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면 하얗게
흩날리는 민들레 씨 포자들을 만날 수 있다.
어린 시절 참 많이도
불고 다니면서 재미있는 놀이라고 했는데, 어른이 되고 보니 옷에 붙는 것도 싫고
주변에 꽃가루
알레르기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생겨나다 보니 봄의 불청객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지 오래인 것 같다.
얼마 전 아이가 민들레
씨앗을 불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아직 꼬꼬마인 아이가
벌써 그런 놀이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좀 놀라웠다.
그 민들레 씨앗의
이야기가 바로 이 책 민들레 아기씨다.
때가 되면 부모를
떠나는 것이 생태계의 법칙이라는 사실.
하물며 이런 씨앗도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바람에 몸을 맡겨 자신의 삶을 개척해가는데, 나는 아직도
부모님의 손을 필요로
하니(아이를 낳고 나니 더욱 부모님의 손이 절실하다.) 읽는 내내 민망했다.
씨앗 중 제일 작은
막내 씨앗인 민들레 아기씨는 엄마와의 이별이 너무 무섭고 걱정이다.
하지만 작기 때문에
누구보다 잘 날아갈 수 있을 거라는 엄마의 응원에 힘입어 길을 떠난다.
솔솔 부는 바람에
의지해서 아기씨는 자신만의 삶을 향해 날아간다.
누구도 어디에 싹을
틔워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날아가다 잠시 머무는
곳에서 만난 의견을 참고할 뿐이다.
포근한 곳을 찾아
황소의 털에 뿌리를 내리고자 하지만, 햇빛이 잘 드는 곳으로 가라는 조언을 듣는다.
그 조언에 맞추어 또
다른 곳에 머무르지만 오히려 안 좋은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울고 있는 아기씨에게 애정 어린 조언을 들려주는 누군가가 있다.
그리고 그 조언 덕분에
아기씨는 그곳에 뿌리를 내린다.
며칠 후 머리에서
떡잎이 난 아기씨.
물론 뿌리를 내리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하기도 했고, 주위의 격려와 함께 뿌리내릴 수 있는 나름의 환경이 주어졌다. 아기씨는 모든 것이 서툴고, 세상에 혼자 남은
존재라고 느꼈지만 결코 혼자가 아니었다.
엄마의 마지막 말을
기억하며 예쁜 꽃 왕관을 쓰고 다시금 엄마가 될 상상을 한다.
아기씨가 처한 상황이
우리의 삶의 환경과 그리 다르지 않다.
부모라는 든든한 막이
쳐져 있어서 성장할 때는 그나마 어려움이 없지만(그 또한 없는 사람도 있지만),
언제까지 부모의
그늘막에 머무를 수는 없다.
아니, 머물러서는
안된다. 엄마 민들레에게서 떠난 후 비로소 새로운 민들레 꽃이 될 수 있듯이 우리 또한 그렇지 않을까?
모든 등장인물이
찰흙으로 만들어져서 색감을 느낄 수는 없었지만, 각 인물들의 표정의 오묘함이 잘 나타나 있어서 실제 캐릭터를 만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때로는 아이들의
그림책이나 동화책이 더 큰 교훈을 준다.
힘들지만 포기하지 않고
살아갔을 때(물론 주위의 조언과 도움이 있었지만), 열매를 얻는다는 사실.
무섭다고 움츠리지 말고
모험을 위해 한 발짝 뛰어보자.
그리고 우리 아이에게도
그런 용기를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