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장각 각신들의 나날 1
정은궐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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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식의 글씨는 이미 궁월의 웬만한 관료들도 알고있다. 김윤식의 필체로 명자를 원하는 사람들이 줄을 설 정도다.  소설속의 왕도 김윤식의 글씨를 보며 탄복할 정도일 뿐 아니라 당상관 이상의 관료들은 그렇게 김윤식의 글씨를 원하고 있다.  

요즘은 워드프로세서의 기능이 탁원해서 대학교 지원서도 인터넷으로 입력하여 제출하는 정도이다. 과거 같았으면 손으로 일일이 생년월일과 주소등을 빼곡하게 기입해야 했었는데 말이다. 컴퓨터의 기능이 확대되면서 자필을 요구하는 업무등이 거의 사라진 상태이다보니 자필의 중요성이 점점 떨어지는 듯 하다. 

최근 대학에서 논술 시험을 치룰려면 자필을 써야하는 정도랄까...아...대학교의 시험지도 자필로 써야 할 것이다. 

좋은 필적의 중요성은 논술에서도 대학교의 시험에서도 매우 중요할 듯하다. 내용이 비록 좋다고는 하나 글씨가 나쁘면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더욱 신경을 써서 읽어야 할 것이고 읽어야할 분량이 많아진다면 정갈하고도 깔끔하며 보기 좋게 쓴 글씨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만 같다.. 

주관식 답안 제출지와 논술은 자필로 써내야 할 텐데 이처럼 깨긋하고 보기에 좋은 글씨가 채점자로하여금 약간이라도 호의적인 점수를 부여하게 하지는 않을까... 반대로 내용은 좋을 지 모르나 성의가 없어보인다든지 악필인지라 글의 내용을 알아보기 힘들정도라면 좋은 점수를 따내는 것이 쉽 않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선준의 그 엄격하고 간깐하기로 소문난 아버지의 마음을 서서히 무너뜨리고 결국 자신의 편으로 이끌어 준 결정적인 계기도 김윤식의 필체였다. 왕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글씨체를 가진 김윤식...그러므로 고얀지고~..김윤식... 

글씨가 그 사람의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면 과장된 표현일지는 모르지만 그사람의 성격을 분명히 일부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 듯하다. 어느 책은 조선의 글씨들을 분석한 자료를 바탕으로 출간 되었다고 한다. 올곧고 정의로웠던 선조들의 글씨...나라를 팔아 넘긴자들이 남긴 글씨...등등을 면밀히 분석하여 글씨의 주인들을 상대로 성격과 심리등을 분석했다는 것이다. 

김윤식의 글씨는 아마도 글씨를 보는 사람을 감동시켰나보다. 그러지 않고서야 그토록 완고하며 체통과 가문을 중시하던 노론의 수장격이던 가랑의 아버지가 정적이었던 남인의 여식을 며느리로 받아들이기로 한 것을 보면 말이다. '성균관 각신들의 나날'에서는 주인공인 4인방들의 각신으로서의 파란 만장한 생활을 중심으로 그리고 있다. 하지만 김윤식의 필체는 매우 중요한 소설의 진행 라인이자 소설의 갈등을 서서히 반전시켜 나가는 핵심적인 소재이다.   

이 책을 읽는 대다수의 독자들 중에는 학생의 신분으로 있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드라마가 나오기도 전에 이미 이 소설을 읽지 않은 중학생이 거의 없다는 아이들의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 소설을 읽는 중학생들에게 김윤식이 선준 아버지의 마음을 들려놓는 결정적인 모티브라는 점을 강조해주고 싶다. 글씨를 잘 쓰라는 말은 아니다. 비록 잘쓰는 글씨는 아닐지라도 스스로 쓸 수있는 자신의 글씨에 정성을 담고 마음을 담는다면 그 마음은 나의 글을 읽는 독자에게 분명히 전달 될 것이라는 점을 조언하고 싶을 뿐이다.  

드라마에서도 김윤식의 글씨를 자주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램이지만 아직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김윤식의 글씨를 부각시키는 장면이 나와주었으면 하는 바램은 드라마를 보는 학생들에게 글씨를 잘 쓰라고 백마디 하는 것 보다 휄씬 더 효과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제발 그래주기를...

마음은 말로전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진지하고도 정성이 담긴 글씨야 말로 말보다 백배는 더 진지하게 다가가 상대방을 감동시킬 수 있다고 말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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