의 작품세계를 펼쳐나가는 그 여자의 그림.

앞의 화가와 뒤에 화가가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고, 비슷한 감정과 느낌이 연결되는 경우도 있었다.

많은 그림이 소개된 화가도 있었고, 짧은 테마만 언급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었다.

그들의 그림 속에서 단순히 눈으로 봤을 때 깨닫지 못했던 이야기들이나 감정선들은 작가의 글을 통해 다시금 곱씹을 수 있었다. 좀 더 실제적으로 그림을 보기 위해 칼라의 좋은 종이 질로 만들어진 것이 다행이고 반가웠다.

어제의 화가지만, 작가를 통해 만난 오늘의 화가를 통해 그들의 작품을 다시금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올해는 작년보다 화가들과 그들의 작품과 더 친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은 너무나 유명한 작가지만, 당시는 생활고로 형편이 좋지 않았다는 이야기들 속에서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했고, 저자의 그 말(작품은 작가가 죽은 다음에 값이 오른다는 말!)에 너무 공감이 갔다.

이제는 다시 만날 수 없고, 다시 등장할 수 없어서 값이 오르는 거겠지만... 살아생전에 누렸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반 고흐만큼이나 유명한 고갱의 일화를 읽으며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던 지역이 등장해서 내가 참 많이 몰랐구나 싶기도 했다.

물론 사람마다 와닿는 글과 그림이 다르겠지만.... 그럼에도 그림 가득 담겨있는 그 당시 그들의 관심사. 생각. 감정. 형편에 이르기까지... 다채롭게 만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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