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초보는 아니기도
하고, 무엇보다 처음 요리를 배울 때부터 눈대중이었기 때문에
다행히 줄리언 반스 같은 당황스러움은 덜했던 것
같다.
(중간 크기의 양파?
한 움큼 이런 표현 들에 대해서 거부감이 좀 덜 한 편이다.)
물론 여기서의
당황스러움은 기존에 내가 익숙하게 하는 요리나 식재료를 만질 때만 해당된다.
요즘은 스마트폰의
영향으로 나조차, 새로운 요리를 시도할 때 레시피북을 찾기보다는
핸드폰 검색을 주로 하는 편인데 책마다 넣는
양이라던가, 양념이 다 다르기에 레시피대로 해도 실패할 확률이 좀 높은 것 같다.
(물론 줄리언 반스처럼
정확한 양을 계량하지 않고 눈치껏 넣기 때문에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레시피가 나오지는 않지만 저자가 투덜거리면서 요리하는 장면을 자꾸 상상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투덜거림은
밉기보다는 귀여워 보이기까지 했다.
(어디까지나 작가가
글을 너무 재미있고 출중하게 써서 글이 주는 콩깍지가 씌웠다고 볼 수 있다.)
특히나 요리책을 보고
만들다 요리의 순서 중 하나가 빠진 걸 발견하고(1.2.4 이렇게.. ㅋ) 고민하다가 요리가에게 전화를 하는 장면에서는
정말 작가의 직업이 요리사인지 소설가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이 역시 손님에게
대접할 음식을 만드는 것이었기에 그랬다고는 하지만... 적어도 요리 앞에서는 왕진지한 남자임이 틀림없다.)
또 하나 놀란 것이
서양이나 동양이나 부엌이나 음식에 대한 분위기는 비슷했다는 것이다.
(나는 당연히 그
옛날부터 서양 사람들은 남녀 구분 없이 요리하고, 집안일을 도울 거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하지만 작가가 어린
시절만 하더라도 형과 아버지 그리고 본인은 부엌이나 요리에 대해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대목.
본인이 요리 레시피에
관심을 갖자 어머니가 상당히 흐뭇해하셨고, 그런 어머니를 이해할 수 있었다는 대목을 읽고 우리네와 그리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티브이에서 본
내용이 이 책을 읽는 동안 살짝 겹쳐졌다.
요리는 누군가를
생각나게 해준다.
그리고 요리는 나와
다른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한 도구인 것 같다.
혼자 먹기 위한 요리를
하는 사람보다, 가족이나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해 요리하는 사람이 많다.
요리의 대상이 맛있게
먹어 준다면 그걸로 노고는 잊힌다.
아마 그래서 요리는
나름의 중독성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줄리언 반스
역시 툴툴거리면서도 레시피북을 뒤적인 것은, 부엌을 떠나지 못한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