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케르크 영화를 봤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인지 개인적으로 실망했다는 점을 먼저 말해야겠다. 너무 평들이 좋길래 인생영화 만나는 줄 알았다... 정말 기발한 아이디어의 '인셉션', 인류멸망의 위기와 시간여행을 다룬 '인터스텔라'의 성취를 이룬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이 영화에서는 너무 어깨에 힘이 들어간 느낌이다.
포위되어 덩케르크 해변에서 버틴 육군의 1주일, 퇴각작전에 동원된 해군(혹은 민간인)의 1일, 덩케르크 상공에서 호위하는 공군의 1시간이라는 서로 다른 시간의 흐름을 같은 페이스로 영화 내에 병치시키며 여러 관점에서 보여주는 감독의 의도는 영화적으로 신선하지만, (아마 기존의 전쟁영화 문법에 길들여진) 내게는 너무 밋밋하게, 그리고 낯설게 느껴졌다. 솔직히 몰입이 잘 안 됐음을 고백해야겠다. 처음에 시가지에서 갑작스런 총격을 당하며 도망치는 장면은 긴장감 있었지만, 이후 점점 정말 저게 사실에 기반한 것인지, 아니면 영화적 상상력이 사실을 왜곡하고 있는지 궁금해 하면서 보게 됐다. 기사들을 찾아보면 대부분은 고증에 충실하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음을 알게 된다. 아마 이 영화는 전쟁영화로 보기보다는 재난영화로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
아쉬움에, 기억에 깊이 남은 전쟁 영화 2편을 다음에 리스트 한다. <퓨리>는 최근에 나온 고증에 충실한 영화라는 점에서, <다크 블루 월드>는 이 영화에도 나오는 스핏파이어 전투기가 나온다는 점에서 골랐다.
관련된 책 2권도 리스트 한다. 독일 공군은 덩케르크에서 영국군이 탈출하는 것을 막지 못했고, 이후 영국 하늘에서 전개된 공중전에서 영국 공군과 진검 승부를 벌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