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적 : 나를 변화시키는 조용한 기적 배철현 인문에세이
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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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이 주는 힘만큼이나 고전을 만든 언어들이 주는 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적"이라는 제목만큼이나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문체의 글을 오랜만에 만난 것 같다.

저자 특유의 문체인 것인지(전작은 읽어보지 못했기에), 제목이 주는 깊음이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 책은 4개의 큰 주제 안에 각 장의 작은 주제가 들어있다.

평정. 부동. 포부. 개벽...

어떻게 보면 정적과 어울리기도, 반대되기도 하는 주제들처럼 보인다.

물론 그 의미를 마지막 에필로그에 이르러서 이해했지만 말이다.

고전문헌학자여서 그런지, 그가 이야기하는 내용들의 기반은 원어나 한자다.

원어의 뜻을 풀어가고, 한자의 부수를 풀어가다 보면 본연의 뜻에 맞닿게 된다고 할까?

물론 성경이나 옛 문헌, 시에 대한 이야기도 상당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세월을 쌓아놓은 글들을 통해 옛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어렵지만 그 안에 숨겨진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개인적으로 첫 장인 평정 속의 글들 중 완벽의 마지막 한 줄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완벽이란 완벽 그 자체가 아니라 완벽을 향한

열정과 노력이다.

p. 25

한 장 한 장 길지 않은 글이 모여서 책이 되었듯이, 완벽 또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개인적으로 완벽주의 성향이 있는지라, 그 순간에 딱! 갖추어지고 제대로 된 것이 아니면 불완전한 것이라는

생각이 컸다. 하지만 그의 글 속의 완벽이란 내가 생각했던 완벽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한걸음 한걸음 차분히 노력하며 열정적으로 나아가다 보면 완벽에 가닿는 것 말이다.

그의 책에는 이렇게 조용한 울림을 일으키는 글들이 상당히 많았다.

절제된 글 중간중간 간격이라고 일컬을 수 있는 조용한 페이지들이 들어있다.

덕분에 많은 글을 보지 않았음에도 어떤 책보다 깊고 가득한 울림을 만날 수 있었다.

4개의 시리즈 중 3번째 책이라는 정적을 읽으며 저자의 전작인 수련과 심연 또한 궁금해졌다.

책을 덮으며 나 역시 정적의 시간, 삶의 간격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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