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 11년 만에
알려진 루시아 벌린이라는 작가가 있다.
생 전에 이름이
알려졌으면 좋았겠지만(개인적으로), 후에 알려졌다고 하니 조금 안타까웠다.
이래저래 힘들고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던 작가의 단편소설이 모여 한 권의 책이 되었다.
그녀의 작품 중 일부를
읽어 볼 기회가 생겼다.
청소부 매뉴얼이라는
제목은 책에 있는 단편소설 하나의 제목이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단편소설들 보다 더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
우리와 문화적 요소가
좀 다르긴 하지만, 역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여실히 드러나 있는 내용을 읽다 보면 마치 그들의 삶을
눈으로 들여다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너무나 자세하고 세부적이었다.
조금은 암울하고,
차별적이고, 누구도 알 지 못하는 삶에 군상들이 촘촘하게 나열되어 있었는데 아마도 우리가 동경하는 부류의 사람들의 모습은 아니라서 더 깊이 있게
다가왔던 것 같다.
아마 익숙하고 잘 사는
사람들의 모습보다는 피곤하고 인간 냄새 깊이 나는 어떤 나라의 뒷골목 노동자의 삶을 대놓고 드러내는 이야기가 많아서 그런 듯도
싶다.
고통스럽고 실제적이고
가난한 삶의 모습들, 또한 아이의 눈을 통해서 본 어른의 모습들을 만나볼 수 있다.
단편이라 하지만 전혀
동떨어진 각각의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다. 등장인물인 "나"의 이야기도 있고, 그녀의 눈으로 본 타인의 이야기도 있다. 그녀의 가족, 주변인들의
모습들 말이다.
아마 이 글의 작가인
루시아 벌린 이 사후에 유명해진 것도 그런 인물들의 모습이 거침없이 드러나 있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사실 쉽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직접 경험하거나, 같은 문화권의 이야기 또한 아니었다.
그래서 좀 어렵고 더
무겁게 졌으리라...
그럼에도 나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그들의 모습들이 거침없이 나와있어서 그런지 눈에 띄는 내용들이 있었다.
좀 더 많은 작품을
접할 수 없게 된 것이 아쉽지만(이미 작가가 세상을 떠난지라...), 그럼에도 그녀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