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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 김열규 교수의 지식 탐닉기
김열규 지음 / 비아북 / 2010년 7월
평점 :
사실 내가 어릴때부터 '공부'를 좋아했다고는 차마 말할 수 없다. 딱히 공부를 열심히 하는 편도 아니었는데다가, 공부와는 상관도 없는 책들만 줄창 읽어댔으니 말이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가며, 역시 다른 것보다는 공부하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신간 중 눈길을 끌던, 그래서 기대하고 있던 김열규 교수님의 책 <공부>는 제목만 봐서는 굉장히 무거운 내용을 다루고 있을 듯 하다. 하지만 막상 읽어 보면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 나갈 수 있는 일종의 공부에 대한 에세이 모음집이다.
이 책을 읽으며 제일 먼저 생각난 것은, 민태원의 <청춘 예찬> 혹은 이양하의 <신록 예찬>과 같은, 어떤 대상을 예찬하는 데에 중점을 둔 에세이들이었다. 이 책 역시 공부의 좋은 점, 공부하는 즐거움, 선비들의 공부 방법, 책 읽는 맛, 진정한 공부 등 공부를 찬미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김열규 교수님의 어린 시절과 공부에 탐닉하게 된 계기, 어른들 몰래 소설을 읽던 이야기 등 저자의 공부 경험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하지만 좀 아쉬운게, 어떻게 해서 국문학과 한국학을 연구하게 되었는지와 같은 좀 더 전문적인 공부로 들어섰을 때의 이야기는 없고 주로 어린 시절의 공부 이야기만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뭔가 중요한게 빠진 느낌이 든다. 또한 대한민국을 '공부 공화국'이라고 하면서 그로 인한 수많은 악습과 폐단, 그리고 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는 점 역시 아쉽다.
그리고 글 읽기와 글 쓰기에 대한 부분에서는 고전주의와 낭만주의, 리얼리즘, 자연주의, 형식주의, 구조주의 등의 사조에 대해 간단하게 언급하며 지나가고 있고, 시를 읽는 방법을 두보의 시를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논증과 논리적 글 쓰기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마치 대학의 교양국어나 문학개론 수업을 듣는 느낌이다. 문학의 방대한 영역을 약간씩만 맛보고 지나가는 느낌으로, 아무래도 너무나 추상적이고 큰 주제인 '공부'를 다루고 있다 보니 전체적으로 굉장히 일반론적으로 흘러가는 면이 있다. 그리고 책의 후반부에서는 평생학습이 자연스러워진 시대인만큼, 늘어나고 있는 샐러던트(공부하는 직장인)와 만학도 등의 이야기와, 모바일 기기와 스마트폰 같은 최첨단 기기를 사용하는 공부 이야기로 끝을 맺고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좀 아쉬웠던 것은, 스마트폰으로 터치하며 공부하는 호모 핑거(homo finger)와 같은 신기술 관련 개념들이었다. 사실 스마트폰의 기능은 공부와 관련된 것이라기보다 즐기고 노는 엔터테인먼트적 기능이 주를 이루고 있고, 아직은 많은 사람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공부하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전자책 같은 것이 슬슬 보급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책 하면 종이로 된 전통적인 방식의 책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런 것들이 대세가 되었다고 말하기에는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느낌이 강하다. 이 책의 신기술에 대한 언급에서,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고 나는 그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고 있다는, 일종의 자기만족과도 같은 느낌을 받은것은 나뿐일까. 하지만 이 책은 분명 좋은 점도 많이 가지고 있다. 공부에 대한 크나큰 애정과 성실하고 꾸준한 자세는 우리가 반드시 본받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