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렇게 불행한
가족이 있을 수 있을까?
아내는 죽고, 아들은
다운증후군이라는 장애를 갖고 있다. 그리고 본인은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아버지는 남겨질 아들과
여행을 떠나기 위해 인구조사원이 된다.
제목이 무슨 뜻일까
했는데 census. 즉 총 조사를 의미하는 단어였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아버지는 A부터 Z 마을까지 아들과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인구조사원 일을 하면서
떠나는 여행이기에 여비나 여러 가지 비용은 걱정을 덜 해도 된다.
그렇게 부자는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많은 사람들을 마주치게 된다.
물론 호의를 베풀고,
방을 내주고 음식을 대접하고 그들과 시간을 보내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아이의
장애를 보고, 인구조사원 일을 보고 무시하고 상처 주는 이야기를 내뱉는 사람들도 만날 수 있었다.
인구조사를 하고 표식을
남기는 행위가 좀 낯설었다.
실제 이렇게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갈비뼈 아래에 표식을 남기는 행위(남녀 구분이 없다.)가 정말 가능할까 하는 생각과 함께 그에 아무렇지
않게 응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좀 놀라웠다.
소설 속 상황이라서
그런 것일까?
아버지와 아들은 그렇게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길 기대한다.
그들과의 대화는 길게
혹은 짧게 이어지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전한다. 삶의 이야기나 현재 이야기, 자신들의 생각과 부자의 일과 삶에 대한
판단까지...
결국 자신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아는 아버지는 R 마을에서 Z 마을까지 기차를
타고 가기로 한다.
그리고 아들이 이해할
수 있는 정도에서 자신의 마지막을 설명한다.
그렇게 아버지는 Z
마을에 남고 아들을 기차에 태워 자신의 마을로 보낸다.
아버지는 그렇게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고, 아들은 다시 세상 속으로 홀로 보내진다.
이 소설을 보면서
조창인의 가시고기가 떠올랐다.
물론 지극정성을 들이며
자신의 몸까지 주는 헌신적인 아버지와 달리, 센서스 속 아버지는 무심한 듯 아들과 함께 여행을 떠난다.
아들에게 헌신적으로
뭔가를 주지는 않지만 자신의 남은 마지막 시간을 아들과 보내기로 마음먹고 실행하는 것.
그리고 아들이 혼자
맞닥뜨리게 될 세상이 그리 녹록하지 않다는 것을 여행을 통해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이 또한 아버지의
헌신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막 감정을 자극하지는
않지만, 일상의 이야기를 담담하고 절제해서 쓴 장면 장면이 오히려 구슬프게 느껴지는 것은 대놓고 슬픔을 드러내지
않아서가 아닐까?
이미 이들의 상황이
슬픔을 내재하고 있기 때문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