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대신 욕망

희망 대신 욕망 - 욕망은 왜 평등해야 하는가
김원영 지음 / 푸른숲 / 2019년 4월

나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있다. 생각보다 좀 큰 편이다.

아마도 대부분의 장애를 가지지 않은 사람들이 장애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을지 모르겠다.

장애인 본인뿐 아니라 장애를 가진 가족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별개로 비장애인들은 여러 가지 편견을 가지고 있다.

나의 경우 장애인을 처음 본 게 유치원 다닐 때였다.

같은 유치원을 다니는 친구 중 한 명이 손가락이 몇 개 없는 아이였다.

선천적인 것인지, 후천적인 것인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한쪽 손가락 몇 개가 붙어있어서 자유롭게 손가락을 움직이는 게 어려운 친구로 기억한다.

그리고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만난 친구 한 명은 어린 시절 수술을 잘못 받아서(성대 수술로 기억한다._ 발음이 어눌하고  말을 잘 못하는 친구였다.

그 당시 그 친구들은 놀림의 대상이 되었던 것 같다. 물론 나에게는 나쁘지도 좋지도 않은 기억이

남아있긴 하지만...

나 역시 가끔 힘들 때 도와줬던 기억은 있지만 그 아이들과 친하게 지내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이 책의 저자 김원영 변호사는 골형성부전증으로 아무 이유 없이 뼈가 부러지는 증상의 병을 앓고 있어서 보행이 힘들다.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휠체어 생활을 하고 있다.

이 책은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보다 먼저 쓴 "나는 차가운 희망보다 뜨거운 욕망이고 싶다"라는 제목의 책의 개정판이다.

20대 때 썼던 글이 들어있고, 자신의 성장기에 대한 이야기도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내가 가진 장애인에 대한 편견 중 하나가 장애인의 생각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왜 내가 그런 편견을 가지게 되었을까 의문이 들었다.

장애인은 우리와 같지만 단지 몸이 불편할 뿐인데(정신 혹은 일부 발달장애인을 제외한다면),

그들이 비장애인 같은 욕구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성에 대한 호기심도, 학문에 대한 열의도, 사람에 대한 그리움도 말이다.

물론 어떤 면에서 사람들과 대할 기회가 비장애인에 비해 적기 때문에, 사람의 관심이나 반응에 조금은 적극적인 감정을 가질 수 있긴 하지만 말이다.

또한 이렇게 젊은 나이부터 이렇게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글을 쓸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

물론 이 또한 내가 가진 편견이었던 것 같다.

장애인은 자신의 머리와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 무언가 때문에 답답하고 힘겨워한다.

거기에 주위에 시선이 마음까지 장애인으로 만든다.

아마 나 또한 거기에 한몫을 했다는 것에 미안함을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 덕분에 장애인에 대한 내 생각 속 편견을 조금이나마 걷어낼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저자가 글을 썼던 그 당시에 비해 조금은 바뀌었지만(그렇게 믿고 싶다.) 아직도 사회 곳곳에 드러나 있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고립, 실제적인 활동의 어려움과 제약 등에 대해 조금은 더 적나라한 하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어쩌면 그런 상황 속에서 일궈낸 모든 것이(비장애인이라면 일상적인 것이겠지만,

장애인 입장에서는 외출을 포함한 일상 자체가 모험이고 어려움이다.) 몇백 배 더 값진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이야기하고 싶다.

이 한 권의 책으로 내가 가진 모든 편견을 걷어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을 모두에게 감히 추천하고 싶다. 특히나 나처럼 장애인에 대한 어떤 편견이라도 가지고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강권한다.

아마 당신의 머릿속에 있는 편견이 조금이나마 지워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일상의 힘겨움을 오래도록 감내하고 있는 모든 장애인들에게 박수와 용기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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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