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맛있는 철학이라니 - 일상 속 음식에서 발견한 철학 이야기
오수민 지음 / 넥서스BOOKS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언가와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참으로 놀랍다. 우리가 늘 먹는 음식을 보며 철학을 생각한다?

발상도 신기했지만, 무언가에 푹~빠지지 않았다면 절대 불가능한 것이 아닐까?

철학과 사랑에 빠진 저자 덕분에 피부에 와닿는 철학을 경험했다.

보통 뭔가를 보면서 그에 따른 생각을 떠올리려면 그에 대한 지식이 가득하거나 해야 하는 거 아닐까?

가령 저자처럼 붕어빵을 먹다가 칸트가 생각나고, 다이어트하겠다는 마음을 먹었을 때 생각난 치킨을 보면서 인식론을 떠올리고, 버터를 보고 데카르트를 떠올리는 것처럼 말이다.

사실 이 책을 접할 때, 어떻게 철학이 음식(그것도 우리와 너무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익숙하고 자주 먹는 그 음식들)을 떠올릴 수 있을까 궁금했던 게 사실이다.

또 하나의 생각은 음식을 먹듯이(우리가 익숙한 음식은 따로 먹는 방법이 있는 건 아니잖는가?! 식사예절이 필요한 음식들도 아니고) 자연스럽고 쉽게 다가올 수 있게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물론 철학은 어렵다. 저자가 말하는 음식들은 익숙하지만, 철학자들의 이야기는 낯선 것처럼 말이다.(여러 번 들어도 낯선 당신들이여... ㅠ) 그럼에도 익숙한 음식의 이야기를 통해 철학자와의 공통점을 찾아서 좀 더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도록 해준 저자의 노력에 감사를 표한다.

철학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떠오르는 그 모든 불쾌감(?)을 저자 역시 경험했기에, 그의 철학 예찬이 반은 이해가 되고 반은 이해하려고 노력 중이다.

사실 그런 감정(어려움, 이해 안 됨, 뭥미? 같은...?)들이 책 곳곳에 남아 있기에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던 것도 같다.

특히 제일 공감이 되었던 것은 공자에 대한 이야기였다. 역시 예상대로 저자는 자장면을 먹으면서 공자를 생각했으며, 고전 철학 입문 수업 때 꼰대 보스 이미지의 공자를 떠올리고 들어가서 진짜 공자(꼰대 아닌)를 만나고 광팬이 되었다는 내용 말이다.

아마도 유교와 조선, 남존여비나 제사의 방식 위계질서 식의 단어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그 이미지 때문에 공자가 꼰대 중에 상 꼰대의 이미지를 가진 게 아닐는지...?

나 역시 논어를 읽으며 공자를 다시 보게 되긴 했지만, 한번 자리 잡은 이미지는 좀처럼 깨기가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질서와 주체성. 예(禮)를 강조할 수밖에 없는 현실과 함께 말로만이 아닌 행동으로 보였던 철학자라는 사실 말이다.

저자는 이 공자의 질서와 탕수육 부먹.찍먹파의 이야기를 묶어서 이야기한다.

(이 한 줄만 읽어도 급 내용이 궁금해지지 않는가? 나 역시 이 내용을 읽으며 흥분했다!)

부먹인 나와, 찍먹인 친구가 같이 탕수육을 먹는 날! 과연 우리는 어떻게 탕수육을 먹어야 좋을까?

공자의 논리를 통해 이 상황을 풀어가자면...

내가 부먹이라고 무조건 부어먹으면 상대를 생각지 않는 파렴치한이 되고, 그렇다고 친구처럼 찍먹으로 먹으면 내 감정은 무시하는 게 되어버린다.

내가 덕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지각하면, 상대도 덕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 둘 사이의 합의를 토대로 만족스러운 답을 찾아가는 것.(즉, 반반으로 먹는 방법처럼) 그것이 바로 공자가 말하는 철학이다.

사회의 질서와 규범을 익히되 자신의 감정을 살피는 것을 잊지 않는 일, 그것은 다른 누구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도덕적인 행위를 했다고 말할 수 있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이 책에는 이런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덕분에 철학이 조금 더 피부에 와닿았다고 할까?

역시나 어려운 철학임에 분명하지만, 숨 쉴 틈과 여유가 있는 책이라서 철학은 마냥 어렵다고 재끼는 철학 입문자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