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이야기
아름다운 장미에는 살의가 있습니다
1 (전략). 후지쿠라 후미요는 평소처럼 남편인 고자부로의 도움을 받으며산책을 하는 중이었다. 원래 올해 일흔이 되는 후미요는 다리가 불편해서 걸어 다닐 수 없다. 그래서 산책이라고 해도 정확히는 휠체어로 하는 것이다. 휠체어를 미는 것은 고자부로의 역할이었다. - P107
참고로 후지쿠라가는 다마 지구에서는 유명한 ‘후지쿠라 호텔‘의 창업 가문이다. - P107
후미요와 고자부로 사이에는 훌륭하게 성장한 두 자녀가 있다. 딸인 미나코는 서른다섯 살, 이미 결혼해서 지금은 유치원에 다니는 리카라는 딸이 하나 있다. 미나코의 남편 마사히코는 마흔다섯이라는 젊은 나이인데도 현재는 후지쿠라 호텔의 사장 자리를 맡고 있다. - P108
고자부로는 후미요의 휠체어를 힘차게 밀면서 장미원으로 향했다. (중략). 두 사람은 문 앞에서 사위인 마사히코를만났다. 마사히코도 같은 비명을 듣고 달려온 듯했다. "아, 아버님! 지금의 비명은 대체......" "모르겠구먼. 데라오카 군의 목소리인 것 같은데... 어쨌든 이 안이야." - P110
데라오카 유지는 장미원의 한복판 부근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곳에는 장미 침대가 있었다. 그렇게 말해도 진짜 침대는 아니다. (중략). 그런 장미 침대 위에 한 여성이 조용히 누워 있었다. 다카하라 교코였다. (중략). 다카하라 교코는 장미 침대에서 자는듯이 죽어 있었다. - P111
2
(전략). 야호텐만구 인근에 있는 부자의 대저택에서 사건 발생. 급보를 받고 현장에 달려온 레이코는 장미 침대에 잠든 변사체를 보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중략). 그 사체를 본 순간, 레이코의 머릿속에는 ‘아름답다‘, ‘수리하다‘ 혹은 ‘화려하다‘라는 단어가 순식간에 떠올랐다. - P112
"오해라고, 호쇼 형사. 나는 ‘아름다운 시체‘라고 말한 것이 아니야. 이 장소가 아름답다고 말한 것뿐이지. 이 멋진 장미원을 감상했을 뿐이라고." - P113
그것을 묵묵히 듣고 있는 레이코는 구니타치 경찰서의 젊은 형사. 그 정체는 ‘호쇼 그룹의 총수인 호쇼 세이타로의 딸이다. 참고로 호쇼 그룹이란 금융, 부동산, 철도, 전기, 유통 및 미스터리 출판 등에 맥락 없이 손대고 있는 복합 기업이다. - P114
우선 피해자가 얇은 잠옷 차림이라는 점. 그리고 맨발이며 주위에 신발이나 샌들 같은 것을 찾아볼수 없다는 점. 이것들을 종합해서 생각하면 피해자가 살해된 것은이 장미원이 아니라 어딘가 다른 장소, 그것도 실내일 것으로 추정되었다. - P115
사망 추정 시각은 오전 한시 전후. 목 주위에 뭔가로 졸린 흔적이 있으므로, 사인은 교살에 의한 질식사로 판정되었다. 흉기는 끈같은 가느다란 것이 아니라 좀 더 굵은 것. - P116
가자마쓰리 경부는 일단 고개를 끄덕이고서 물었다. "그런데 이 장미원의 손질은 보통 어느 분이 하십니까?" "남편입니다." 후미요가 대답했다. "남편은 장미를 키우는 게 취미라, 낮이든 밤이든 틈만 나면 장미원에 틀어박혀 있답니다. 덕분에 남편의 손은 항상 상처투성이죠." - P117
"그러십니까. 알았습니다. 그런데 만일을 위해 묻겠습니다만." 가자마쓰리 경부는 남자 세 사람을 향해 척 하고 물었다. "혹시 여러분, 저 시체를 옮기지는 않았는지요?" 세 남자의 입에서 숨을 삼키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가자마쓰리 경부의 질문은 그들의 아픈 곳을 확실히 찌른 듯했다. - P118
"당신들 세 사람은 시체를 발견한 뒤에 곧바로 110에 신고했다고 말씀하셨지만 그것은 거짓말이군요. 당신들은 시체에 손을 대서 그것을 움직였습니다. 그때 장미 가시에 긁혀서 손등에 상처가났죠. 아닙니까?" 과연 그렇군. 가자마쓰리 경부도 가끔씩은 날카로운 말을 하는구나 하고 레이코는 감탄했다 - P119
마사히코가 고자부로에 이어 호소했다. "우리는 처음에 저 여자가 정말로 죽었을까 하고 생각해서……………어쨌든 저렇게 완전히 자는 듯한 상태였으니, 그래서 그 여자의 몸을 흔들어보거나 맥을 짚거나 했습니다. 누구나 그렇게 하겠죠. 그리고 확실히 죽었다는 것을 알고, 이번에는 그 여자를 받침대 위에서 내려주기로 했습니다. 마침 남자들이 모여 있었으니까요." - P120
눈앞의 시체에 동요한 첫 발견자가 자기도 모르게 시체를 건드리거나, 그것을 움직이는 것은 이따금 있는 일이다. 대부분은 선의에서 나오는 행동이니 뭐라 하기도 어렵다. 현장 보존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문제가 되는 일이지만. - P121
"그래, 마치 이 별채가 범행 현장인 것처럼 나중에 범인이 꾸몄을 가능성은 있어. 어쨌든 이 장소가 범행 현장이라고 가정하면 범인은 장미원까지 오십 미터 이상이나 시체를 운반했다는 이야기가되니까. (중략), 실제 범행 현장은 장미원에서 좀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군." 가자마쓰리 경부는 그렇게 말하고 이마에 배어난 땀을 손등으로 닦았다. - P124
3
후지쿠라 저택의 응접실에 사건의 관계자들이 모였다. 이미 대면한 네 명, 노부부인 고자부로와 후미요. 마사히코, 데라오카 유지 외에 노부부의 장녀이자 마사히코의 부인인 미나코, 그리고 아들 도시오가 더해졌다. 도시오는 단정한 얼굴의 미남이지만, 울어서 부었는지 눈이 붉었다. - P125
(전략). 그리하여 다카하라 교코는 약간의 짐과 검은 고양이 한 마리를 데리고 후지쿠라가의 별채로 들어왔다. 그것이 지금으로부터 보름정도 전의 일이라고 한다. "흠, 검은 고양이라." 가자마쓰리 경부는 의외로 별것 아닌 점에 흥미를 보였다. "그러고 보니 별채에 고양이는 없었습니다. 여러분은 피해자가기르던 고양이가 어디 갔는지 모르십니까?" "그러고 보니 오늘 아침부터 한 번도 못 봤네요." - P126
"그랬지"라고 고자부로는 고개를 작게 끄덕이더니 입을 열었다. "형사님, 나는 확실히 처음에는 두 사람의 결혼을 완고히 반대했었소. 그렇지만 보름 동안 그 여자와 지내다 보니 조금은 두 사람의 결혼을 허락할 기분이 들었다오. 아니, 나는 어젯밤에 확실히두 사람의 결혼을 인정하려고 결심했었소." "어라, 그러셨습니까. 아버님? 그건 몰랐군요." - P127
그렇게 생각하면 수상한 사람은 두 사람의 결혼을 마지막까지반대했던 마사히코가 된다. 그렇지만 물론 단정할 수는 없다. (중략). "참고로, 그 마작은 어디에서 몇 시까지 하셨습니까?" "이층의 오락실에서 자정 무렵까지였던가." 고자부로가 대답했다. - P129
미나코의 의외의 말에 마사히코가 안색을 바꾸었다. "무슨 소리야, 여보. 그런 시간에 아버님하고 어머님이 정원을 산책할 리가 없잖아." "하지만 잠이 안오는 밤에는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 - P131
"그렇습니까. 참고로 이 저택에 다른 휠체어는 없습니까? 예비용이라든가, 옛날에 사용하던 것이라든가." (중략). 가자마쓰리 경부는 부랴부랴 결론을 입 밖에 냈다. "범인은 다카하라 교코 씨를 살해한 뒤에 후미요 씨의 휠체어를 잠시 빌렸습니다. 그리고 그 휠체어에 시체를 싣고 장미원으로운반했겠죠. 휠체어를 사용하면 시체를 운반하기가 훨씬 쉬워지니까요." - P132
4
(전략). "호쇼 형사, 자네는 눈치채고 있었나? 이 후지쿠라 저택의 본채, 별채, 정원 모두 완전한 배리어 프리가 이루어져 있다고. 나는 이미 깨닫고 있었지만." (중략). "그야말로 안성맞춤이야. 그야말로 휠체어로 시체를 운반하기위해 만들어진 듯한 저택이야!" - P133
가자마쓰리 경부는 뒷문을 나와서 나누던 이야기를 끊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뒤뜰 한구석에 작은 목조 오두막이 보였다. 여닫이문과 창문의 상태로 보아, 사람이 사는 공간은 아닌 듯했다. "저건 창고인가? 안에 누군가 있는 것 같은데.." - P133
"그러고 보니 피해자의 고양이가 행방불명이었지. 이런 곳에 있었나." 가자마쓰리 경부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여닫이문을 활짝 열었다. 한껏 밝은 미소를 지으면서 "안녕, 꼬마 아가씨. 이름이 뭐니?"하고 말하며 여자아이에게 다가갔다. - P134
"‘움직일 수 없는 증거‘는 단순한 비유야. 그야 당연히 고양이는움직이지. 그렇지만 이 고양이는 다리를 다쳤어." "피해자가 기르던 고양이가 다친 것이 어쨌다는 말씀이죠?" "다카하라 교코가 살해된 것은 역시 저 별채의 침실이야." 경부는 느닷없이 단언했다. - P137
5
(전략). "만약에 말이야, 만약에 살인 사건이 벌어졌는데 피해자의 시체가 살인 현장에서 오십 미터 이상이나 떨어진 장미원 안에서 발견되었다면, 범인의 목적은 대체 뭘까?" (중략). "실례되는 말씀입니다만, 그렇게까지 이야기가 구체적이면 어딘가에서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아가씨는 거짓말에 능숙하신 편이 아니니까요." - P140
레이코는 고개를 돌리며 강하게 거절을 표했다. "또 어차피 아가씨는 멋으로 눈을 달고 다니십니까‘ 같은 소리를 할 거잖아. 그런 건 이제 사양하겠어. 당신의 힘 같은 걸 빌리지 않아도 이 정도의 사건은 우리가 해결할 수 있어. 이쪽은 프로니까!" - P141
네 번째 이야기
신부는 밀실 안에 있습니다
(전략). "그러면 아가씨는 무엇이 불만이십니까? 아까 전부터 뒷좌석에서 침울해하시는 듯 보입니다만." "누가 침울하다는 거야. 누가!" 레이코는 창문 쪽으로 고개를 팩 돌리고 유월의 비에 젖은 거리의 경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저 비 오는 날의 결혼식은 싫다고 말한 것뿐이야." 그렇게 말하며 얼버무리긴 했지만, 가게야마의 지적은 그야말로정곡을 찌르고 있었다. 레이코는 유리가 자신보다 먼저 결혼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 P160
레이코는 얼굴 가득히 미소를 지으면서 차에서 내렸다. "어머, 비가 그친 것 같네. 다행이야, 드레스가 젖지 않겠어." (중략). 뭐, 아무리 억제한들 그 계집애보다 눈에 띄는 것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 P164
이윽고 레이코와 가게야마는 요시다의 인도로 한 채의 서양식 건물에 도착했다. 담쟁이덩굴이 얽혀 있는 그 벽돌 건물은 좋게 말하면 문화재적인 가치를 지닌 저택, 나쁘게 말하면 낡아가는 과거의 유물 같았다. - P167
2
결혼식은 일층의 대형 응접실에서 사제의 입회하에 가족과 친구, 지인만이 참가하는 조촐한 것이었다. - P170
오이를 거꾸로 먹어도 제멋■이라고 했다. 그녀가 뭘어떻게 하든 알 바 아니다.
■ 남이 어떻게 하든 상관하지 말라는 뜻의 속담. - P173
레이코는 평소의 유스케를 잘 모르지만, 여동생이 하는 말이니평소에는 조금 더 똑똑한 모양이다. "유스케는 이 결혼을 찬성하지 않는 모양이네. 아, 누나를 빼앗기는 것이 아쉬운 건가?" "아니에요. 오빠는 재산을 빼앗기는 게 분한 걸 거예요. 그렇지, 오빠?" - P174
레이코는 그 순간, 자신도 모르게 입을 누르고 빙글 몸을 돌려서벽을 보았다. 그런 레이코의 모습을 가게야마가 의아하다는 듯이 등 뒤에서 들여다보았다. (중략). 레이코는 자신의 등 뒤를 가리켰다. "벽 쪽에 기모노 차림의 품위 있는 부인이 계시지? 그분, 이쪽을 노려보고 있지 않아? 불쾌하다는 눈치 아냐?" - P177
레이코는 요시다와 함께 대형 응접실을 나왔다. 일단 현관홀을나와서 큰 계단을 올라 이층으로, "이 계단을 올라가서 바로 오른쪽에 있는 방이 유리 님의 방입니다.………… 음?" 요시다의 말을 막듯이 비명 비슷한 여자의 소리가 들렸다. - P179
"열쇠는 제 방의 금고에 있습니다. 가져올 테니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요시다는 나이를 잊은 듯한 재빠른 몸놀림으로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혼자 복도에 남아 있던 레이코는 계속 문을 두드리고, 그 너머에 있을 친구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나 역시 대답하는 목소리는 없었다. - P179
"이 이상 다가오지 마, 유스케! 복도로 나가! 다른 여러분들도요! 아무래도 사건이 일어난 것 같습니다. 자세한 일은 나중에 설명할 테니까, 자아, 어서!" 레이코의 박력이 효과를 거두었는지, 유스케는 두세 걸음 후퇴했다. 사람들에게 이제까지와는 다른 긴장이 퍼졌다. 그 - P182
3
레이코는 구급차를 부르는 한편, 독단으로 경찰에도 연락했다. 가게야마는 계속 피해자 곁에서 상처를 누르고 있었다. 레이코는현장 보존에 노력하면서, 그러는 한편으로 현장의 상태를 자세히 관찰했다. - P183
이윽고 구급차와 경찰차가 거의 동시에 도착했다. 그러자 복도에 있던 다카코가 분연히 외쳤다. (중략). 레이코는 복도로 얼굴을 내밀고 사와무라가의 여주인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이것은 상황으로 보아 틀림없는 상해 사건, 아니, 어쩌면 살인미수 사건입니다. 피로연이 한창이든 뭐든 관계없습니다. 부디 조사에 협력 부탁드립니다." 다카코는 분하다는 듯 등을 돌리면서 내뱉었다. "이래서는 사와무라 가문의 체면이 말이 아니군요." - P184
"그렇군요. 그러면 마지막으로 현장에 도착한 사람이 옆방에 있던 사와무라 미유키 씨였다는 건가." 여기서 미우라 경부는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 P188
성난 기색을 보이는 다카코를 당사자인 미유키가 어른스럽게 달랬다. "참으세요, 어머니. 여기는 제가 설명할게요. 형사님, 바로 옆방에 있었던 제가 가장 늦게 현장에 나온 이유를 설명할게요. 실은제가 시험 공부를 하고 있었다는 건 새빨간 거짓말이에요. 사실은헤드폰을 쓰고 음악을 듣고 있었어요. (후략)." - P188
"그러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지. 자네는 범인의 도주 경로에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지?" "도주 경로 말씀입니까?" "그래. 자네는 피해자의 비명을 들은 직후에 피해자의 방 안에 도착했어. (중략). 그런데 자네가 요시다 씨가 가지고 온 여벌 열쇠로 문을 열었던 시점에는 이미 실내에 범인의 모습은 없었어. 범인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 P191
"비가 범인의 발자국을 지운 게 아닐까요?" "비는 결혼식 직전에 이미 멈춰 있었어. 그 이후로는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았어." - P192
"제, 제가 범인의 사후 공범자라는 말씀인가요? 저는 유리의 친구고, 게다가 현직 형사입니다." 게다가 ‘호쇼 그룹‘의 총수, 호쇼 세이타로의 딸이라고요! 섣불리 범인 취급하다간 다치는 건 그쪽이에요! 레이코는 하마터면 그렇게 말할 뻔했다. "아니, 형사도 범죄에 손을 물들이는 일 정도는 있다고." - P193
"뭐라고요! 제가 유리의 결혼을 축복하지 않았다? 괘씸하다고생각했다" 레이코는 냉정을 유지하면서, 한층 크게 심호흡을 하고 나서 물었다. "경부님, 대체 어느 누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증언을 했습니까!" -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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