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아이가 아니라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 무례한 세상 속 페미니스트 엄마의 고군분투 육아 일기
박한아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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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아이가 아니라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제목에서 왠지 모를 페미니즘의 냄새(?)가 풍긴다.

사실 나는 페미니즘 혹은 페미니스트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인간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봤을 때, 인간은 누구나 평등하고 그렇기에 당연히 같은 대우를 받고 누려야 하는 것인데 유독 여자라는 잣대를 들이대며 일방적으로 희생을 요구하는 것.

그에 대한 반감으로 생긴 단어라는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반감도 싫고, 일방적 희생도 싫기에 나는 그 단어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실 두 가지 마음이 들었다.

나 역시 내 딸아이에게 여자답게를 요구하고 있었기에(너무 체화되어 버려서 그런지, 인식하지 못했었다.) 거기서 오는 충격과 함께, 굳이 이렇게까지...?라고 할 정도로 조금은 격한 이야기들이 있어서 반감이 든 것 또한 사실이다.

여자가 여자의 적이라는 말. 씁쓸하지만, 어느 정도 공감한다.

나름 깨어있는 시어머니라고 하는 우리 시어머니도 손녀인 우리 아이를 보고 "예쁘게","여자답게"라는 단어를 아무렇지 않게 쓰시고, 출근 준비에 아이케어에 물 한잔 마실 틈도 없이 출근하는 나를 향해 그래도 남편(본인의 아들) 밥은 챙겨줘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을 하신다.

물론 시어머니뿐 아니라 우리 엄마의 입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긴 한다.

근데 문제는... 나 또한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나 역시 30년 넘게 그런 분위기에서 자라와서 그런지(집안일은 엄마가, 근데 엄마도 워킹맘이셨다.), 약간의 죄책감(?) 또한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조금만 천방지축으로 뛰어놀면 아이를 향해 여자아이답게!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쓰고 있다.

아이 옷은 늘 핑크나 노란색으로 사는 편이고, 장난감도 인형류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며칠 전에 놀이터에서 만난 반 친구 아이가 장난감 자동차를 들고 있는 걸 본 아이가 말했다.

"나도 자동차 가지고 올래".

집에 가는 길에 생각해보니 우리 아이가 가지고 있는 자동차라고 해봐야 병원에서 받은 작은 구급차와 당근 모양 자동차가 전부였다. 한 번도 아이에게 자동차를 사줘야겠다는 생각을 안 했구나 하는 사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났다.

어쩌면 아이를 교육하는 엄마조차 그렇기 싫다고 하면서 아이에게 성별에 따른 행동을 강요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내가 바뀌지 않으면, 내가 그런 말을 쓰고 있다면 아마 아이 또한 후에 엄마가 되었을 때 나와 그리 다르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 또한 해봤다.

고민이 된다. 남자는 이렇고, 여자는 이렇고 가 아닌 사람은 이렇고라는 생각과 말로 고치는 게 쉽지 않기에 말이다.

그래도 시도는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적어도 강요가 아닌 아이가 진정 좋아하는 것, 아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 내가 방해가 되면 안 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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