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만 읽었는데, 너무 마음에 든다. 이 책은 50대 이상만 읽어야 하는 책이다. 50이 아직 되지 않은 분들은 제발 참아주시기를!
현대는 젊음을 숭상하는 시대이다. 그는 과거가 지금과는 어떻게 달랐는지 보여주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19세기 말,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서는 사회에서 성공하고자 하는 젊은이들이 나이 들어 보이려고 애썼다는 것이다. 젊음은 미성숙으로 여겨졌고, 나이듦은 원숙함과 진중함으로 여겨졌다. 나이든 이들이 젊어보이고자 기를 쓰는 지금과는 얼마나 다른 세태인가.
불과 100년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왜 젊은이들은 노년을 혐오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는가. 전쟁이 하나의 큰 역할을 했음을 저자는 말해준다. 1차 세계대전에서는 한 세대의 젊은이들이 도살장에 끌려나가듯 사라져버렸다. 월남전은 또 어떤가. 전쟁 결정은 늙은이들이 하지만 전선에서 이 늙은이들을 대신해 죽는 것은 젊은이들이다. 결국 세상을 엉망으로 만든 것에 노년들이 책임이 있었다는 것인데, 이 책임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듯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도 언젠가는 늙는다. 젊음만을 예찬하는 이들은 미래의 자신들을 저주하는 것이다. 의학의 발달로 예전보다 훨씬 길어진 노년의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 이 책은 시의적절하게, 이제 인생의 '인디언 서머'를 맞이한 이들에게 숙고할 거리를 던져준다[*].
우리말 번역본의 제목은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인데 영문판 제목은 <A Brief Eternity>이다. 우리말 제목의 의역은, 사실 조금 가벼워 보인다. 너무 자기계발서 같아 보이는 것이다. 반면, 'brief eternity'는 그 대조가 너무 좋지 않은가? '순간을 영원처럼', 뭐 이러면서, 나이듦이 진중함이라고 나 역시 우기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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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언 서머'란 여름 이후의 더위이다. 저자는 젊음이 지난 후 중년의 활기찬 삶을 '인디언 서머'라고 지칭하고 있다. 우리말 번역본은 챕터를 묶지 않았지만 영문판은 챕터를 묶어 part로 구별 짓고 있는데, 그 1부의 제목이 "The Indian Summer of Life"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