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답게 산다는 것 - 다산 정약용이 생각한 인간의 도리, 그리고 법과 정의에 관한 이야기
정약용 지음, 오세진 옮김 / 홍익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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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다르게 생각보다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인간답게 산다는 것이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 예상치 못한 이야기들이라 할까?

물론 전체적인 맥락을 두고 본다면 제목에 합당하지만, 좀 더 궁금증을 유발하는 제목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법 전공자는 아니지만, 전공 때문에 들었던 수업의 반 이상이 법이었기에 나는 생각보다 법과 친한 편이다.

사실 얼마 전까지도 문제가 생기면 과거 공부했던 민법 같은 법전을 뒤져보기도 했으니 말이다.

이 책은 조선 정조시대에 일어났던 흉악범죄들에 대한 판례와 함께 정약용이 그 사건을 바라보며 했던 생각들이 정리되어 있다. 우선 조선이라는 나라가 가지는 이미지 자체가 워낙 딱딱하고 예의범절을 숭상하는 유교문화이기에 흉악범죄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지금과 그리 다르지 않은 살인사건(어쩌면 더하기도 한)에 대한 이야기들을 보면서 역시 사람 사는 시대는 다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그래서 이 책이 그 어떤 소설책보다 재미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제목이 아쉽다... ㅠ)

지금이야 사법부가 독립되어 있고, 꽤 오랜 기간 법을 공부한 사람들이 판결을 하지만(그럼에도 판결을 보며 고개가 갸우뚱 해질 때가 상당하다... 왜 그럴까??), 당시는 최고 심의 임금(정조)의 판결이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공사가 다 망할 텐데... 판결까지...?(아마 모든 왕이 그렇다기보다는 정조 특유의 정치철학 때문이겠지만...)

또한 각 마을을 다스리는 수령이나 관찰사가 직접 조사하고, 관련 사항을 심의할 수 있었다는 것도 놀라웠다.

(그만큼의 법적 지식과 소양을 갖추고 있었다는 사실+ 그래서 어떤 면에선 부정부패가 많이 받았겠다 싶기도 하다.)

정조의 관점이 무거운 벌(사형 등)을 내리기보다는 교화와 관용이 주된 목적이었다는 사실을 책을 읽는 내내 볼 수 있었다.(조선 초기 살인사건에 대한 사형률 97%임에 비해 정조는 3%였다.) 물론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은 사건이 그에게 큰 영향을 미쳤는지 관련 사건들에 대해서는 가혹한 판결이 날 때도 있었고, 과할 수 있지만 억울함은 단번에 해결되는 사이다 판결이다 싶은 사건들도 있었다.

한편, 정약용의 그에 대한 의견은 정조와 같을 때도 있지만, 다를 때도 상당했다.

정약용은 시시비비를 가리고, 감정보다는 이성적 판단에 근거한 결론을 도출하는(정조보다는 현대 판결에 가까운) 식의 결론을 내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답답할(원칙을 고수) 때도 있었다.

아마 정약용이 최고 심판관이었다면 판결에 불복하여 실제 복수를 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여전히 사람 사는 사회는 비슷한 범죄들이 일어나고, 그 안에는 개인의 상황과 감정 등이 들어있다.

지금으로부터 상당히 오랜 시절의 이야기임에도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느끼기에 그리 낯설지 않은 것은 그런 이유가 아닐까? 짧은 시간이지만 여러 편의 사법 드라마를 본 듯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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