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여행자
류시화 지음, 크리스토퍼 코어 그림 / 연금술사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 류시화는 시인으로 유명하다.

내가 시를 잘 모르긴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몇몇 시인들 중에 이름이 있는 걸 보면 말이다^^;

몇몇 작가를 제외하고는 일부러 그 작가의 책을 찾아 읽는 편은 아니다.

덕분에 작가를 모르고 읽는 경우도 상당하다.

작년에 재미있게 읽었던 인생 우화의 작가 역시 류시화였다는 사실을 지구별 여행자를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는 사실...^^;;

시인이기 때문에 그가 쓴 여행기는 너무 시적이어서 어렵지 않을까 하는 선입견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

(아마 인생 우화가 류시화 시인의 작품이라는 것을 먼저 알았다면 달랐을 텐데...)

역시나 첫 페이지부터 너무 시적인 표현이... 이 책 진짜 어려운 거 아냐? 하는 생각을 줄 만했다.

하지만 선입견은 그 선입견을 이길 또는 깰 만한 무언가가 나타나면 단박에 사라지지 않는가?

읽는 내내 시적이기보다는 유쾌하고 때론 따뜻하고 때론 코믹하기까지 한 이야기들이 가득했다.

시인의 여행기 만큼이나 인도라는 나라에 대한 왠지 모를 어려움과 부담스러움이 있었다.

인도하면 떠오르는 그 이미지...

수행자가 많고, 지극히 종교적이고, 좀 못 살고, 지저분해 보이지만 또 소처럼 큰 눈을 가진...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다.

역시나 인도 여행기인 이 책에서도 인도에서 만난 많은 인연에 대한 이야기들이 그려져 있다.

(저자는 이번이 첫 인도 여행이 아니라, 인도에 지인들이 상당수 있을 정도로 인도 여행의 베테랑이었다.)

그중에는 수도승도 있고, 사업을 하는 사람도, 목걸이 장수도 있다.

제일 기억에 남는 한 줄과 내용이 있었다.

가짜 백단향 염주 목걸이를 파는 목걸이 장수 가네샤와의 일화에 대한 이야기였다.

한 푼이라도 남기기 위해 혈안인 장사들과 달리 손해를 보고 팔아도 늘 웃으며 "노 프라브롬"을 외치는 그와 함께

다 무너져가는 집에서 하루를 지낸 저자는 우기만 되면 무너져내리는 흙집에서 벽돌집을 지으라고 300달러를 준다. 하지만 생각지 못한 복병의 등장과 함께 결국 집을 짓는 게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

그럼에도 가네사는 특유의 여유를 가지고 이야기한다.

좀 놀라웠다. 아니 대단했다. 가네샤는 종교인도 아니고 그냥 하루 벌어서 하루 사는 일반인이었기 때문에 더 충격적이었다. 태어났을 때부터 빈 몸으로 왔기에 자신은 어떤 경우에도 밑지는 게 아니라는 말은 배금주의와 물질만능주의에 사로잡혀 살고 있는 우리에게 그 어떤 말보다도 큰 깨달음일 것이다.

그저 인도의 어떤 유적 혹은 문화를 보고자 했던 나에게 어쩌면 그 어떤 에세이나 자기 계발서 혹은 인문학 책보다

더 큰 울림을 준 책이었다. 덕분에 내 삶에 조금 더 감사할 수 있게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