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이 책을 읽으면서 너무 평범한 일상이 그려져 있어 예쁜 그림체 외에는 별반 감흥을 못 느꼈다.
너무 평범해 보이는 일상의 아침과 식사시간과 놀이 그리고 잠자리가 그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는 나와 달랐다.
자신의 일상을 똑같이 따라가는 곰을 보면서 신기해했고, 평소에는 함께 하지 못하는 아빠의
부재를 곰을 통해 보게 되니 부러움도 느껴졌던 것 같다.
아빠보다 자주 함께하는 엄마가 책 속에 없다는 것 또한 아이에게는 색다른 느낌이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며칠 후 아빠와 단둘이 갔던 여행 덕분에 그랬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여행 후 아이와 다시 읽게 된 책에서 그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내가 어쩌면 주도하다시피 한 아이의 일상이 아이에겐 어떤 느낌일지 한 번도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는데, 책에 같이 들어있는 작은 4개의 소책자가 그런 질문을 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덕분이 우리의 책 읽기는 일방적이 아닌 쌍방의 읽기가 되었던 것 같다.
내 물음 하나하나에 아이는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마치 엄마가 물어봐 주길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말이다.
물론 그 질문에서 꼬리를 물고 다른 질문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아이와 이야기를 이끌어갈 수 있는 소중한 소스가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아이 또한 서투른 말로 자신의 생각을 짧지만 조금씩 풀어갈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하브루타(유대인의 교육법)가 뭔지 잘 몰랐지만, 이렇게 하나 둘 질문과 답을 통해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것이 그 교육의
시작이 아닌가 싶다.
어쩌면 너무나 평범한 책과 평범한 질문들이었지만, 아이와 내게는 그 어떤 책보다 편안하고 따뜻하고 많은 것을 느끼게
했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