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노벨레 문지 스펙트럼
아르투어 슈니츨러 지음, 백종유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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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이야기이지만 지금과 다른 것이 무엇인가. 근대 사회가 형성되면서 행복한 가정에 대한 사회의 규범이 생기는 와중에, 인간의 욕망에 대한 묘사가 매우 흥미롭게 그려진다. 아마 요즘 소설이라면 더 나아갔을 수도... 지난 세기 초, 인간 내면의 탐구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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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트의 별 - 우주 크기의 실마리를 푼 여성 천문학자 헨리에타 리비트의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
조지 존슨 지음, 김희준 옮김, 이명균 감수 / 궁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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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아타카마 사막에서 찍은 은하수와 (대, 소) 마젤란 성운. 마젤란 성운은 남반구에서만 관찰 가능하다. 페르디난드 마젤란은 지구일주 항해를 할 때 이 성운들을 이용하여 방향을 잡았다고 하며, 이후 그의 이름이 붙게 됐다.


헨리에타 스완 레비트Henrietta Swan Leavitt(1868~1921)는 미국의 천문학자이다. 20세기 초 하버드 대학 천문대에서 '컴퓨터'로 일하며 현대 천문학의 초석을 놓는 '레비트의 법칙'을 발견했다. 20세기 초 천문학은 밤하늘의 사진을 찍어 별들의 밝기를 측정하고 목록을 만드는 방대한 작업을 했었는데, 이러한 매우 지루하지만 중요한 작업을 '컴퓨터'라 불리는 여성 '조수'들이 수행했다. 레비트는 마젤란 성운을 찍은 사진 건판을 분류, 정리하며 1777개의 변광성을 발견했으며, 밝은 변광성일수록 긴 주기를 갖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발표했다. 이것이 '레비트의 법칙'이다. 


레비트의 법칙을 기반으로 허블은 안드로메다 성운까지의 거리를 재서, 안드로메다 성운은 우리 은하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은하와 마찬가지인 별도의 은하라는 사실을 밝혔다. 이후, 이러한 발견은 멀리 있는 별일수록 더 빠른 속도로 멀어진다는 허블의 법칙으로 이어지고, 결국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주게 된다.  


이 책은 20세기 초, 한 여성 과학자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게 해주지만, 레비트가 남긴 개인적 자료가 별로 없는지라 그의 내면을 엿보기에는 좀 부족한 느낌이 있다. 하지만 당시 여성 과학자가 처한 어려운 현실에 대해 곱씹을 수 있게 한다. 또한 20세기 초 천문학이 급격히 발전하던 시기의 여러 논쟁에 대해, 그리고 그 속에서 레비트의 연구가 한 역할에 대해 잘 알려준다. 


번역이 조금 더 좋았더라면 더 읽는 재미가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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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복잡하고 미묘한 이야기이다. 20세기 초 근대화 과정을 거치는 일본의 모습을 잘 볼 수 있다. 미야자키 감독의 마지막 작품이라는데, 그의 이전 작품들과는 달리 어른들을 위한 영화이다. 감독 본인을 위한 작품일 수도 있겠다. 전쟁을 싫어하면서도 비행기를 좋아한다는 그의 내면을 엿볼 수 있다. 주인공은 실존인물인 비행기 설계자 호리코시 지로[1]인데, 러브 스토리 부분은 호리 타츠오[2]가 쓴 동명의 소설 '바람이 분다'에서 가져왔다고 한다[3]. 


여러 복잡다기한 메시지가 숨어 있는데, 역시 핵심은 꿈을 좇는 한 사내의 이야기이다. 비행기를 사랑하지만 비행기가 전쟁 무기로 쓰일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한 반전의 메시지도 숨어 있다. 국내에서는 일본 침략무기의 대표인 '제로센' 전투기를 미화했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편 일본에서는 우익들로부터 반전 메시지 때문에 비판 받았다고 한다.


호리코시 지로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로서 이탈리아의 비행기 설계자인 카프로니 백작이라는 실존인물이 나온다. 미야자키 감독의 회사명인 Studio Ghibli의 Ghibli는 카프로니의 비행기 이름 중 하나라고 한다. 비행기에 대한 영화라 그런지 바람 부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불어오는 바람은 주인공의 비행기에 대한 꿈을 나타내는 동시에 인생의 우연성을 상징하는 듯 보인다. 더불어, 잡을 수 없는 행복, 격동의 시대 등등, 이 외에도 여러 의미를 붙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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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돼지 님의 글을 보고 벼르다가 드디어 넷플릭스에서 봤음을 밝힌다.

[1] 호리코시 지로堀越二郎(1903~1982), 일본의 비행기 설계자. '제로센'의 설계자로 알려져 있다.

[2] 호리 타츠오堀辰雄(1904~1953), 일본의 소설가.

[3]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로 번역되는 프랑스의 시인 폴 발레리의 시구에서 따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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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3 22: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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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제662호 : 2020.05.26
시사IN 편집국 지음 / 참언론(잡지)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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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662호에는 이천 냉동 물류창고 화재에서 희생된 안타까운 이의 사연이 머리 기사로 실려있다. 일간 뉴스에서 그저 또 하나의 사건 사고로 넘기던 일을, 이렇게 개인의 사연을 통해 접하니 눈물이 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기사 다른 어디서도 접할 수 없지 않을까 싶다. 


사회가 매우 다기해지면서, 누구의 죄라고 100% 말할 수 없는 경우가 점점 늘어간다. 불교에서도, 이제 살생의 업을 누가 지는지가 불분명하다는 얘기를 읽은 적이 있다. 예전에는 짐승과 그 짐승을 죽여서 먹는 사람 간의 죄와 업이 분명했지만, 지금은 도살하는 사람과 먹는 사람이 다르다. 우리는 도살장의 잔인함에 애써 눈을 감고 상 위에 차려진 고기를 맛있게 먹는다. 


이번 냉동 물류창고 화재의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가? 공사 발주처와 시행사가 직접적인 책임을 지겠지만, 이러한 냉동 물류창고에 저장되는 상품을 사는 우리 사회 구성원은 죄는 없는 것인가? 싼 것만을 찾는 우리들로 인해 사람의 목숨이 희생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은 아닌가? 코로나 사태로 인해 주변을 돌아볼 여유, 당연히 생각했던 것들의 가치를 더욱 깨닫게 되는 요즘이다. 돈이 중요하지만, 돈만 중요하지 않다는 것,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다시금 되새기며, 아깝게 목숨을 잃은 이들의 명복을 빈다.


그 외의 기사에서도 세상 돌아가는 일들을 잘 알 수 있다. 다음은 다른 기사들의 제목 중 몇몇이다: 

- 팬데믹의 '약속된 출구' 면역에 대한 모든 것

- 선거 조작론에 보수 간 정면충돌만

- 봉쇄 풀린 프랑스의 불안한 일상

- 헛다리 짚는 CIA의 평양 분석


실려있는 또 다른 많은 기사가 내게 유익했다. 뉴스의 홍수 속에서, 기자가 기더기라 불리는 현실 속에서, 의미 있는 기사들을 실어낸 <시사인>에게 다시금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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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 in European History (Paperback)
Howard, Michael / Oxford Univ Pr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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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내 전쟁 양상의 변화를 통해 살펴보는 유럽 역사이다. 유럽 역사를 잘 모르는 나도 나름 재미 있게 읽었다. 얇은 책 안에 핵심이 잘 담겨 있다는 점에서 저자의 내공을 엿볼 수 있다. 초판은 냉전이 한참일 1976년에 발행되었는데, 2009년 재발행되며 에필로그에 '테러와의 전쟁' 내용까지 추가되었다. 


유럽이라는 좁은 지역에서 여러 말을 쓰는 사람들이 지지고 볶고 살다 보니 이들이 전쟁에 능할 수밖에 없게 되었는데, 중앙집권적이고 비교적 나라 사이에 경계가 명확했던 동아시아의 상황과는 대비가 되는 듯 싶다[1]. 근세 들어오며 유럽이 세계의 중심이 된 것에 지리적인 요인이 크다는 얘기를 읽은 적이 있는데, 나름 이해가 된다. 


결국 유럽에서의 전쟁은 제2차 세계대전 후 핵무장과 함께 끝이 났는데, 핵보유 국가간의 전쟁은 너무 위험하므로 쉽사리 분쟁을 일으키기 어렵다는 측면이 핵무기의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대신 전쟁은 약소국을 전장 삼아 일어나게 되었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역사도 연결이 된다.


동아시아의 역사도 이런 식으로 정리해서 보면 흥미로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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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동아시아에서 일본만이 유럽의 중세와 진정 비슷했다는 말이 있는데, 일본의 호전성을 유럽과의 유사성을 통해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To suggest, as have some historians, that the frenetic and militaristic nationalism of the early twentieth century was caused by a reactionary ruling class successfully indoctrinating the masses in order to wean their support away from revolution and attract them to the established order is crudely mechanistic. It was in fact the most reactionary elements in the ruling class which mistrusted nationalism the most. The ideas of Hegel and Mazzini had a value and an appeal of their own, and democracy and nationalism fed one another. The greater the sense of participation in the affairs of the State, the more was the State seen as the embodiment of these unique and higher value system which called it into being, and the greater became the commitment to protect and serve it. Moreover, the Nation appeared as a focus of popular loyalty at a time when the power of organized religion was ebbing. It provided purpose, colour, excitement, and dignity to peoples who had outgrown the age of miracles and had not yet entered that of pop stars. But the Nation could only measure its worth and power against other Nations. However peaceful its purposes and lofty its ideals it became increasingly difficult to avoid the conclusion—and a growing number of thinkers at the turn of the century were making no attempt to avoid it—that its highest destiny was War. (pp. 11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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