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막에 대한 동경 아닌 동경이 있다.
끝없이 펼쳐지는 모래와 그 안에 있는 작은 오아시스. 끝없이 올라가는 낮 기온과 끝없이 떨어지는 밤
기온...
언젠가 한 번은 사막을 여행하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동경은 중동이다.
다른 어떤 나라보다 배타적이고, 종교적인 그들의 삶이 내심 궁금했다.
아마 여러 가지 제약이 많고 아직도 위험한 나라들에 속하는 곳들이라서 아무나 범접할 수 없기에 그런 동경이 생긴 듯 하지만
말이다.
그런 내게 가보지 못한 나라를 여행하는 기분을, 그곳에서의 삶을 보여주는 책 한 권이 생겼다.
바로 "만약 사막을 만나지 않았더라면"이라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이혼을 하고 영국인 남편을 따라 사우디에 가서 3년가량을 살았다.
모든 것이 낯설고 이질적인 그곳에서의 삶에 대해 저자의 눈을 통해 본 사우디는 사실 내가 동경한 것만큼 멋진 곳이
아니었다.
정말 아직도 이런 나라가 있을까? 정도의 심한 남녀 차별이 아무렇지 않게 존재하는 나라였다.
사실 어느 정도 인지는 하고 있었는데(아바야나 히잡을 쓰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ㅠ), 내가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1/100 정도도 안 되는 것이었다.
우리나라를 옹호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에 태어난 것을 감사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여자의 삶은 너무
비참했다.
첫 장면부터 사실 가슴이 답답하기도 했다.
사람이 죽어가는데, 단지 여자이고 아바야를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길 속에서 죽어가야 했던 2002년 마카 여학교
화재사건이
사우디가 아니라 다른 나라였다면 절대 상상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여성이 그곳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아바야는 기본이고 모든 것을 남성에 의해 시도하고 해결해야 할 지경이었다.
또한 외국인이라도 자유롭게 나라 밖으로 나갈 수 없기도 했다. 정부의 허락(출국 허가서)이 있어야 한다는
것.
이 또한 상당히 놀라울 뿐이었다.
한국에서 큰 상처를 안고 그 먼 곳으로 떠난 저자의 마음이 어땠을까 감히 상상해본다.
저자의 눈물이 책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것 같았다.
두 자녀를 한국에 두고, 이혼녀라는 타이틀로 인해 숨 막히고 본이 아닌 차별을 받고, 힘들게 하루하루를 살고 있기에
문화가 너무나 다른(아니 너무나 배타적인) 곳에서의 생활도 외국인 남편과의 재혼도 모든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그럼에도 그곳을 떠난 후에도 그녀는 그곳에 대한 기억과 그곳에 남겨진 그녀들의 삶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역시 사람은 동경만으로 살 수 없다. 또한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 고마운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