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하는 인간 호모루두스>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게임하는 인간 호모 루두스 - 존 내시의 게임이론으로 살펴본 인간 본성의 비밀
톰 지그프리드 지음, 이정국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존 내시, 노벨 경제학상을 타낸 정말이지 천재적인 재능의 소유자로 영화 <뷰티풀 마인드>에 등장했던 수학자다. 수학이 곧 괴로움이었던 순수 문과계 인간인 나는 내시의 이론 같은 것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얼마 전 읽은 이 책 <게임하는 인간 호모 루두스>에서는 내시의 게임이론과 그것을 바탕으로 한 수많은 학문 분야에 대해 다루고 있다. 게임이론은 경제학에 사용될 목적으로 개발된 것으로 이제는 자연과학의 여러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으며 인간의 본성과 행동에 대한 연구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물론 이 책 한권으로 게임이론에 대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렵게 느껴지는 게임이론에 전보다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었던 점은 꽤 높이 살만 하다. 

인간은 오래 전부터 게임을 해 왔고,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가장 효과적으로 게임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왔다. 하지만 현대의 게임이론은 20세기에 들어와서 폰 노이만의 논문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는 체스 게임에 대한 이론을 경제학에 적용시켜서, 모든 상황을 커버해주는 최적의 전략이 항상 존재하는가에 대해 연구했다. 이는 수학적으로 꽤 복잡하고 힘든 과정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각종 예시들이 어려운 이론을 약간이나마 이해하게 도와준다. 유명한 '죄수의 딜레마'와 변절자를 응징하는 '공공재 게임' 등의 예는 다자간 게임에서의 내시 균형을 연구하는데 초석이 되고 있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서 나왔던 개념인 '매-비둘기 게임'과 인간의 상호 협력과 이타성에 대한 이야기 역시 등장하고 있다. 먹이를 더 많이 먹으려면 매가 되어야 할까, 비둘기가 되어야 할까? 내가 저 사람을 도와주면 나에게 유리할까?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방식은 현명한가? 이러한 문제들이 모두 게임이론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이 꽤 흥미로웠다.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생소한 학문 분야들이 많이 등장하는 것이 눈길을 끌었다. 신경경제학, 진화심리학, 심리역사학, 사회물리학 등의 여러 학문의 조합으로 생겨난 새로운 학문들에 대한 이야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하고 있다. 학문 간의 경계가 사라지는 것이 요즘의 추세이기 때문일까. 이 책 한권에 참으로 다양한 학문과 주제가 포함되어 있어서 광범위하고 당황스러운 느낌도 들지만, 이 주제들은 서로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과연 인간의 행동을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을 것인가?" 이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의 후반부에서는 오래 전 이야기가 아닌, 불과 몇년 전에 등장한 논문이나 개념 등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최신 연구 트렌드를 알 수 있는 점이 좋다. 하지만 점점 페이지가 뒤로 갈수록 전문적인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여 읽는데 약간은 애를 먹었다. 부록에 있는 '내시 균형 계산하기' 같은 공식들은 나같은 문과계는 보는 것만으로 현기증이 났다. 이건 좀 과감히 생략하고 싶다. 평소에 자연과학 서적을 자주 읽는 편인데도 읽기가 그다지 수월한 편은 아니었다. 
 


댓글(0) 먼댓글(1)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자유의지와 결정론 사이의 화해
    from 101번째 글쓰기 2010-08-28 03:24 
    게임하는 인간 호모 루두스 - 톰 지그프리드 지음, 이정국 옮김/자음과모음(이룸) 이 책을 읽고 있는 도중에 재미있는 경험을 하나 했다. 중학생 아들을 둔 어느 어머니께서 트위터를 통해 내게 물으셨다. "아들이 이 책을 읽고 싶어하는데 읽어도 될까요?" 그 중학생은 아마도 이 책의 부제에 매혹되었을지도 모른다. '게임하는 인간'. '존 내시의 게임이론으로 살펴본 인간본성의 비밀'. 게임이론을 알게 되면 또래들 중에서 게임을 가장 잘 하게 되지 않을까..
 
 
 
<공부>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공부 - 김열규 교수의 지식 탐닉기
김열규 지음 / 비아북 / 201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실 내가 어릴때부터 '공부'를 좋아했다고는 차마 말할 수 없다. 딱히 공부를 열심히 하는 편도 아니었는데다가, 공부와는 상관도 없는 책들만 줄창 읽어댔으니 말이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가며, 역시 다른 것보다는 공부하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신간 중 눈길을 끌던, 그래서 기대하고 있던 김열규 교수님의 책 <공부>는 제목만 봐서는 굉장히 무거운 내용을 다루고 있을 듯 하다. 하지만 막상 읽어 보면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 나갈 수 있는 일종의 공부에 대한 에세이 모음집이다.  

이 책을 읽으며 제일 먼저 생각난 것은, 민태원의 <청춘 예찬> 혹은 이양하의 <신록 예찬>과 같은, 어떤 대상을 예찬하는 데에 중점을 둔 에세이들이었다. 이 책 역시 공부의 좋은 점, 공부하는 즐거움, 선비들의 공부 방법, 책 읽는 맛, 진정한 공부 등 공부를 찬미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김열규 교수님의 어린 시절과 공부에 탐닉하게 된 계기, 어른들 몰래 소설을 읽던 이야기 등 저자의 공부 경험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하지만 좀 아쉬운게, 어떻게 해서 국문학과 한국학을 연구하게 되었는지와 같은 좀 더 전문적인 공부로 들어섰을 때의 이야기는 없고 주로 어린 시절의 공부 이야기만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뭔가 중요한게 빠진 느낌이 든다. 또한 대한민국을 '공부 공화국'이라고 하면서 그로 인한 수많은 악습과 폐단, 그리고 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는 점 역시 아쉽다.

그리고 글 읽기와 글 쓰기에 대한 부분에서는 고전주의와 낭만주의, 리얼리즘, 자연주의, 형식주의, 구조주의 등의 사조에 대해 간단하게 언급하며 지나가고 있고, 시를 읽는 방법을 두보의 시를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논증과 논리적 글 쓰기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마치 대학의 교양국어나 문학개론 수업을 듣는 느낌이다. 문학의 방대한 영역을 약간씩만 맛보고 지나가는 느낌으로, 아무래도 너무나 추상적이고 큰 주제인 '공부'를 다루고 있다 보니 전체적으로 굉장히 일반론적으로 흘러가는 면이 있다. 그리고 책의 후반부에서는 평생학습이 자연스러워진 시대인만큼, 늘어나고 있는 샐러던트(공부하는 직장인)와 만학도 등의 이야기와, 모바일 기기와 스마트폰 같은 최첨단 기기를 사용하는 공부 이야기로 끝을 맺고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좀 아쉬웠던 것은, 스마트폰으로 터치하며 공부하는 호모 핑거(homo finger)와 같은 신기술 관련 개념들이었다. 사실 스마트폰의 기능은 공부와 관련된 것이라기보다 즐기고 노는 엔터테인먼트적 기능이 주를 이루고 있고, 아직은 많은 사람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공부하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전자책 같은 것이 슬슬 보급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책 하면 종이로 된 전통적인 방식의 책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런 것들이 대세가 되었다고 말하기에는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느낌이 강하다. 이 책의 신기술에 대한 언급에서,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고 나는 그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고 있다는, 일종의 자기만족과도 같은 느낌을 받은것은 나뿐일까. 하지만 이 책은 분명 좋은 점도 많이 가지고 있다. 공부에 대한 크나큰 애정과 성실하고 꾸준한 자세는 우리가 반드시 본받아야 할 것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고세운닥나무 2010-08-07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올초에 5기 신간서평단 - 그 때도 인문분야였는데요 - 으로도 활동했는데, 그 때엔 그래도 읽을만한 책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좀 너무한다 싶네요.
아직 두 달이 남았으니 기대해 봐야죠^^

교고쿠 2010-08-07 19:28   좋아요 0 | URL
역시 이번에 좀 그렇지요? 저는 전에는 신간서평단을 하지 않았지만 6기때 책들을 보니 참 좋던데... 7기는 쪽박인듯 합니다. ㅜ.ㅜ
 
<마을이 학교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마을이 학교다 - 함께 돌보고 배우는 교육공동체 박원순의 희망 찾기 2
박원순 지음 / 검둥소 / 201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에게 있어서 교육 하면 떠오르는 것은 경쟁, 시험, 체벌 등의 부정적인 것들이다. 실제로 중학교 시절에 지독한 단체기합(반에서 어떤 사건이 벌어지면 그 반 전체를 다음날 걸음도 제대로 못걸을 정도로 두들겨패고 오리걸음 따위를 시킴), 싸대기를 때리고 발로 차는 교사, 교도소보다도 빡빡했던 규정 등을 경험하면서 결코 교육에 대해 좋은 생각을 가질 수 없었다. 공부 강요도 아주 심해서 초등학교 때는 다른 반과의 경쟁에서 이기게 하기 위해서 담임이 무슨 시험이 있으면 그 시험 보기까지 매일 모의문제를 풀게 해서 틀린 갯수대로 때렸고(아무리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라도 맞을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하루 종일 하나도 안 틀리겠는가?), 중학교 때 역시 매일이 조마조마한 날들이었다. 고등학교에 가서야 그러한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성인이 되고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에도 그 트라우마는 남아있다. 아마 지금도 학교의 현실은 별로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 <마을이 학교다>를 보며, 이런 학교들도 있구나 하고 꽤 놀랐다. 제도권 교육 안에서는 이루어질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여기 등장하는 풀무학교, 성장학교 '별', 성미산학교, 이우학교, 아힘나평화학교 등의 대안학교들과 일반 학교들 중에도 신나게 공부하고 배울 수 있는 몇몇 학교들의 예를 보며 부럽기도, 씁쓸하기도 하였다. 부러웠던 것은 떠먹여 주는 것이 아닌 스스로 공부하는 능력을 키우고 창의력을 기르며 마을 공동체와 어울려 배우면서 지역과 학교가 하나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씁쓸했던 것은 대안학교 같은, 뭔가 '표준'과 다른 학교들은 문제아들이나 공부하기 싫은 학생들이 가는 것이라는 일종의 낙인이 찍혀 있고, 또 그 수가 적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선택의 여지 없이 극심한 경쟁과 체벌 따위를 오늘도 내일도 겪으며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항상 대안(alternative)이라는 것에는 이상적인 면이 있지만, 실제에 적용되기란 너무 힘든거 같아서 안타깝다.

또한 이 책은 어린 학생들의 교육에 대해서만 다룬 책이 아니다. 청소년들이 공부하고 활동할 수 있는 공부방이나 문화공동체, 도서관 등의 사례도 나와 있고, 마지막 챕터에서는 코뮤넷 수유너머, 풀뿌리학교 등의 평생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 코뮤넷 수유너머에 대한 것인데 공부와 삶이 일치하는 공동체를 표방하는, 같이 밥해먹으며 공부하는 곳이라고 한다. 다양한 배움의 네트워크가 만들어져 20대와 60대가 같이 공부하고, 직장인들을 위한 과정도 개설되어 있다. 사회운동가는 항상 가난하지만, 안정이 되면 수련하는 밀도가 저하되어 좋지 않다는 말이 꽤 인상깊었다. 너무 편해지면 마음이 풀어진다는, 그 뜻을 나도 마음 속에 새기고 살아갈 것이다.

확실히 무엇인가를 변화시키는 것은 어렵다. 기존 권위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을 이해시켜야 되고, 때로는 욕도 먹을 것이다. 시간도 돈도 많이 들고, 그렇다고 해서 눈에 확 보이게 한번에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조금씩 조금씩 교육을, 그리고 세상을 변화시켜 나가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너무 낙관주의적이라는 감은 있지만, 이 책을 쓴 '소셜 디자이너' 박원순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그들이 바로 세상의 빛과 소금이다. 앞으로 이런 움직임이 더 확산되어,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휘세르 안티 블레미쉬 컨트롤 시리즈 스페셜 S
코델
평점 :
단종


과민감성 피부인데다가 알콜이 들어있는 화장품을 쓰면 눈이 따가워서(렌즈도 안 끼는데 묘한 일이다. 각막이 굉장히 민감한듯 하다) 다른건 몰라도 무조건 무알콜에 순한 것만 찾아서 사용해왔다. 그러다가 휘세르 스페셜 S 수면팩을 사용하게 되었는데 무향, 무색소, 무파라벤, 무알콜이라 꽤 호감이 갔다. 평상시에 팩은 자주 하는데 수면팩 종류는 사용감이 무겁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서 이걸 잘 쓸수 있을지 고민했다. 


신기한 것이, 식품 등을 배송할때 쓰이는 스티로폼 박스에 포장되어 왔다. 요즘에 기온이 높아서 화장품이 상할까봐 그런 듯 하다. 스페셜 S 수면팩과 휘세르 제품 팜플렛, 그리고 step 1과 step 2 샘플과 제품에 붙이는 사용기간 스티커가 들어 있었다.   

투명한 젤 제형으로 되어 있으며, 향기는 향을 첨가하지 않은 제품 특유의 묘한 향이 난다. 일종의 민트향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렇게 싫은 향은 아니라 다행이다. 이 제품을 뒤에 써진 대로 500원 동전 크기로 덜어서 우선 기초를 다 바르고 사용해보았는데, 보통은 기초 다 한 다음에 수면팩 종류를 바르면 유분이 너무 많아 답답하다. 그런데 이 제품은 민감트러블성 피부를 위한 것이라 그런지 오히려 바르기 전보다 더 뽀송하다. 먼저 바른 기초의 유분기도 좀 잡아주는 느낌이다.  

이 제품을 사용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트러블이 확 사라지거나 하지는 않는데(당연하다. 화장품이 약도 아니고) 피부를 좀 진정시켜 주고 편안한 느낌이다. 양도 많아서 오랫동안 쓸 수 있을듯 하다. 그런데 제품 설명에도 홈페이지에도 사용빈도에 대한 이야기가 없어서, 며칠마다 한번씩 사용하면 좋을지 알 수 없는게 흠이다. 그저께와 어제 연속으로 써봤고, 우선은 1주일에 1~2번 정도 사용하려고 한다. 

사실 못 들어본 브랜드라 좋을지 어떨지 알수가 없었는데 무알콜이라는 것만으로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시원한 사용감과 피부 진정 효과 역시 좋은 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을 바르면 뽀송, 매트해지는 감이 있어서 약간 건성인 나로서는 봄,여름에만 써야 될 듯 하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휘세르 2010-07-23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휘세르 판매자 입니다.
위 제품은 얇게 펴발라 평상시 세럼 대용으로 사용가능하며,
팩으로 사용시 주 2~3회 정도 클렌징 후 스킨으로 피부톤을 정리 한 다음 적당량을 도포하여 충분히 흡수 시킨 다음 싯어낼 필요 없이 바로 잠자리에 들어도 좋습니다.

교고쿠 2010-07-23 15:57   좋아요 0 | URL
오, 감사합니다. 사용감이 무겁지 않아서 마음에 들었어요. ^^
 
철서의 우리 上 백귀야행(교고쿠도) 시리즈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김소연 옮김 / 손안의책 / 201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현재 교고쿠 나츠히코의 작품 중 추젠지 아키히코(속칭 교고쿠도) 등장 작품은 총 9권이다. 그 중 <우부메의 여름>, <망량의 상자>, <광골의 꿈>은 이미 번역 출간 되었으나 그 뒤편이 오랫동안 나오지 않아서 매니아들을 안타깝게 했다. 그러던 중 지난달에 <철서의 우리>가 출간되었다.

다른 작품들에서 알 수 있듯, 제목에 꼭 요괴 이름이 들어간다. '철서'는 어떤 승려가 원한을 품고 변신한 요괴라고 한다. 일본에는 요괴 이야기, 그러니까 민속학적 자료가 풍부해서 참 좋다. 교고쿠도 시리즈가 항상 그렇듯, 교고쿠도의 장광설은 <철서의 우리>에서도 여전하고, 일본 선종에 대한 자료가 아주 풍부하다. 공안과 선문답, 그 외에 불교적인 이야기가 꽤 많이 등장한다. 자료 발굴차 하코네의 산속으로 들어간 교고쿠도와 세키구치는 언제나처럼 기괴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데, 하코네 깊은 산속에 있던 명혜사의 승려가 좌선을 하는 자세로 살해된 것을 시작으로 승려들이 하나씩 죽어나간다. <우부메의 여름>에 등장했던 의사 구온지 노인과 스가노도 다시 등장하고, 읽으면서 왠지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과 비슷한 구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미의 이름>에서 호르헤 노인이 수사들을 살해한 동기가 바로 '웃음'에 관한 책 때문이었다면, 여기서 범인(누구인지 굳이 스포일링하지는 않겠음)이 승려들을 살해한 동기도 꽤 의외의 것에서 비롯된다. <장미의 이름>에서 수도원 내에 동성애 관계를 맺고 있던 수사들이 있었다면, <철서의 우리>에서도 동성애 관계에 있는 승려들의 삼각관계 비슷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장미의 이름>에서 살해된 수사들이 돼지 피가 들어있는 큰 통에서 발견되거나 그 외에 기묘한 모습들로 발견되었다면, <철서의 우리>에서도 살해된 승려들이 좌선을 하는 자세, 변소에 거꾸로 박힌 자세 등의 이상한 모습으로 발견된다. <장미의 이름>에서 마지막에 결국 수도원이 불타고 사라져 버렸다면, <철서의 우리>에서는 결국 남아있는 승려들도 떠나서 절이 없어져 버리고 만다.

하지만 <장미의 이름>의 아류작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 교고쿠도 특유의 장광설과 요괴 이야기, 그리고 세키구치의 우울한 모습과 에노키즈의 방방 뛰는 모습 등 교고쿠 나츠히코만의 맛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철서의 우리>쪽을 더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듯 하다. 다음 작품 <무당거미의 이치>는 언제 발간될까? 또 몇 년을 기다려야 하겠지만 굉장히 기대된다. 감히 최고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교고쿠도, 정말로 멋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