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가 있는 철학 서재 - 동화에 빠져든 철학자가 전하는 30가지 인생 성찰
이일야 지음 / 담앤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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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동화책을 참 많이 읽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동화책의 주제는 하나로 귀결되었다. 아마 동화를 엮은이의 생각이 그 하나를 이루었기 때문은 아닐까?

덕분에 일편적이고 획일적인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동화 안에 교훈은 있지만, 그 교훈을 넘어서는 것들은 생각하지 않는....

어쩌면 어린아이의 시각에서 그 너머의 것까지 바라볼 만한 시각이 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어른이 되어서 읽은 동화들은 어린 시절의 그 교훈과 사뭇 다른 경우가 왕왕 있었다.

그래서 이 책 또한 그런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던 것 같다.

참 많은 동화를 읽으며 자랐지만, 그때는 발견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어른이 돼서 보이는 것은 내 키가 자라는 만큼 내 생각도, 감정도, 경험도 조금이나마 자라났기 때문은 아닐까?

이 책에는 총 30편(에필로그까지 31편)의 동화가 들어있다.

아마 대부분이 들어본 이야기일 테지만, 인성 서재 3편에 "날 지켜줘, 그림자야"처럼 처음 보는 동화도 있었다.

물론 기본적인 교훈은 인지하지만, 한발 더 들어가서 과연 그 교훈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맞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는 경우도 상당했다.

예를 들자면, 여우와 두루미 이야기라던가 청개구리 이야기 같은 것. 젊어지는 샘물이나 백설공주 이야기처럼 말이다.

여우가 두루미를 초대해서 음식을 대접하는데, 두루미가 먹을 수 없는 접시에 음식을 대접하고 두루미는 결국 굶고 집으로 돌아간다. 다음 날, 두루미는 여우의 호의(라고 쓰고 복수라고 읽는다;;)에 보답하기 위해 여우를 초대해서 긴 호리병의 음식을 담아서 내놓고, 여우는 음식을 먹지 못한다.

단지 복수라는 이름으로, 혹은 인과응보라는 결과로 교훈을 얻었던 여우와 두루미 이야기에 대해 저자는 다른 견해를 이야기한다. 여우와 두루미가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다면...?

복수가 아니라 서로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이었다면 과연 인과응보라는 교훈으로 이야기를 맺는 것이 맞을까?

어쩌면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쉽게 쓸 수 있는 것을 상대에게 주면 상대도 좋아하겠지...라는 무지와 상대의 상황을 살펴보고, 상대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함이 낳은 안타까운 상황은 아닐까?라는 의문을 던진다.

물론 이 책에 나와있는 동화들은 앞에서 예를 든 여우와 두루미처럼 우리의 옛 기억과는 조금 다른 시각을 선사한다. 그로 인해 지나간 동화 속에서 생각할 여지가 생겼다.

그 안에 철학의 이야기들이 함께 곁들여지니, 한 단계 성숙한 교훈을 발견할 수 있기도 했다.

어린 시절 동화를 다시 만날 수 있어서 재미있었고, 그 안에 또 다른 철학적 시각을 덧입힐 수 있어서 더욱 유쾌하고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이 책을 발판으로 좀 더 다른 동화들을 만나고 생각할 수 있는 힘이 길러졌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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