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소녀
세라 페카넨.그리어 헨드릭스 지음, 이영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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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시작은 우연일 수 있었지만, 마지막은 우연일 수 없기에 말이다.

누구도 처음부터 잘못된 결과를 예상하고 무엇인가를 선택하지는 않는다.

이 책의 주인공인 제시카 역시 그랬을 것이다.

단지 설문조사에 2회 참여하면 500달러를 받을 수 있다는 고객의 전화를 엿들었고, 그 고객은 가고 싶지 않다는 뜻을 비췄고, 당시 제시카는 동생의 치료비로 돈이 궁했기에 말이다.

힘든 가정 형편에 대학도 중간에 그만두고 메이크업아티스트가 된 그녀에게도 꿈은 있었다. 하지만 돈이 그 모든 것을 좌절시켰다.

실즈 박사는 그녀가 본인이 요구한 피험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지만, 그녀의 답변에 호감을 느끼고 돈을 매개로 그녀에게 접근한다. 처음에는 실즈 박사가 남자인 줄 알았다.

제시카의 외모가 아름다웠기에 그래서 접근한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실즈 박사에게는 사실 다른 속셈이 있었다. 피실험자 52번인 제시카에게 말이다.

박사는 심리 실험을 핑계로 점점 제시카의 사생활에까지 관여하게 되고, 이상함을 느끼는 제시카에게 좀 더 많은 보수를 제시하며 그녀의 삶을 옥죄어온다.

물론 제시카는 그 모든 것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 역시 실즈 박사가 주는 돈의 맛을 알았기에 스스로 그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하지 않았다. 이미 벗어나고자 했을 때는 모든 사실에 너무 가까이 가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와 깊은 관계를 맺는 것에 극도로 불안감을 느끼는 제시카에게는 사실 성추행의 상처가 있었다.

어쩌면 정신과 의사라는 실즈 박사의 타이틀이 그녀를 더 깊은 수렁으로 이끈 것은 아닐는지?

실즈 박사는 정신과 의사라고 하지만, 그녀 역시도 상처 입은 한 사람일 뿐이었다.

물론 자신의 상처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사람을 이용하여 그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입힌 것을 보자면 그녀 역시 정상은 아닐 테지만 말이다.

실즈 박사와 제시카의 시선이 교차하며 흥미롭게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누구의 시선으로 보느냐에 따라 몰입의 재미가 다를 것이고, 그에 따른 판단도 다를 것이다.

개인 정보의 노출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에서 조금 다른 형태지만 자신의 생각을 터놓는 심리 실험.

그리고 거기에 우연과 함께 자신의 필요가 엮여서 더 촘촘한 추리를 자아냈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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