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선율, 음악의 서술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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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관 매혈기의 위화 작가의 산문집이라는 사실만큼이나 놀라웠던 것은 제목이었다.

아귀가 안 맞는 듯한 문학과 선율. 음악과 서술...

문학은 서술과, 음악은 선율과 맞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사실 선율이나 음악이라는 단어를 보고, 위화가 음악을 토대로 쓴 평론문(?)정도의 글이라 생각했었다.

물론 음악 관련된 글들이 있긴 하지만, 그의 머리말 서두에 나오는 대로 선율이나 화성에 해당하는 의미를 차용한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개의 음이 어우러져서 화음을 만들고, 음악의 선율을 통해 한 곡의 음악이 만들어지듯이, 그의 글 또한 화음을 만들어낼 수는 없지만 개개의 음과 같은 한 줄 한 줄의 문장이 또 다른 작품을 만들어 이야기가 된다는 그의 글이 제목과 잘 어울렸다.

산문이라는 형식으로 그가 쓴 글이 모여 있는 이 책에는, 타인의 작품을 읽으면서 혹은 떠오른 글이 위화만의 색으로 어우러져서 드러난다. 덕분에 위화의 글도, 그의 글을 통해 소화된 타인의 글도 함께 맛볼 수 있다.

수필이라기도, 평론 글이라기도, 에세이라기도 애매한 성격을 띠고 있는지라 산문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것은 아닐까?

글 말미에 이 글을 쓴 날짜가 들어있다. 대부분이 1990년대의 글이기에, 이 글이 책으로 묶여서 나오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 것 같다. 그럼에도 옛스럽거나, 지난 이야기 같지 않은 것은 변하지 않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작가이기 전에 위화라는 사람이 느낀 예술이나 책에 대한 이야기지만 말이다.

뒤 쪽으로 갈수록 음악의 이야기가 많다. 마지막 부분에 실린 인터뷰 글을 보면 위화가 음악에 상당한 조예가 있다는 사실 또한 알 수 있다.(어쩌면 그래서 이 책의 제목도 그런 게 아닐까?^^;)

음악을 사랑하고, 글을 사랑하는 위화 작가의 모습이 부담스럽지 않게 드러난 글이었다.

누군가와 비교하기는 그렇지만, 그의 글을 읽으면서 음악에 대한 조예가 상당한 어느 작가가 떠올랐다.

책 띠지에 적힌 한 줄이-생(生)을 헐어 쓴 글의 힘 위화의 산문은 그의 다른 일가(一家)이다.-이 책을 읽는 내내 딱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드는 건 기분 탓은 아닐 것이다.

소설과 전혀 다르지만, 그렇다고 동떨어진 느낌이 아니었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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