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천년의 질문 1~3 세트 - 전3권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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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처음 10권짜리 책을 완독한 것이 바로 태백산맥이었다.

대학에 입학하고 나도 장편소설을 한번 읽어보자 하고 택한 책이었는데, 10권짜리 책이다 보니  다른 책들 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긴 했지만 아직도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기억에 남아있다.

나로서는 상당히 충격적이고, 놀랍고, 조금은 민망한 묘사도 많았던 책이었지만 그럼에도 내가 경험하지 못한 역사의 한복판을 건너온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아직까지 잔상이 상당히 오래 남은 책이었다.

그 이후 조정래 작가의 대작(아리랑, 한강 등)들을 읽어보자는 생각이 있지만 완독은 못하고 있었다.

다행스럽게, 그 이후 전에 10권짜리에 비해 상당히 간략한 2~3권의 장편소설들을 집필하신 관계로 꾸준하게 읽고 있지만 말이다.

아마 조정래 작가에 대한 내 이미지는 현대사의 한복판으로 독자들을 이끄는 느낌을 주는 작가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그 시대들의 이야기부터, 현재를 살고 있는 나의 이야기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작가라고나 할까? 덕분의 그의 책을 통해 현대사를 다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눈을 갖게 되었다.

바로 천년의 질문에 등장하는 시대상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를 너무나 닮아있다.

아마 한 장 두 장 넘기면서 이 책에 등장인물들을 만나게 되면 우리가 아는 그 아무개와 닮았다는 인상을 상당히 받게 될 것이다. 알만한 정치인, 현재 이혼소송으로 세간의 이 몫을 끄는 재벌가 사위부터 크나큰 뉴스들을 알고 있지만 터뜨리지 못하는 현실을 살고 있는 일부 기자들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이 소설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이 답답한 대한민국의 현실 속에서, 국민 한사람 한 사람을 개. 돼지보다도 못하게 여기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살고 있는 우리는 과연 국가를 어떻게 여겨야 하는가?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 하고 말이다.

그래서 울분이 생기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묘한 박탈감과 좌절을 경험하기도 했다.

소설이지만 소설로 치부하기에는 현대의 우리의 삶을 그대로 판 박은 듯한 내용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이 나라의 누군가는 당장 한 끼 해결한 돈이 없고, 당장 앞 날이 캄캄하기만 해서 목숨을 내던지는데, 한편에서는 좀 더 많은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더 많은 돈을 움켜지려고 피 터지게 싸우고 있으니 말이다.

그들의 그 야만적이고 경멸할만한 행태를 바라보면서 국민들의 힘을 보이기보다는, 그들의 그런 행태에 쓴소리 한번 뱉어내지 못하고 그저 하루하루 살기에 급급한 내 모습이 드러나 있는 것 같아서 민망함도 느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장우진, 최민혜 같이 깨어있는, 배운 것을 실천하는 누군가 또한 살고 있다는 희망이 여전히 풀뿌리처럼 살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된다. 그리고 그들이 시간이 지나도 결코 바뀌지 않고 다음 세대를  키워나가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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