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보는 순간
대학 수업 시간이 떠올랐다.
전공필수로 상당히 많은
법을 배웠던 그 첫 수업 시간.
성문법 주의인
대륙법계와 판례법 중심인 영미법계의 두 구조 중 대륙법을 표방하는 주된 나라 독일.
(우리나라도 대륙법계에
속한다.)
이 책에서는 독일의
판결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있다.
꽤 오랜 역사와 전통
그리고 독일인 특유의 사고방식 등을 가지고 있기에, 그 어떤 나라보다 판결이 엄하고 정확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옳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 책.
그 어떤 소설보다
실제적이고(실제 판결이 담겨있기에), 사실적이고, 답답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다.
책 첫 장에 "모든
인간은 법 앞에 평등하다."라는 문구가 이 모든 사건을 반증해준다고 할까?
12가지의 사건 모두
소설화되면 엄청난 몰입감을 줄 거라 예상되기에 어느 하나 잊히지 않는다.
그중 가장 놀라웠던
사건이 하나 있었는데, 남편 살해에 범인으로 구속된 아내의 이야기였다.
모든 정황(살인도구의
소유자, 지문, 잦은 부부 싸움, 살해당하기 얼마 전에 가입한 보험 등)이 그 사람이 살인범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결정적인 증거 앞에서 이
모든 판결이 뒤집힌다.
검사도, 판사조차도
그녀가 범인이라고 생각했지만(아니 사실 변호사도 포기하려 했다.), 예상치 못한 인물(실제로 폭력배인 지인)에 의해 그녀는 살인범이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형법 전문 변호사가 쓴
책답게 사건의 주된 내용과 판결. 이런 판결에 뒤에는 이런 것들이 작용했다는 짧은 설명이 들어있다. 단지 흥미 유발만 아니라 법에 대한 내용을
만날 수 있기에 이 모든 것이 법령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에 답답함이 배가 되거나(혹은 반감되거나) 할 수
있다.
책을 읽으며 드는
생각은 역시 대륙법도, 영미법도 장점이 있긴 하지만 완벽하게 모든 상황을 해결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심증은 있지만 물증은
없다면 법망을 교묘히 피해 갈 수 있다는 사실이 우리의 역사 안에서도 꾸준히 반복되왔으니 말이다.(법을 잘 안다는 꽤 많은 사회 유력인사들이
벌인 일들을 보자면...)
대륙법계인
독일법(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성문화 되어 있지 않으면, 관련 증거가 없으면 유죄가 무죄가 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다시금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