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성으로 가득찬 이상한 동물의 사회, 나에게 가치관을 묻는다

십시일反 - 10인의 만화가가 꿈꾸는 차별 없는 세상 ㅣ 창비 인권만화 시리즈
박재동 외 지음 / 창비 / 2003년 8월

한편의 긴 소설도, 한편의 시도, 하나의 그림도, 한마디의 말도 우리에게 크게다가오기는 마찬가지이다. 그 안에 진정성이 담겨있고 절절한 소망이 담겨있다면 말이다.. 그 표현의 길이와는 무관하게, 그 표현의 방법과는 무관하게 깊이 깊이 가슴을 파고들지 않을 수 없다.  

십시일반은 만화의 형식을 빌어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의 가치관은 무엇인가' 라고. 이 책은 홍세화씨가 이미 언급한대로 인간의 이중성으로 만들어진 우리사회의 집단 차별을 일깨워주며 우리에게 자신의 진정한 가치관이 무엇인가를 성찰하게하는 화두를 던지고 있다. 세상의 인간은 차이가 없으되 세상의 우리들은 스스로 차별화하고 싶어한다. 그 차별화에서 오는 결과물은 이해의 결여이다. 비록 인간의 사고가 자기중심적일 수 밖에는 없지만 동물과는 분명히 다른 인간이기에 우리 인간은 서로를 마음 깊이 이해할 줄 안다. 측은 지심이 있고 수오지심을 가진 것이 인간이기에 말이다. 

이 책을 읽는 순간 한 사람의 독자로서 매우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의 약점을 정확하게 찔러오는 듯, 내 안에 존재하는 편견과 아집을 들켜버렸다. 이토록 짧은 그림과 글로 이토록 커다란 심리적 충격을 안겨주다니...아마도 내가가진 비밀스럽고 정의롭지 못한 모습을 꿰뚫어버린 듯한 10인의 통찰력에 놀랐기 때문이리라... 

십시일반은 우리의 가치관을 되돌아보게한다. 더불어 살아가야하는 인간의 바른 자세를 일깨워준다. 세상은 우리에게 그동안 정의롭지 못한 가치관을 부여해왔다. 물론 그 공모자는 우리 자신이다. 우리는 하나같이 일종의 양심의 부재와 인간에대한 왜곡된 편견을 부추겨왔을지도 모른다. 서로를 차별화하고 스스로를 타자와 분리시켜왔으며 그 동질감 부재를 우리는 어리섞은 우월감으로 발전시켜왔다. 이제 우리는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고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아야 할 때이다.  

사실상 말로는 나는 그렇지 않다고 말해보지만 곰곰히 스스로를 돌아본다면 동질감 부재에 일조해왔음을 알수가 있다. 자신의 자녀에게 1등을 하기를 소망하고, 학교 성적이 높지않은 학생과는 친구하기를 꺼려하며 자신보다 형편이 못한 친구들을 생일에 초대하지 않기도했다. 모두가 같은 학교의 같은 반 친구이지만 이렇게 우리는 차별화에 동참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느 학생은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할까봐 하교할 때 가격이 비싼 아파트로 들어가서는 친구들과 인사하고 헤어진 후에는 쓸쓸하고도 기운이 빠진 모습으로 그 옆 가격이 싼 자신이 살고있는 아파트로 걸어가곤했다. 왜 우리는 내가 살고있는 아파트의 가격이 비싸지 않다는 이유로 친구들을 속이면서까지 이토록 고독해야 하는 것일까... 그것은 우리들의 차별화가 만들어온 편견과 오만 때문이라는 것... 함께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모두 당당하게 어깨를 나란히 걸을 수 있는 사회는 오지 않으련가... 

십시일반은 그런 인간다운 사회를 소망하는 10인의 가슴아픈 절규가 담겨있는 책이다. 이 책을 읽은 후 망치로 얻어맞은 사람처럼 그렇게 한동안 언어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동안 잊고 지냈던 내 삶의 모습을 꾸짖고 있는 10인의 애달픈 절규가 들여온다. 더불어 우리 사회는 이렇데 글과 그림으로 대신 절규해주는 이들이 우리 곁에 존재하는 사회이다. 이들의 목소리는 우리를 일깨운다. 이들이 존재하는 한 우리의 사회는 그래도 희망은 있는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