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명과 그의 벗들 경상대학교 남명학연구소 남명학교양총서 8
강정화 지음 / 경인문화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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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최고의 선비, 남명. 남명 조식과 퇴계 이황은 같은 해에 태어나 같은 시절을 보냈고 학문에 정진하였으며 수많은 제자들을 길러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조선 최고의 기절로 여겨졌던 남명 조식과 그의 벗들을 소개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인물이지만 조선 최고의 선비였던 남명과 그의 벗들을 통하여 우리는 현대의 벗에대해 새롭게 생각해볼 수 있는 장을 마련한 것이 이 책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져있는 남명의 벗들이 많다. 대표적인 인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회재 이언적, 퇴계 이황, 심족당 김대유, 청송 성수침, 대곡 성운, 동고 이준경, 일재 이항, 토정 이지함 정도 일 것이다. 이외에도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남명선생님과 벗으로 지냈던 조선의 다수 인물들을 소개하고 있으며 그들과 남명이 어떤 사귐을 했는지 알 수있다. 

남명은 일생에 한 번도 직접 만나지 않은 벗을 가지고 있었다. 퇴계 이황이 대표적 인물이다. 비록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지만 편지를 주고 받으며 정신적인 벗으로서 사귀었다. 서로의 학문을 흠모하고 그리워하며 일생을 교우로 지냈던 남명 조식과 퇴계 이황...요즘 같으면 교통이 편리해 마음만 먹으면 어렵지 않게 가서 만나련만...물론 그런 연유는 '남명과 퇴계사이' 를 읽어보면 잘 알 수 있다 

평생 두 번의 만남이 있었지만 서로를 흠모하며 일생을 벗으로 사귀며 편지를 주고 받은 인물도 있으니 바로 동주 성제원이다. 그들은 첫 만남에서 몇 날을 함께 보낸뒤 헤어짐이 너무 아쉬워 눈물로 이별을 하며 이듬해 추석에 해인사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한다. 단 한 번의 만남을 가진 친구와 다음해 추석에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는 점도 쉽게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지만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억수로 퍼붓는 추운 추석 날에 해인사에 도착하니 저기 만나기로 약속한 벗이 비에 흠뻑 젖은 채로 여기를 바라보며 웃으며 서있다... 이렇게하여 남명 조식과 동제 성제원의 두 번 째 만남이 이루어진다. 그 얼마나 반갑고 기뻤으랴...그들은 재회하여 그 후 그들은 다시 만날 수가 없었다. 다음해 동주 성제원이 세상을 떠나고 말았기 때문이다. 소문으로는 이미 약속장소로 출발 하기 전에 병이 들어있는 상태였고, 친인척들이 만류하였지만 약속을 지키는 것이 군자의 도리라하여 만류에도 불구하고 약속 장소로 떠났다고 전해진다. 동주 성제원이 인생의 느즈막히 알게된 친구를 그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 하겠다. 일 설로는 악해진 체력으로 추운 추석날 비를 많이 맞은 것이 병의 원인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그렇다면 죽음을 무릎쓰고 친구를 만나러 비가 내려 병을 키울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갔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 두 사람이 남긴 만남은 후세에 영원한 감동을 주고 있다.   

 이렇듯 이 책은 남명이 벗들과 어떻게 교우를 했는지 잘 나타내주는 책이다. 더불어 벗으로서 그저 좋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벗이 벼슬에 연연해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이여겨 냉철한 조언을 마다하지 않는다. 퇴계 이황이 남명에게 출사할 것을 간곡히 권하는 편지를 보내오자 오히려 퇴계 이황에게 벼슬에 연연해하지 말라고 일침을 놓는다. 남명의 일침 때문은 아니겠지만 퇴계는 수많은 벼슬을 마다하고 어쩔 수 없는 경우에만 잠시 관직에 있다가 그만 두곤한다. 그리하여 개울가로 물러가 제자들을 가르치는데 일생을 보냈다. 그리하여 퇴계였던 것이다. 

비록 벗이라하나 필요할 때는 일침을 가하기를 마다하지 않았던 남명 조식, 현대적인 표현을 빌자면 그의 이름은 차갑고 냉철한 이성적 사고의 인물이였던 듯 싶다. 권력을 탐하지 않았고 시대가 올바로 서지 않았음을 한탄하며 벼슬길에 오르지 않았다. 왕의 수차례에 걸친 관직 수여에도 불구하고 병을 핑계로 고사하곤 했다. 그러한 성품과 학자적 기질은 권력과 타협하지 않았던 것이다. 행여 벗들 중 권력의 중심에 서있으려는 욕구를 보이는 친구에게는 가차없이 질책했다.  

현대의 교우는 남명의 시대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친구네집이 좀 가난하다고해서 사귀지 말라고 한다던지, 공부를 못한다고 사귀지 말라하는 경우가 흔한 것이 요즘 우리들의 모습이다. 한마디로 그런 친구를 사귀어서 득이 될게 없다는 것이 부모님들의 판단이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바람직하지 않은 친구관을 형성하게되고 이는 대물림된다. 세대를 거듭할 수록 벗의 진정한 뜻을 사라지고 급기야는 벗 없는 일생을 살아가게 되고 만다. 정녕 진정한 벗 하나도 있는 인생은 성공한 인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른다. 일생을 진정한 벗 하나 없이 살아간다면...그 얼마나 삭막하고 건조한 인생이겠는가... 

이 책은 좋은 벗의 사귐이란 어떤 것인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벗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벗은 신분이나 나이, 빈부, 직책등 외적인 조건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심지어 스승도 문인도 벗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벗은 모든 외적인 형식을 뛰어넘는 존재들이다. 다만 그 사람의 덕을 벗삼아 사귀는 것이다. 진정한 벗을 배울 수 있는 감동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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