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과 추억을 공유한다는 것의 의미. 


  While people are fairly young and the musical composition of their lives is still in its opening bars, they can go about writing it together and exchange motifs (the way Tomas and Sabina exchanged the motif of the bowler hat), but if they meet when they are older, like Franz and Sabina, their musical compositions are more or less complete, and every motif, every object, every word means something different to each of them. (pp. 88-89)


"젊으며 삶이란 음악곡이 아직 도입부일 때, 사람들은 곡을 함께 쓰고 주제를 교환하기도 한다(토마시와 사비나가 보울러 햇이란 주제를 교환했듯이). 하지만 프란츠와 사비나 같이, 더 나이가 들어 만나면 작곡은 이제 거의 끝나 있어서, 모든 주제, 모든 대상, 모든 말은 이들에게 서로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어떤 음악을 들으면 비슷한 감정을 떠올리는 같은 세대도 마찬가지이다. 마치 오래된 나무가 서로 바라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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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4-01-18 07: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크 저 부분 너무 좋죠!! 🥹 저도 두 번 읽은 부분....

blueyonder 2024-01-18 10:36   좋아요 1 | URL
많은 분들이 이 소설을 좋아하시는 이유를 알 것 같아요. ^^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시사IN(시사인) 제852호 : 2024.01.16
시사IN 편집국 지음 / 참언론(잡지) / 2024년 1월
평점 :
품절


두 가지 기사가 특히 눈길을 끈다. 첫 번째는 김명희의 '주기율표 위 건강과 사회' 연재인 "트랄파마도어 행성에서 질소가 울먹였던 이유" 기사이다. 커트 보니것의 소설 <타임 퀘이크>의 한 장면으로 시작하는 이 글은 1차대전 중 독일에서 독가스 생산과 이를 이용한 전쟁 수행에 기여한 프리츠 하버, 그리고 2차대전에서 유대인 학살의 불가해성에 대해 프리모 레비의 글을 빌려 이야기한다. 그리고는 이러한 불가해적 비인간성이 박해 받았던 이들에 의해 현재 다시 일어나고 있음을 말한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서 말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고향에서 쫓겨나고 홀로코스트의 끔찍한 역사를 경험했던 이들의 일부가 '정착지 확보'라는 낯익은 명분을 내세우며 팔레스타인 반도에 수천 년 거주해온 주민들을 내쫓고, 그곳에 거대한 장벽을 쌓아 세상에서 가장 큰 감옥을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하마스의 공격을 빌미 삼아 압도적 무장력으로 팔레스타인에서 학살을 벌이는 중이다. 일부 정치인들은 '쥐와 바퀴벌레'라는 낯익은 표현을 써가며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비인간'으로 취급하고 있다. (49 페이지)


역사는 돌고 돈다. 한 때의 피해자가 다른 때는 가해자가 된다. 누군가는 악의 고리를 끊어야만 하며 그래서 역사 교육이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 다음으로 "'교전국 관계'라는 낯설고 심각한 위기"라는 기사가 눈길을 끈다. 북한이 요즘 우리를 그냥 '대한민국'이라고 호칭한다는데 더 이상 동족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전쟁 중인 다른 나라로 여기기로 방침을 정했다는 것이다. 한반도에서 핵무기와 전쟁의 위협이 높아지는데 정작 당사자인 우리는 무감각하고 정부는 손을 놓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 사회에서 전쟁을 원하는 사람은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없을 것이다. 평화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한 정부의 의무이다. 정부가 위기를 고조시키지 말고 잘 관리하기를, 그리고 언젠가는 진정한 평화가 한반도에 도래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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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의 해석에서 실재주의(realism)과 반실재주의(anti-realism)의 대립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이다. 주류로 취급 받는 코펜하겐 해석은 반실재주의를 대표한다고 여겨지며, 아인슈타인은 이 반실재주의에 대한 반대로 끝내 양자역학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코펜하겐 해석에서는 관찰(또는 측정) 이전에 물리계의 성질이 정해지지 않으며 관찰을 해야만 정해진다고 말한다. 이 얘기는 적어도 미시세계에서는 객관적 실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내포하는 것처럼 보여서 반실재주의로 통칭된다. 한편 양자역학을 실재주의로 해석하고자 하는 시도도 있는데 루이 드브로이가 시작해 데이비드 봄, 그리고 최근 리 스몰린이 이어서 고민하는 향도파(pilot wave)에 기반한 해석이 그것이다[*]. 한편, 양자역학이란 순전히 '우리'가 미시 자연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것을 레시피처럼 정리한 것이라는 조작주의 해석도 있다. 이 외에도 여러 다른 해석이 있는데, 이러한 해석이 단순히 개인의 취향 문제인지 아니면 이후에 모두가 동의하는 해석이 나올지는 미지수이다. 


최근 양자역학에 대한 책이 국내에 여러 권 출간되고 있는데, 전쟁사 책과 마찬가지로 용어의 혼란이 있어서 몇 마디 적는다. 위에서 언급한 'realism'을 어떻게 번역하느냐이다. 철학에서는 realism을 보통 실재주의(또는 실재론)로 번역하므로 당연히 이를 따라야 한다고 본다. 'reality'는 '실재'이고 'realist'는 '실재주의자'이다. 하지만 이를 '현실주의','현실', '현실주의자'로 번역하는 책들이 있다. 다음의 두 권이 예이다.
















realism은 분야에 따라 다른 단어로 번역된다. 예술 분야에서는 보통 '사실주의'로 번역되며, 찾아보면 국제정치 분야에서 ('이상주의'에 대비된) '현실주의'로 번역됨을 알 수 있다. 양자역학에서 철학적 함의를 갖는 realism을 현실주의로 번역하는 것은 오역이라고 본다. 역자와 편집자들이 이런 것에 신경을 쓰면 좋겠다. 


평소 좋아하는 노라 존스의 곡 하나를 함께 올린다. 이 노래가 실재주의, 반실재주의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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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 '향도(嚮導)'란 길잡이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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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란공 2024-01-11 12: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막연히 혼란만 느끼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짚어주셔서 다시 생각해봅니다. 용어를 사용할 때마다 고민해볼 문제군요!

blueyonder 2024-01-11 13:46   좋아요 1 | URL
초란공 님, 관심 갖고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새 양자역학 관련 책이 많이 나오면서 용어의 혼란을 정리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글을 썼습니다~

그레이스 2024-01-12 18:07   좋아요 1 | URL
저두요!~ 감사합니다

blueyonder 2024-01-12 19:11   좋아요 1 | URL
그레이스 님, 관심 감사합니다! 평안한 저녁 보내세요~
 














2차대전을 거치며 열강이 어떻게 재편되는지를 그린 폴 케네디의 신간이다. 전쟁 전 상황과 해전의 양상을 따라가며 여러 그래프와 표를 이용하여 힘의 균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서술하고 있다. 전쟁사 책답게 지도도 많다[1]. 이 책의 특징으로 다음의 2가지를 얘기할 수 있다. 


1. 일러스트레이션: 스코틀랜드의 화가 이언 마셜(1933~2016)의 수채화 53개(펜화 1개 포함)가 수록되어 있다. 그림의 예를 여기서 볼 수 있다. 국문판에 수록된 그림은 좀 실망스럽다. 인터넷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흐릿하다. 영문판에는 국문판보다는 선명하게 인쇄되어 있지만, 어쨌든 수채화라서 호불호가 갈릴 듯 싶다. 참고로, 국문판보다 영문판의 판형이 더 크다[국문판: 150x225 mm (740페이지), 영문판: 178x254 mm (544페이지)]. 


2. 폴 케네디(1945~ ): 영국 태생의 역사학자로서 미국 예일대학 교수이다. 국제관계가 어떻게 경제력, 그리고 이에 따른 군사력에 의해 변화하는지에 대한 통찰을 주는 연구로 유명하다. 가장 유명한 책은 <강대국의 흥망>이다. 정통 군사사를 연구하는 학자는 아니며, 이 책에서도 주로 많이 알려진 역사적 사실들을 버무려 전쟁이 진행됨에 따라 힘의 균형이 어떻게 달라지며 미국이 초강대국으로 떠오르는지에 대해 개관할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내용이 반복되며 역사적 사실에 대한 오류가 많다고 지적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실망스럽다는 평이 많다. 


오류로 지적되는 예 하나를 원서에서 찾아본다. 1939년 미국에 5척의 정규 항모가 있었다는 내용이다.


Still, in sheer material terms, the US Navy, like the IJN, probably did possess a totally new form of sea power within its ranks here. There were five full fleet carriers in 1939: the two converted battle cruisers, the Lexington and Saratoga; and three late-design vessels, the Enterprise, Hornet, and Yorktown. (p. 58)  


여기서 언급되는 항공모함의 취역 시기는 다음과 같다: 렉싱턴(CV-2) 1927년 12월, 사라토가(CV-3) 1927년 11월, 요크타운(CV-5) 1937년 9월, 엔터프라이즈(CV-6) 1938년 5월, 호넷(CV-8) 1941년 10월[2]. 그러니까 호넷은 1939년에는 아직 취역 전이다. 


2차대전의 해전사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는 Craig Symonds의 <World War II at Sea: A Global History>가 많이 추천된다. 사실적으로 정확하고 2차대전 해전사의 핵심을 잘 요약한다는 평이다. Symonds는 미드웨이 해전에 대한 책인 <The Battle of Midway>도 썼다. 둘 다 아직 국문판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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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도 16개, 그래프 13개, 표 14개.

[2] CV-1 랭글리, CV-4 레인저, CV-7 와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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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로로 2024-11-05 0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World War II at Sea: A Global History는 얼마 전에 <2차대전 해전사>라는 이름으로 국역되어 나왔습니다만... 해군 분야에 무지한 역자의 오역으로 욕을 엄청 먹고 있습니다.

blueyonder 2024-11-05 19:19   좋아요 0 | URL
저도 조금 살펴봤는데 문제 있는 부분이 바로 나오네요.
 

양자역학의 발전 시기를 다룬 책은 여러 권이 있는데 나름 장단점이 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책은 데이비드 린들리의 <불확정성>이다. 짧지만 핵심을 잘 짚은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좀 두껍고 다루는 시기도 훨씬 뒤까지인 짐 배것의 <퀀텀 스토리>도 있다. 물리적인 내용이 좀 더 자세하다. 그 다음 떠오르는 고전은 가모프의 <물리학을 뒤흔든 30년>이다. 코펜하겐에서 직접 보어와 함께 일했던 물리학자로서 당시의 일화와 양자역학의 발전 상황을 잘 그리고 있다. 
















최근 나온 <불확실성의 시대>는 당시의 시대상을 현재형으로 서술하여 좀 더 몰입할 수 있게 하는데, 비슷한 형식으로 서술된 책으로는 플로리안 일리스의 <1913년 세기의 여름>이 있다. 급박하게 전개되는 상황과 종종 나오는 짧은 챕터들은 에릭 라슨의 <폭격기의 달이 뜨면>을 떠오르게 한다. 
















양자역학의 역사와 핵심을 빨리 알고 싶은 분에게는 우선 <불확정성>을 추천하겠다. 만약 물리학자들의 인간적 면모와 당시 상황을 좀 더 느긋하게 자세히 알고 싶은 분에게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추천한다. <퀀텀 스토리>에도 당시의 상황이 잘 나오긴 하는데 좀 더 전문적이다. 대신 1945년 이후의 양자물리학 발전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리학을 뒤흔든 30년>은 그야말로 고전이다. <불확실성의 시대>는 여러 책들의 장점을 취한 좋은 책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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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4-01-05 08: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물리학을 뒤흔든 30년>을 펴낸 출판사가 오래전에 나온 책을 토씨 하나 안 고치고 그대로 책을 출간하는 악습이 있어서 그쪽 출판사의 책은 되도록 안 사는 편이에요. ^^;;

blueyonder 2024-01-05 09:09   좋아요 1 | URL
전파과학사가 오래된 출판사이지요. 예전에 과학관련 책이 별로 없을 때부터 나름 좋은 책들을 많이 냈습니다. 하지만 이후 큰 발전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깝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