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과학자의 난제


나는 새로운 자연법칙들을 만들어낸다. 그것이내가 먹고살기 위해 하는 일이다. 나는 입자물리학 이론을 개선하는 데 몸담은 전 세계 1만 명가량의 연구자 중 하나다. 우리는 지식의 사원의 지하실 바닥을 파내려가 기반을 더듬는다. - P17

이론물리학 분야에서 20여 년을 보낸 지금, 내가 아는 사람 대부분은 누구도 보지 못한 것들을 연구하면서 경력을 쌓고 있다. - P17

숨은 규칙은 우리에게 고약한 짓을 했다. 우리가 새로운 자연법칙들을 제안하더라도 그 법칙은 모두 확인되지 못한 상태로 남겨졌다. 그리고 내 직업이 위기에 처하는 걸 목격하는 동안, 나는 개인적인 위기 상황에 맞닥뜨렸다. - P18

내가 물리학에 빠져든 이유는 사람들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해서였다. 또 수학이 물리학을 잘 설명해주기 때문이었다. 나는 수학의 명료함과 모호하지 않은 증명 과정, 자연을 서술하는 탁월한 표현력을 좋아했다. - P19

LHC는 극한의 집합체다. 과냉각 자석과 초고진공, 실험이 진행되는동안 1초마다 전자책 수천 권 분량의 3기가바이트 데이터를 기록하는컴퓨터 클러스터까지 보유하고 있다. LHC 프로젝트는 수천 명의 과학자를 한데 불러 모으고, 수십억 달러의 첨단 기술을 집약해 수십 년 동안 연구를 진행했다. 이 연구의 목적은 단 하나인데, 우리가 무엇으로만들어졌는지를 알아내겠다는 것이다. - P20

잔의 연구는 기존 이론의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을 지닌 새로운 입자물리 이론들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략).¹
"물리학 이론의 아름다움은 사회적 견해가 아니에요. 이론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감각은 틀림없이 뇌에 내장되어 있습니다. 무엇인가 내면의 코드를 건드리는 거죠. 아름다운 이론과 마주치면, 예술 작품 앞에섰을 때와 똑같은 감정적 반응을 경험하게 됩니다." - P21

1장 물리학의 숨은 규칙


1 Barbieri R, Giudice GF. 1988. "Upper boundsonsupersymmetricparticle masses," Nucl. Phys. B. 306:63. - P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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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연은 만지와 엄마를 피해 급히 상가 화장실로 들어갔다. 화장실 문 앞으로 만지와 엄마가 지나갔다. 화연은 두 사람에게서 천지의 아우라, 혹은 그것과 비슷한 기운을 느꼈다. 둘임에도 셋인 것 같은, 그중 하나는 문 앞에 서 있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 P34

화연은 천지와의 기억이 유쾌하지 않았다. 천지는 남 주자니 싫고 가지자니 더 싫은, 그런 친구였다. 친구, 그만하고 싶었다. - P35

화연은 화장실에서 나와 보신각으로 들어갔다.
"엄마, 나 이만 원만, 친구 생일인데, 아침에 말 못 했어."
화연 엄마는 금고에서 돈을 꺼내주었다.
"나도 내가 내 딸이었으면 좋겠네. 허구헌 날 친구 생일이라고달래, 어디 놀러 간다고 달래, 안 주문 안 되겄지야?" - P35

우박 섞인 비

MP3플레이어. 천지가 듣는 노래는 항상 다섯 곡을 넘지 않았다. (중략). 그런데 느닷없이 MP3플레이어를 사달라고 떼를 쓴 것이다. - P36

"공부하고 싶은 기분은 몇 개야?"
"없어. 수영이면 수영, 태권도면 태권도, 뭐 그렇게 능력껏 키워줘야지. 타고난 공부 유전자가 좋은 애들하고 같은 조건에서 공부하는 거, 불공평해."
"학교가 무슨 태릉선수촌이야?" - P37

공기청정기는 있는데, 왜 마음청정기는 없을까?


뽑아낸 구구단 뒤에 써 있었다. 글씨체로 보아 4학년 때 쓴 건 아닌 듯했다. 어림잡아 6학년 아니면 최근일 것이다. - P37

만지는 기어이 서랍장을 널빤지 위에 올렸다가, 다시 내렸다.
"균형 잡기가 힘드네. 아, 아저씨. 냉장고 옆에 유리판 세워뒀거든요? 책상 유린데, 좀 들어주세요. 엄마, 그것도 버려야지?"
"우리가 한 번 더 오면 돼."
"제가 가지고 오겠습니다."
오대오가 얼른 안으로 들어갔다.
"넌 왜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함부로 집에 들어가라고 해!" - P40

좁은 아파트 복도를 지나 주차장으로 나오자 오대오가 만지 옆으로 왔다.
"아저씨 이름, 추상박이에요, 추상박이에요?"
"추상박. 설마 한국에서 미국식으로 말할까."
"무슨 이름이 앞뒤가 다 성 같어..…………." - P41

"영감님, 전에 나한테는 이 서랍만 한 거 오천 원 받았잖아요."
실랑이를 하던 엄마 얼굴이 굳었다.
"그것 봐요, 아줌마. 내 맘대로 받는 게 아니라니까. 다 정해져있어요."
엄마는 임 씨에게 육천 원을 내밀었다.
"가자, 만지야. 아저씨는 꼭 이천원 환불받으셔요!" - P42

집으로 돌아온 화연은 안절부절못했다. 천지네가 보란 듯이 같은 아파트로 이사를 와버린 것이다. 천지가 있다 해도 별반 다르지 않겠지만, 천지가 없는 천지네 식구들은 더욱 달갑지 않았다. - P43

천지는 8에서 10등 사이를 오가며 고른 성적을 유지했다. 사실 그 정도로는 아이들에게 성적으로 강한 인상을 주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겉으로는 건성건성 공부하는 것처럼 행동해서 맘잡고 공부하면 1, 2등도 문제없을 거라는 이미지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교과서보다 소설책을 더 많이 읽는 아이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런 책 재미있냐?"
"필독서로 찍히면 재미없어지니까, 미리 읽어두는 거야." - P44

 천지는 충동적으로 자살할 아이가 아니다. 긴 시간을 고민했을 것이다. 만지는 이 사회가 널 죽였다. 식의 거창하고 고상한 변명을 동생에게까지 하고 싶지 않았다. 남들이야 이 망할 사회를 교양있게 통탄하며 천지를 비운의 아이로 본다 할지라도, 자신은 동생의 죽음을 막지 못한 미련한 언니였다.  - P46

"하긴. 나 김화연 초등학교 동창이랑 같은 학원 다니는데, 말 들어보니까 끝내주더라. 생일날 천지만 다른 애들보다 늦게 불러서,
다 먹고 찌꺼기만 남았을 때 오게 했단다."
"김화연, 진짜 재수 없다."
아이들 말을 듣고 있던 미라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오래된이야기가 이렇게 버젓이 살아 있다니. - P47

"야, 야, 김화연 온다."
화연이 교실로 들어왔다. 창가에 모여 있던 아이들이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마치 방금 전까지 매우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한 것처럼. 하지만 급조한 웃음은 소리만 클 뿐 공명이 매우 낮았다. (중략).
"나는 가서 숙제나 해야겠다."
"맞다. 숙제 있지."
화연은 아이들의 어색한 행동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 P48

벌써 청소는 마무리 단계였다. 화연은 초조했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만지가 내내 신경 쓰였다. 만지가 ‘왜?‘라는 원인 규명성의문을 품고 있다면, 화연은 ‘내가 뭘?‘이라는 회피성 의문을 품고 있었다. 천지가 싫었다. 그래서 험담도 했고 골탕도 먹였다. - P49

"네가, 천지 아빠 자살했다고 했지?"
미라가 화연 옆에서 의자를 내리며 물었다.
쿵!
너무 놀란 화연은 미라를 볼 수조차 없었다. - P49

"어머, 내가 3시라고 썼니? 미안해."
역시 황당한 제스처를 취했던 화연.
"괜찮아, 생일 축하해."
"엄마, 이제 왔는데, 짜장면 하나만 해줘."
(중략). 베스트 프렌드라던천지에게만 시간을 잘못 써줬다? 왜? 화연의 부모님도 이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배달하는 음식 중에는 탕수육도 꽤 되었다. - P51

아이들에게서 지난날의 흔적이 들춰지고 있었다. 맞장구치며 함께 떠들던 아이들은 이제 증인이 됐고 폭로자가 되었다. 화연은 자신이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음을 깨달았다.
‘사실대로 말하자…………. 따지고 보면 별거 아니잖아.‘ - P52

"저랑 선물 교환하기로 해서 그랬을 거예요. 근데 최신형이 아니라 인터넷에서 싸구려 사주기로 한 건데……………."
"선물 교환?"
"우리 생일이 비슷하잖아요. 그래서 나는 천지한테 디카 사주고,
천지는 나한테 엠피 사주기로 했어요."
"쪼그만 것들이 무슨 디카하고 엠피냐!"
"인터넷 보면 이만 원도 안 하는 거 많다니까요." - P53

"넌 왜 좋은 걸로 사주려고 했는데?"
"천지한테 잘못한 게 많거든요. 중학생 됐으니까 다 잊고 새로 시작하고 싶었어요. 게다가 천지는 생일 파티도 안 하잖아요. 그래서 선물이라도 좋은 걸로 해주고 싶었어요."
생일 파티. 천지뿐 아니라 만지도 한 적 없다. 엄마가 퇴근하면서 들고 오는 케이크와 얼마간의 용돈이면 충분했다.  - P54

천지의 죽음은 학교 측에서도 매우 난감한 사안이었다. 자칫하면 대외적으로 고질적인 학교 폭력이나 왕따 문제를 안고 있는 학교로 낙인찍힐 가능성이 농후했다. 천지가 죽은 장소가 어디였든학교에 적을 둔 학생이니 빠르게 진상 조사를 벌여야 했다. 그리고학교 측과는 별개로 천지의 담임선생님도 신속하게 움직였다. - P57

천지의 장례식에 다녀온 다음 날, 선생님은 화연을 조용히 불렀다.
(중략).
"천지가 단짝이라고 하고 다녔어요. 저는 다른 애들하고 똑같이대했는데, 천지는 자기한테만 그러는 줄로 알았나 봐요. 전 사실, 천지 좀 부담스러웠거든요. 그래서 일부러 피하기도 했는데, 눈치를 못 채더라고요." - P58

"그랬구나. 근데, 너 수경이랑 친하지 않니?"
순간 화연의 볼 근육이 단단히 굳었다.
(중략).
"어쩌면 그때 천지하고 수경이가 친해졌을 수도 있겠다. 그치?"
"그건 잘 모르겠어요."
선생님은 순간 흔들린 화연의 눈동자를 주시했다. - P59

선생님은 교실 문을 열고 수경을 바라보았다.
수경은 교실로 들어와 3분단 맨 앞자리에 털썩 앉았다.
"네가 왜 천지 체육복을 가지고 있니?"
"빌렸어요."
"언제?"
"......1학기 때요."
"1학기? 근데 왜 이제 가져왔어?"
수경은 어깨에 힘이 쑥 빠졌다. 눈빛에 드러나는 멸시와 무시. - P60

"전 체육복밖에 안 빌렸는데요."
"그랬겠지. 넌 체육복 하나만 생각하면 됐겠지만, 빌려주는 천지는 여러 가지가 떠올랐겠지. 만약에 안 빌려주면, 만약에 안 빌려주면!"
"김화연이 나랑 이천지 체격이 비슷하니까, 걔한테 빌리면 될 거라고 해서 빌린 거예요!" - P61

수경은 자신을 하찮게 바라보는 선생님을 짧게 노려보고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
‘씨발년이 왜 죽어서는…………….‘
수경은 종례시간에 화연으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천지 자살했다. 담임은 사고라고 하는데, 집에서 무슨 사고?

순간 1학기 때 빌린 체육복이 생각났다. 그래서 종례가 끝나자마자 얼른 3반으로 달려왔다. - P62

선생님은 그런 수경을 바라보며 이를 악물었다. 이야기 중에 자신도 모르게 손이 나갈 것 같아 얼마나 주먹을 꼭 쥐었는지 손바닥에 손톱자국이 날 정도였다. 잘못했다가는 언젠가 아이들이 말한초짜 선생님의 통과의례를 치를 뻔했다.
1학기 초에 대대적으로 교내폭력방지 캠페인 교육이 있었다.
"흔들리지 마세요. 스스로 문제아라고 낙인찍지도 마세요. 나는언제든지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 P63

아이들의 글을 정리해보면 대략 이렇다. 초짜 선생님이 항상 미소담뿍 담은 얼굴로 아이들을 대하다 보면, 꼭 머리 꼭대기에 올라앉는 아이가 생기게 마련이다. 대차게 노는 아이라면 선생님도 은근 겁을 먹거나 꼴통 취급을 해서 참아버리는데, 꼭 노는 것도 아니고 안 노는 것도 아닌 삐리리한 것들이 갑자기 성질을 부린다는 것이다. - P64

노는 아이들에게도 급이 있는데, 보스급, 양아치급, 똘마니급, 날라리급으로 나뉜다. - P65

이렇게 아주 사소한 일로 선생님이 정신줄을 놓고 마는 일을 두고, 아이들은 초짜 선생님의 통과의례, 즉 신고식이라고 했다. 신고식을 거치면 비로소 대한민국의 정식 선생님이 되어, 앞으로 계속 때리는 선생님이 되든 무관심으로 초지일관하는 선생님이 되든 한다는 것이다.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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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 직업이 없어서 끝냈냐? 요즘은 아예 사회가 알아서 실업자 백만 명 시대 어쩌구, 취업할 곳이 없네 하면서 떠들어주니까,
아주 지가 살판나서 묻어가고 자빠졌네. 너는 원래 일하기 싫어하는 놈 아냐! 옛날 그대로 나타나서 앞으로 믿어달라니. 어머나, 미친 새끼. 너 같은 새끼 때문에 정말 일하고 싶어도 못 하는 사람들까지 욕먹는 거야!" - P24

‘동영상 나오는 완전 최신형으로 사주려고 했어. 너 이렇게 가는거 아냐.......
엄마는 사진 속 천지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작년 천지의 생일날 천지가 사진관에서 찍자고 우겨서 찍은 사진이다. 이미지 사진이라고, 남들도 다 찍는다고 했다. - P25

자식을 잃고 흘리는 어미의 눈물은 배 속 창자를 후비고 눈을 찌르며 나오는 눈물이다. 쉽게 위로할 수 없고, 쉽게 위로 받을 수도없는, 한 깊은 눈물이다. 만지는 엄마의 눈물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없었지만, 지금은 엄마를 혼자 두는 게 나을 것 같아 자리를 피해주었다. - P26

동사무소에서 받아 온 스티커를 붙여 가구며 이것저것 꽤 버렸는데도, 아홉 평짜리 아파트에 부린 살림은 여전히 많아 보였다. - P27

"엄마야!"
엄마가 베란다에서 튀어나와 널브러져 있는 세간들을 허들 뛰기로 넘어 아파트 복도로 달려 나갔다. (중략).
"왜 그래 뭐야?"
"상자 안에 새끼 쥐가 득실득실해. 스윽 들추는데, 아오, 이따만한 쥐가 확 튀어나오잖아. 난 몰라."
"아이, 징그러. 어떡하지?" - P28

"비명 소리가 들리던데요."
"베란다에 쥐 떼가 있어요. 119에 신고한다고 잡아주진 않겠죠?"
만지는 매우 성의 없는, 대답을 이미 담고 있는 질문을 했다.
"제가 잡아보겠습니다."
오대오의 말에 엄마는 짐짓 환한 얼굴로 빗자루를 내밀었고, 만지는 그래도 이 남자 제법이라는 표정으로 쓰레기봉투를 내밀었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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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잠과 버스 연착과 미친 날씨, 망할 트리플 콤보로 지각직전에야 간신히 회사에 도착했다. 나는 물이 질질 흐르는 우산을 후다닥 손으로 대충 말아 쥐고 1층 엘리베이터 로비로뛰어들었다. 바짓단과 어깻죽지는 물론 머리털도 찝찝하게 잔뜩 젖어 감은 지 두 시간 만에 떡져 가고 있었다. - P9

수능시험을 치른 해에 신도림역에서 목격했던 사건이 생각났다. 연말, 러시아워 즈음이었던 것 같다. 그날 객차는 말도 안 되는 수의 인간들로 가득차 있었다. - P10

 사랑스러운 우리의 크레이지 헬 시티 서울시 서부권에서 작은 홍해를열어 버린 위대한 자는 노숙자로 추정되는 어떤 아저씨였다. 모세 할아버지에게 마법의 지팡이가 있었다면 이 험한 서부의 아저씨에게는 유성 매직이 있었다. 아저씨가 뚜껑 없는 유성 매직을 내민 채 전진할 때마다 고약한 냄새의 시민들이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고 했다. - P11

회사 엘리베이터에 끼어 탄 채 10년 전 기억을 떠올린 까닭은 음악 때문이기도 했다. 그 시절 등하굣길에 듣던 음악이나 출퇴근길에 듣는 음악이나 다를 것이 없다. 인간의 음악 취향은 크리티컬한 10대 시기에 뇌에 크리티컬하게 박혀 버린다는 주장이 있다던데, 내가 그 근거 자체인 것 같다. - P11

내 이름 조유라가 보이지 않게 곱게 손으로말아 쥐고 있다가, 엘리베이터가 7층에 도착하자마자 서둘러내려 자리로 뛰어가는 반복된 일. 파티션 너머에서 팀장이 못마땅해하고 있을 것이다. 안 봐도 비디오다. 어쨌든, 10시 정각5초 전에 인트라넷에 접속하는 데에 성공했다.
나는 이곳 키코게임즈에서 게임 기획자로 일한다. - P13

무슨 일을 하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게임 기획자라고 답한다. 하지만 나의 두 번째 팀장이자, 감성병자이자 복지부동이 신조인 팀장 높은 기획자라는 단어를 쓰는 것을 싫어한다. - P13

아니, 뭐 한번 더 생각해 보면 맞는 소리이기는 하다. 과금과 가챠와 양심 없는 카피가 곧 우리 시대의 사랑받는 문화이며 종합예술이라면 말이다 - P14

지금 내가 몸 담은 팀 이름은 오메가 (Ω)-3다(웃어도 된다. 하지만 아직 웃기엔 이르다.) 팀 이름을 들으면 제약 회사 영양제팀 같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테슬라나 스페이스X 찜쪄먹는 엄청난 것을 하는 데 같기도 하지만, (후략). - P14

 아아, 우주, 호모사피엔스의 욕망이 드글대는 거대한 보이드. 그러니까 이 게임은, 우주선 스페이스X의 가상적 픽셀 버전을 애써 제작한 다음 그걸 픽셀 이펙트로 못 때려 부숴서 안달하는 것이라고 요약할수 있겠다. 이것을 위해서 오메가팀과 2팀과 3팀과 4팀의 인간들은 하루 종일 문서를 쓴다. - P15

제일 중요한 점은, 우리 팀이 작업하는 문서는 우리 팀의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문서가 아니라는 점이다.  - P15

모든 게임 회사들이 다 그렇듯이, 키코의 실세도 사업 관련 본부다. 왜? 돈이 중요하니까. 소중하니까. 키코게임즈의 실세, 사업 본부의 이름은 핫키다. - P16

여기, 키코게임즈의 대표 기고원 씨는 무척 재미있는 인간이다. 그는 언론에 나기를 참 좋아하며, 지금보다 더 유명해지고 싶은 욕구로 가득차 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신비로운 힙스터 이미지를 원해서 발 벗고 SNS를 하지는 않는다. - P16

핫키 놈들은 참 영리하게 일을 잘한다. 그리고 그 ‘영리‘의윤곽에는 추악함이 깃들어 있다. 예를 들어, 고졸자들이 회사에서 겪는 치사한 차별에 대한 이야기가 사회 이슈가 되면 핫키에서 먼저 발 벗고 나서서 메시지를 내는 것이다. 저희 키코게임즈는 절대 학력에 따른 차별을 하지 않습니다. 고졸도 대졸과 같은 임금을 받습니다. 실력은 학력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 P17

그러는 동안 우리의 평등한 키코게임즈는 고졸 사원의 몇십 배나 되는 수의 석박사를 뽑는다. 사회와 집안의 근심 덩어리, 고학력 백수를 막 탈출해 키코게임즈 사원증을 얻는 데에 성공한 석박사들은 이제, 고졸자와 대졸자와 사이 좋게 같은 임금을 받게 된다. 왜? - P18

사실 나는 게임이 뭔지 거의 모르는 채로 키코게임즈에 들어왔다. 그냥, 모든 것이 어쩌다 보니 그렇게 흘러갔다. 국내에서는 실패했으나 중국에서 우연히 중대박을 친 MMORPG게임(지금도 회사 전체가 이것에 기대 먹고산다.) 덕분에 기세등등해진 대표가 유라시아 전체를 접수하겠다는 목표로 낸 채용 공고를 우연히 봤을 뿐이다. - P18

키코에서 내가 처음 들어간 팀은 월드 팀이었다. 누가 언제 들어도 ……………네? 뭐라고요? 한 번 더 묻던 그 재미난 이름의 팀. 이런저런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이런저런 사정과 이런저런 인생의 우연 속에 이렇게 저렇게, 이링공뎌링공 섞여 있던 팀.  - P20

(전략).
그리고 또 하나, 지긋지긋한 자기소개서를 더 안 써도 된다는 것이 황홀할 정도로 좋았다. 나는 지금도 궁금하다, 온갖 회사들과 문화재단에서 내 본적과 혈액형 따위를 도대체왜 요구했던 건지. 커다란 피 주머니라도 필요했던 걸까.  - P21

 월드 팀 사람들 각자의 명절을 티나지 않게 눈치껏 챙겨 약간의 감동을 주고 팀원들이 무의식적으로 서로의 종교 문화적 금기를 건드리지않도록 미리미리 무형의 투명한 장애물을 치우는 동안에는오다가다 본 외교 의전을 주먹구구로 급조해 따라 하는 신생 국가의 사수 없는 말단 공무원이 된 기분이었다. - P22

가끔씩은 도대체 왜, 한국 지하철의 할머니 승객들은 죄다 무거운 것을 들고 다니기 좋아하는가, 그 파마 머리의 기원은 무엇인가 하는 종류의 심오한 질문에 대답을 제대로 못 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안 되는 외국어로 안 되는 대화를 나름대로 열심히 할 때마다 미인가 국제 학교의 쓸데없이 헌신적인 담임교사가 된 기분이기도, 갓 오픈한 국제 기숙사에서 최저시급을 받는 조교가 된 기분이기도 했다. 젠장, 나는 너무 착하기 때문에 아마 강제로 천국에 가게 될 것이다. - P24

이를 나쁘게 비꼬자면 흔한 스타트업적인, 남의 돈 무서운줄 모르는 조증 걸린 신생 동아리의 주먹구구 정서라고 할수 있을 것이다. - P24

뭐, 어쨌든 소처럼 일했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잡다한일들로 얼루룩덜룩한 한 마리의 소. 음먹어. 게임 회사 직원인 주제에 게임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고, 실제 업무도 게임과별 관련이 없었지만 나는 막연하게라도 게임을 좋게 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 P25

아침, 판교행 버스에서 언제나 기이한 감각을 느낀다.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향해 존재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피곤을 달고 실려 간다.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0과 1로 만들어 화면 속에 반짝반짝, 진짜인 것처럼 만들려고, 지금 존재 중인 사람들이 존재하는 하품을 밀어 내며 실려 간다. - P26

게임 회사촌 앞 전광판은 24시간 켜져 있다. 한국 게임산업 수출액 7조 돌파! 나라가 먼저 나서 번쩍번쩍 자랑하는 숫자. 다 큰 어른들의 엉덩이를 펑펑 두들겨 주는 숫자. 저 거대한 숫자 속에 나의 집세와 학자금 대출, 점심값과 교통비, 책값과 의류비 따위도 들어 있을까? - P27

입사 초기, 퇴근 직전 팀원끼리 옹기종기 모여 키코게임즈간판 게임에 처음 접속했던 때를 잊을 수 없다. 키코의 게임답게 그것은 엄청난 고사양의 게임이었다. 왜 그렇게 ‘진짜‘ 같은 화면 구현을 위해 공을 들이는 걸까? - P28

(전략).
그때는 내가 살면서 하드한 게임을 처음 한 날이자, 3D로구현된 화면에 처음 뛰어든 날이었다. 때문에 나의 원시인 뇌가 너무 놀라서 적응하지 못하고 격하게 거부반응을 보인 거였다. 27인치 모니터를 집중해서 쳐다봤다가 머리를 공격당해 몸살을 앓다니. 이런 하찮은 최약체 같으니, 내가 생각해도어이가 없었다. - P30

살면서 게임을 한 번도 안 해 본 것은 아니다. - P32

나는 어렸을 때에도 ‘내가 실수하면 캐릭터가 죽는다‘는 상황과 시간 압박, 은근한 기록 경쟁 분위기에 스트레스를 받는 축이었기 때문에 「슈퍼 마리오」를 많이 하지는 않았다. 어쩌다 하더라도 피지컬 문제로 금방금방 죽어 자리를 넘겨 주느라 바빴다. - P34

그 무렵 엄마 아빠는 정말 바빴다. 구청으로, 병원으로, 은행으로, 부동산으로, 그 외에도 알 수 없는 곳으로 종일 뛰어다녔다. 때문에 나는 복잡한 촌수의 노부부와 함께 숨막히는집 안에 남아 있어야 했다. 먼지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것처럼 조용하다가도 아무 예고 없이 천장이 시시때때로 쿵쿵 울리던 그 집. 나는 그때마다 헤드폰을 뒤집어쓰고는 했다.
그 집의 황량한 6인용 식탁에서 하던 침묵의 식사도 잊을수 없다. - P35

강제로 매일 가야 하는 학교도 엉망진창이기는 마찬가지였다. 하필 영악하기 짝이 없는 여왕벌과 그의 덜떨어진 시녀들로 구성된 학급에 배정된 터라, 나는 학교에서 겉돌 수밖에 없었다. 

한국 학교에 등교한 지 보름도 되지 않았던 때로 기억한다. 아파트 단지 재활용품 더미에서 구한 낯선 신문을 어색하게 넘기는 둥 마는 둥 하고 있을 때, 교실 뒤쪽에서 킥킥대는 소리가 퍼지기 시작했다. 여왕벌이 폐지 더미 속에서 ‘베트남‘과 ‘메콩‘이라는 단어를 발견했던 것이다.
(중략).
왜 소란이냐며 담임이 귀찮은 듯 긴 막대기를 한 번 휘둘렀지만 그 순간부터 내 별명은 메콩이 되었다.
도대체 그게 왜 웃겼을까? 도대체 그게 왜 놀릴 일이지? - P37

하지만 나도 안다. 이 정도로는 키코에서 게임을 해봤다고 절대 말할 수 없다. 게임에 학창 시절을 갈아 넣었다는 사람들이 넘쳐 나는 곳이므로, 모두의 업무용 서브 모니터 아래 자동 전투 돌려 놓은 휴대폰이 빛나고 있고, 다달이 가챠에 수십만 원을 쏟는 것 정도는 안줏거리도 될 수 없다. - P39

(전략). 문학적 정신분석 어쩌고 하던 수업에서 주워들은프로이트와 라캉은 너무 어려웠다. 그들이 말한 남근 선망이라는 것이 뭔지 지금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동네의 무속신앙을 요약하자면, 그게 큰 가슴 선망이라는 것은 확실히 안다. - P40

3D 멀미 사건 이후 스스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겜알못‘임을 알게 된 나는, 조심스럽게 게임에 재도전해보기로 했다. 게임 회사 다니는 입장에서 그래도 기본은 하고싶었다. - P41

나는 내 키를 싫어했다. 쓸모없는 키 때문에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튀는 게 너무 싫었다. 그만 크고 싶어서 단식을 수없이 선언했지만, 성공한 적은 거의 없었다. 늘 배고팠고 늘입이 허전했기 때문이다. 부끄럽지만, 꽤나 클 때까지 자꾸 연필 끝이라도 질겅대려 들었다. - P43

게임방의 두 번째 문제는 매우 생물적인 데에 있었다. 바로 냄새, 여름을 맞이하여 인간들의 신진대사가 다양한 쪽으로 활발해지면서, 인간의 집중한 육체와 타오르는 계절이 서로 마찰한 것을 예의를 중시하는 호모사피엔스의 직물이 덮어 발효시키며 사방팔방으로 튀어오르는 쉰내가 났다. - P44

호모사피엔스에 대한 약간의 희망을 버리지 못했던 나는문제의 게임방에 겨울에 가 본 적도 있지만, 역시 어리석은 선택이었다. - P44

내가 예상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태임을 알게 된 배이현팀장님은 나에게 틈틈이 게임을 추천해 주기 시작했다.
유라 님, 캐주얼한 게임으로 시작하는게 좋겠죠? 「커피토크」 한번 해 봐요. 마침 지금 스팀 세일 중이고요!


*밸브사의 게임 유통 및 커뮤니티 플랫폼. - P45

내가 「커피 토크」에 흥미를 보이자 팀장님은 은근히 기뻐하는 것 같았다. 맞다. 자기가 추천한 것이 세상에 널리 퍼지는 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 호모사피엔스의 특징중 하나이니까. 호모사피엔스, 인간 지혜, 지혜 인간. 지혜(전파)-인간 인간-(전파)-지혜, 나는 라틴어로 전파가 무엇인지찾아보았다. 프로파가티오(propagatio). - P47

이것은 나의 이론인데, 길에 적용되는 사건은 크게만 잡아도 우선 네 가지나 된다. 날씨, 시간, 환경, 인간, 풀어서 말하자면, 비나 눈이 오는가 오지 않는가. 낮인가, 밤인가. 공사 중인가, 아닌가. 내가 누군가와 함께 가고 있는가, 혼자 가고 있는가. 네 가지의 최소 사건은 두 가지 경우의 수를 각각 거느리고 있다. 2의 4제곱은 16. 똑같은 길이라도 최소한 열여섯개로 순식간에 분화될 수 있는 것이다. - P50

팀장님은 나의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플레이 감상이궁금하셨던 것 같다. 팀 점심 날, 옆자리에 앉자마자 물어보셨다. 재밌었다는 빈말은 못했다. 사실 조작이 아직도 어렵다고, 주변 캐릭터와 설정이 아무리 게임이지만 과장되어서 오그라든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팀장님은 꿍, 하며 아쉬워했다. - P52

(전략).

혹시 전 세계의 게임이 비슷비슷해지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전 세계 인간들의상상력의 원천, 어린 시절의 경험도 한군데로 뭉쳐 버리게 된걸까? - P53

그 많던 휴대전화 제조사가 사라지고 애플과 삼성만 남은것도 비슷한 맥락일지 모른다. 그럼 여기, 키코는 뭘까? - P54

며칠 후 팀장님은 은근히 「저니」와 「압주」를 추천해 주셨다. 그러면서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를 나중에라도 꼭 다시해 보라는 권유도 잊지 않으셨다.  - P54

A ←  판교,
취미의 품,
예술의 시절


게임을 마치 기예처럼, 곡예처럼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다‘가 아니라 ‘기어이 해낸다‘에 가까운 외발자전거를 탄 채 머리로는 접시를 돌리고 손으로는 저글링을 하는 것처럼 100원짜리 동전 하나로 「1942」, 「버블버블」, 「갤러그」의 끝을 보는 사람들. 그래서 오락실 기계에 자기 이니셜을 남길 수 있던 사람들. - P57

키코게임즈에 지원하는 기획자들은 핫한 PC 게임의 ‘만렙‘을 찍은 경험담을 자기소개서에 꼭 녹여 넣는다. 그것은 암묵적인 지원 자격이고, 외국어나 학점 따위보다 확실한 스펙으로 활용된다. 어떤 게임의 끝을 보았다는 거니까. 평균 이상의피지컬로 근성을 가지고 시스템의 비밀을 엿보는 데 성공했다는 거니까, 근면성실하게 게임에 시간을 들였다는 거니까. - P58

월드 팀을 제외한 거의 모든 팀에서 게임을 못 한다는 것은곧 죄악을 뜻했다. 인간의 일곱 가지 죄, 교만, 시기, 분노, 나태, 탐욕, 폭식, 색욕. 이 모든 것을 다 더한 것보다 거대한 죄. - P59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게 맞다. 그건훌륭한 일이다. 복된 일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 세상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생계를 해결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 P60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게 맞다. 그건훌륭한 일이다. 복된 일이다. 그러므로 내가 키코에서 일찌감치 알아서 떠나는 게 옳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칭) 영웅들도 결국 알 수 없는 운명에 흩날리며 이링공뎌링공 살아가게 되는 것이 역시 인생이니까.  - P63

(전략).
공연장 아르바이트를 지원한 것도 그 로망 때문이었다. 서비스업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있으면 승무원 지원에 유리하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었기 때문이다. 나름 계획적으로 지원한 아르바이트였지만, 면접은 엉망으로 보았다. - P64

아르바이트 내용은 간단하다면 간단했다.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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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준비하던 천지가, 오늘 죽었다.

기운 생명 끝에 매달린

"세대 차이 그거 별거 아냐. 주판 대 전자계산기고, 전보 대 휴대폰 메시지야."
MP3플레이어를 요구하면서 세대 차이를 들먹인 건 분명 적절치 못했다. - P9

"엄마가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말하니까 그렇지."
"어우, 뒷골이야. 요즘 애들은 다 있나, 나만 없다, 그러니 나도 있어야 한다. 이것도 다분히 감정적인 생떼야." - P10

급하게 계단을 내려간ㄴ 걸음 소리가 집 안까지 들렸다.
이달 말까지 전세 보증금을 올려줘야 한다. 요즘은 보증금을 올려 받는 날도 점쟁이한테 물어보고 정하는지, 집주인은 특별히 받아 온 날이라며 날짜를 지켜주길 바랐다. 하지만 말만 거창할 뿐 제 때에 돈을 받기 위한 수작이라는 것쯤은 엄마도 알고 있었다. - P11

그게 마지막이었다. 천지는 그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엄마는 남편을 보낸 지 구 년 만에 어린 딸까지 보내고 만 것이다. - P12

국어 선생님은 무심결에 만지를 부르려다 뒷말을 삼켜버렸다. 다행히 만지는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미동도 없이 똑바로 앞을 보고 있었지만, 칠판을 보고 있다고 하기에는 너무 깊은 사선이다. - P13

수업을 마무리 짓지 못했는데 종이 울려버렸다. 집중하지 못한 탓이다.
"반장은 다음 시간에 나에게 ‘조랑복!‘하고 외쳐오. 까먹을라!" - P14

학교 앞 분식점에서 천지와 함께 돈가스를 사준 적이 있다. 천지와 너무 안 어울려 오히려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아이다. - P16

"말도 없이 어딜 갔나 했다. 급식 대신 받아놨어."
미란은 만지가 책상 옆에 내려놓은 국화꽃 바구니를 슬쩍 보았다. - P17

민지는 국에 만 밥만 계속 떠먹었다.
"반찬 남기면 벌점 받어, 너"
"맛도 없는데 왜 이렇게 잔뜩 받아 왔어!"
(중략)
그리고 6교시에는 보건실에 누워 있었다. - P18

화연이는 내게 처음 말을 건 아이입니다. 전학 온 아이게 대한 호기심으로 다가왔겠지요. 싫지 않았습니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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