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뢰딩거와 양자 혁명 어나더 사이언티스트
존 그리빈 지음, 배지은 옮김 / 세로북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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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많은 책이 쓰인 20세기 초의 양자혁명에 대해 더 배울 것이 있을까 싶었지만, 슈뢰딩거의 삶을 따라가며 저자가 짚어주는 양자역학 내용을 읽으며 여전히 새로운 디테일이 많이 숨어 있음을 알게 됐다. 특히 이 책은 슈뢰딩거라는 과학자를 따라가므로, 그와 얽혔던 온갖 물리학자들에 관한 얘기가 나온다. 재미있게 읽었다. 


다른 책에서는 자세히 읽지 못했던 슈뢰딩거의 애정사를 포함한 개인사를 꽤 상세히 다룬다는 점이 역시 이 책의 장점이다. 슈뢰딩거 애정사의 결과를 요약하면 이렇다. 그는 세 명의 딸을 두었다—루스, 블라트나이트, 린다. 이 딸들의 엄마는 모두 달랐다. 이 엄마들 중 그의 부인은 없다. 그는 평생 그의 부인과 해로했다. 부인 역시 다른 연인이 있었다(헤르만 바일). 책 후반부로 가면서 코펜하겐 해석이 틀렸다는 저자의 의견이 피력된다. 즉, 파동함수의 붕괴는 없다는 것이다. 슈뢰딩거도 코펜하겐 해석을 매우 싫어했다. 


요즘 ‘양자’ 얘기가 많이 나온다. 심지어 관련된 회사에 주식투자까지 열심히 한다. 이러한 얘기에는 거품이 끼어있겠지만, 지금 우리가 ‘양자’의 이해 없이는 이루지 못했을 세상에서 산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과학자도 인간일 뿐이라는 점을, 거기에 더해 20세기 초의 양자혁명에 대해 알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가끔 이게 무슨 의미일까 하는 기술적 내용이 있기도 하지만, 역사적 내용이 워낙 흥미롭다. 


저자인 존 그리빈은 물리학과 천문학을 전공한 영국의 과학저술가이다.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프레드 호일의 지도로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한다. 이 책 외에도 양자역학에 관한 책을 많이 썼다. 다른 책도 찾아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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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의 차이에 대해: 

  The difference is this: In space, a straight line describes the shortest distance between two points. In spacetime, by contrast, a straight path yields the longest elapsed time between two events. It's that flip from shortest distance to longest time that distinguishes time from space. (p. 145)


위에 더해 저자가 강조하는 오개념이 있다. 첫 번째, 시간이 천천히(또는 빨리) 흐른다는 얘기. 운동하는 물체, 사람에게는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고 종종 얘기하는데 이것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무엇의 속도는 단위시간당 변위로 정의되는데, 시간의 '속도'는 어떻게 정의하느냐, 시간을 시간으로 나눈 것이냐고 저자는 묻는다. 시간은 그냥 진행한다. 그 결과를 비교했을 때 차이가 나는 것일 뿐이다. 약간 미묘한 얘기이다. "You will sometimes hear that time can speed up or slow down according to the theory of relativity. That's a baloney. Or to be more polite about it, it's a misleading way to describe a real phenomenon. (p. 148)"


두 번째, 특수상대성이론은 등속운동을 하는 물체에만 성립한다는 얘기. 저자는 특수상대성이론이 평평한 4차원 시공간인 민코프스키 공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다룬다고 강조한다. 등속운동이든 가속운동이든 상관없다. 반면, 일반상대성이론은 질량에 의해 시공간이 휘어지는 경우까지 다루는 것이다. "Sometimes people will suggest that special relativity works only for unaccelerated trajectories, and you need general relativity to handle acceleration. Rubbish. General relativity becomes important when spacetime is curve and we have gravity. As long as spacetime is flat--wehich it is in Minkowski spacetime, which we're sticking to in this chapter--special relativity applies, and you can consider any paths you like. (p. 153)"


"baloney", "rubbish" 등 저자의 표현이 강하고 재미있어서 기록해둔다. baloney, rubbish 모두 '헛소리', '말도 안되는 소리'라는 의미이다. 


다음은 특수상대성이론이 주는 동시성의 의미이다. 


The nearest star to our sun, Proxima Centauri, is approximately four light-years away. For any particular event on Earth, there is an eight-year span of events on Proxima Centauri that could count as "simultaneous" with it, depending on your reference frame. (p. 166)


한 마디로, 기준틀에 따라서 "동시"라고 할 수 있는 사건들이 달라진다. 그런 의미에서 동시성은 의미가 없다, 혹은 모두가 동의하는 "동시"란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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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에서 물체에 작용하는 힘에 의한 운동을 다루는 분야를 역학(力學, mechanics)이라고 부른다. 특히 운동을 강조할 때는 동역학(dynamics)이라고 한다. 역학에서 물체의 운동을 이해하는 방법은 한 가지가 아니다. 첫 번째는 잘 알려진 뉴턴의 운동법칙(F = ma)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초기조건(물체의 위치와 속도)의 정보를 가지고 뉴턴의 운동법칙이 주는 미분방정식을 이용하여 매 순간의 이동을 더해(즉, 적분하여) 물체의 운동을 이해한다. 


또 다른 방법은 '최소작용의 원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작용(action)'은 운동에너지에서 퍼텐셜에너지를 뺀 양을 시간에 대해 적분한 값이다. 최소작용의 원리는 한 점에서 다른 한 점까지 물체가 이동할 때 이렇게 정의된 작용이 최소화된 경로를 따라간다는 것이다[*]. 


놀라운 점은 이렇게 완전히 다른 관점으로 정의된 두 방법이 동일한 결과를 준다는 것이다. 그럼 둘 중 어느 것이 맞다고 할 수 있나? 하나가 다른 하나보다 더 우월하다고 얘기할 수 있나?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So which is right? Does nature really start with some initial state and chug forward from moment to moment, as Laplace would have us believe? Or does nature have some kind of precognition, where it can visualize all the possible motion it might undertake between some initial point and some final point, and choose to move along the one that minimizes the action?

  Neither one. Nature just is nature, and it does what it does. We human beings do our best to understand it on our own terms. It might turn out that we discover different equivalent ways to conceptualize the same underlying behavior. In those cases, it's less important to fret over which one is "right" than to be ready to think in whatever terms offer the most insight into the situation at hand. (pp. 87-88)


"그럼 어느 방법이 맞는가? 자연은 정말 어떤 초기 상태에서 출발하여 매순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일까? 라플라스가 주장했듯 말이다. 아니면 자연에게는 일종의 사전인지가 있는 것일까? 그래서 초기점과 최종점 사이에 가능한 모든 경로를 시각화해서 작용을 최소화하는 경로를 따라 운동하기를 선택하는 것일까?

  어느 것도 아니다. 자연은 그냥 자연일 뿐이고 그저 할 바를 할 따름이다. 우리 인간들은 그저 우리 자신의 방식으로 자연을 이해하고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동일한 자연의 모습을 개념화하는 상이하지만 등가인 방식을 우리는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어느 쪽이 "맞는지"에 대해 고민하기보다는 당면한 상황에 대해 가장 많은 통찰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생각하려는 자세를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 경우 캐럴은 기대보다 훨씬 너그러운(진보적인?) 의견을 피력한다. 그의 말은 장하석 교수의 과학적 다원주의를 긍정한다. 다른 경우에서도 그럴까? 물리학이 단순히 인간이 만들어낸 '모델'일 뿐이라는 점에 그는 동의할까? 어찌 보면 당연히 그럴 것 같은데, (캐럴을 포함한) 주류 이론물리학자들의 말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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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드 창은 최소작용의 원리에 기반하여 "당신 인생의 이야기"라는 단편소설을 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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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한의 아메리카 탐문 - 피터 틸, 일론 머스크, 알렉스 카프, J.D. 밴스, 이들은 미국을 어떻게 바꾸려 하는가 뉴 노멀 탐문 1
이병한 지음 / 서해문집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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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일어나 책을 쓰기 전에, 분석하는 인물--피터 틸, 일론 머스크, 알렉스 카프, J.D. 밴스--가 되기 위해 그들에게 맞는 음악을 들으며 "빙의"를 했다는 저자. 재미있게 잘 읽힌다는 평도 있지만 내게는 맞지 않는다. 여기저기 문제적 발언이 튀어나온다. 예컨대 이렇다: [미국과 달리] "우리에게는 새로운 담론이 부재하다... 이번에는 내란 청산까지, 다시금 종식과 청산이 화두가 되고 말았다." 자유롭게 글을 쓰는지는 모르겠지만 글이 널을 뛰며 저자의 의도 파악이 힘들다. 전반적 분위기는 트럼프의 새로운 미국 찬양이다. 비꼬는 건가 싶은데 읽다 보면 또 그건 아니다. "적어도 저들에게는 AI혁명이 촉발하는 디지털 신문명의 운영체계(OS)와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사람과 사상과 철학이 있다. 아직은 진행형, 비록 완성되지는 못했을망정 문제의식만큼은 분명하다고 하겠다." 박사학위를 받은 역사학자라는데 학술적 글쓰기는 결코 아니다. 내가 기대했던 바가 아니어서 박한 평가를 내린다. (인용문은 모두 '머리말'에서 발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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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2026-01-09 18: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란 종식과 청산 말고 어떤 새로운 담론을 말하는 걸까요?🤔 미국에서 이런 일이 생겼다면 미국은 달랐을까 갑자기 궁금해 집니다😂

blueyonder 2026-01-09 19:19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저자가 뭘 말하고 싶은 건지 때때로 잘 모르겠더라고요. 민주주의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니란 얘긴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The favorite spherical cow in all of physics--the most important simple, exactly solvable physical system of amazingly wide-ranging applicability--is the simple harmonic oscillator. (pp. 67-68)


물리와 공학에서 대부분의 진동 운동은 단순 조화 진동자simple harmonic oscillator를 이용하여 설명한다. 단순 조화 진동자의 예는 용수철에 매달려 있는 물체이다. 우리가 알고 있듯 용수철에 매달린 물체는 잡아당겼다가 놓으면 위아래(수평면에 놓여 있다면 좌우)로 진동한다. 물론 언젠가는 '마찰'로 인해 멈춘다. 하지만 단순 조화 진동자의 운동에서는 '마찰이 없다'고 가정한다. 그런 의미에서 물리가 사랑하는 '공모양 젖소'의 중요한 예가 된다. 


단순 조화 진동자의 개념은 역학 문제를 넘어서서 교류 회로, 전자기파의 이해 등에도 핵심적으로 사용된다. 물리학에서는 정말 널리 쓰이는 중요한 '공모양 젖소'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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