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5년, 슈뢰딩거는 1차대전 후 유럽의 상황에 대해 매우 비관적인 전망을 품었으며, 철학적 생각에 몰두했다. 그의 철학적 견해는 당시에 작성한 에세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에세이는 훗날 『나의 세계관Meine Weltansicht』이라는 책으로 엮여 나오게 된다[*].
세상에 대해 이런 충격적인 비전을 품게 된 슈뢰딩거가 베단타의 세계관에 이끌린 것은 전혀 놀랍지 않다. 『나의 세계관』에서 그는 '영혼은 육체라는 집 안에 거주하며, 죽음과 함께 육체를 버리고, 육체 없이도 존재할 수 있다'는 발상을 "순진하고 유치하다"고 평가한다. 그리고 '네' 또는 '아니요'로 답할 수는 없으나 "무한 순환으로 이끄는" 네 가지 질문을 던진다.
자아는 존재하는가?
자아 밖의 세상은 존재하는가?
자아는 육肉의 죽음으로 중단되는가?
세상은 나의 육의 죽음과 함께 중단되는가?
이 글의 핵심은 슈뢰딩거 버전의 '베단타 세계관'이다. 베단타 철학은 위의 질문에 대해 세상에는 오직 하나의 의식만 있을 뿐이라고 답한다. 마치 다면체 보석의 여러 면처럼 우리도 (사실상 나머지'자연' 전부도) 단일한 의식의 일부라고 주장함으로써 질문을 해결하려 한다.
인간이 스스로의 것이라 여기는 지식과 감정, 선택의 일체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어느 순간에 무無로부터 솟아 나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보다 이 지식과 감정과 선택은 근본적으로 영원하고 불변이며 모든 인간, 아니 모든 감각 있는 존재 안에서 수적으로 하나라고 보는 것이 옳다. ... 당신은--그리고 의식 있는 다른 모든 존재도--전체 안에 있는 전체다.
이 보편적인 하나의 존재를 브라만Brahman이라고 한다. 슈뢰딩거는 이렇게 말한다. "이 진리에 대한 비전은 도덕적으로 가치 있는 모든 활동의 바탕에 깔려 있다." (155~156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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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물리학자의 철학적 세계관>이라는 제목으로 2013년에 번역, 출간됐다. 현재는 절판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