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고기를 즐기는 사람은 아니다.
물론 채식주의자도
아니지만, 내가 고기를 즐기지 않는 이유는 고기에서 나는 특유의 누린내가 싫기 때문이다.
또한 스테이크 같은
경우도 식감 때문에 덜 익혀서 핏불이 배어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개인적으로 그런 걸 정말 싫어해서 먹게 돼도 꼭! 웰던! 을 고집한다.
퍽퍽해도 핏물을 입에 담고 먹을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던 것은 한 프로그램 때문이었다.
요즘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나름 핫한 프로그램인 tvN 요즘 책방; 책 읽어드립니다에서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에
패널이었던 이적이 했던 이야기가 있었다.
자신도 고기를
좋아하는데, 그 동물에 대해 어디까지 그들의 고통과 생명권을 이야기해야 할지 고민스럽다는 이야기 말이다. 그 내용을 보고 나 역시 고개를
갸웃했다.
생명권은 비단 우리에게
먹히는 동물들뿐 아니라, 엄연히 생명을 가진 모든 생명체의 범주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다. 그렇게 친다면 식물들에게도
생명권을 인정해주어야 맞지 않을까?
사실 이 책과 비슷한
시기에 읽게 된 책이 한 권 있는데, 흐름출판사에서 나온 클린 미트라는 책이었다.
이야기하는 요지는
다르지만, 통하는 부분이 상당수 있었다.
동물들이 너무
비인간적을 넘어선 곳에서, 단시간에 많은 수확물을 얻기 위한 방법들로 인한 도축의 문제들을 이 책에서도 언급한다.
물론 클린 미트는
동물의 생명권보다는 효율성 면에서 다른 방법으로 고기를 얻는 방법을 이야기 하지만 말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도축되기 위해 키워진 소 이야기를 보면, 사실 마음이 무거운 것도 사실이다.
너는 소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라고 치부하기에는 뭔지 모를 짠한 것과 미안함이 남는다.
인간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라고 여기기에도 그렇고 말이다.
특히 소의 꼬리를
자르는 행위에 대한 내용을 보고 경악했다.
수백 마리를 키우는
곳을 가본 적은 없고, 그냥 시골에서 몇 마리~수십 마리 키우는 농장을 가본 적이 있었는데 소의 꼬리는 온전했기 때문이다. 책 속에서 만난
꼬리가 없는 젖소들은 꼬리 때문에 유방에 균이 감염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에 잘린 거지만, 실제로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사실에 기가
찼다.
또 젖을 짜기 위해
새끼를 막 낳은 어미소와 송아지를 격리한다는 내용은 뭔지 모를 울화도 치밀었다.
그렇게 떨어진 어미소는
새끼를 찾으며 몇 주간 슬퍼한다니... 우리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하지는 못하지만 동물들도 감정이 있는데 말이다. 송아지를 먹이기 위한
젖임에도, 정작 송아지가 먹을 수 없고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 마신다니... 이런 상황을 책을 통해 접하니 참 아이러니하기만
했다.
얼마 전 읽었던 아이의
그림책 토끼의 재판 속 한 장면이 떠올랐다.
큰 구덩이에 빠진
호랑이를 구해준 나그네를 잡아먹으려는 호랑이에게 나그네는 주변 생물들에게 물어보자고 이야기한다. 그중 소가 등장한다.
소는 자신은 사람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우유까지 내어주는데 사람들은 소를 때리고 일만 시키고 결국은 잡아먹고 만다는 이야기를 하며 호랑이에게 나그네를 잡아먹으라고
한다.
그림책에 담긴 그
모습에 대한 실사판의 직접적 이야기가 담겨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동물의 생명권과 함께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