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머지 반은 끝나고 드릴게요. 다 그렇게 한다고 들어서요."
역시, 살고자 하는 사람이었다. 이 여자는 당분간 절대 자살 같은건 안 하겠구나 싶었다. (후략). - P22

여자가 건네준 파일에는 ‘가영‘이 엄마와 연락이 끊긴 이후 대충 어디서 어떻게 지냈는지에 대한 내용들이 적혀있었다. 그리고 몇 명의 사진과 주소, 신상명세들이 있었다. 모두 남자들이다. - P23

제일 앞 페이지에 나온 사람의 이름은 ‘김지훈‘이다.
(중략). 최근에 노예니 뭐니 하는 텔레그램 ‘성 착취 방‘의 가해자로 용의선상에 올랐다는 내용도 있었다.  - P23

너절한 오피스텔에 어울리지 않는 고급 사양의 컴퓨터가 여러 대 있었고 그 옆으론 대용량 하드디스크가 여러 개 쌓여있었다. 딱히 열어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 P23

음, 죽여 마땅한 놈이다. - P24

 ‘기생오라비‘처럼 반반하게 생긴 얼굴에 기름이 낀둔탁한 눈빛으로 바스락거리는 정크푸드 봉지를 들고 더스티 핑크가 들어왔다. 나는 빠르게 침대 아래로 숨었다. - P24

"제, 제가 안 죽였어요!!!"
아, 지겨운 레퍼토리.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은 말이다. 칼로 찌르고 총으로 쏘고 불태워야만 죽이는 건가? - P25

"저, 저는 가영이 못 본 지 진짜 오래됐어요. 진짜예요. 걔가 지, 진짜 주, 죽었으면, 가영이 죽인 사람은 따로 있다니까요!"
아, 어머니. 조금만 더 돈을 마련해 오시지. 그럼 이놈도 저놈도 다 죽였을 텐데. - P25

놈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하다가, 나는 더스티 핑크의 내장을때려 부수는 대신 그의 컴퓨터를 때려 부순 뒤 쌓여있던 하드디스크들을 들고나왔다. 그리고 가게에 굴러다니던 네일 폴리시 배송박스에 하드디스크 하나를 넣고 포스트잇에 놈의 인적 사항을 적어 경찰서로 보냈다. - P26

(전략). ‘주민호‘. 그게 가영을 ‘넘겨받은 놈의 이름이었다.
주민호는 의사였다.  - P26

으로 조사받은 적이 있다. 아. 그동안 놈들이 하고 다녔을 일들이4K로 보이는 것 같았다. 그러면 이 두 놈이 함께 가영을 그 외딴창고로 끌고 간 것일까? - P27

각종 수상한 약품들이 가득 찬 서랍도 있었다. (중략), 대개 이런 짓은 중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이런 놈들의 얄팍하고 제한적인 우정이라도 꽤 길게 가는 경향이 있었다. - P27

(전략). 비록 1인분의 돈을 받았지만 이런 경우는 사실상 1+1 같은 것이라서 여자에겐 비밀로 하고 둘을 동시에 처리할 수도 있었다.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닐 테니까. - P28

팔을 뒤로 결박당하고 있는데도 놈의 말투는 차분했다. 꼭 진료실에서 만나는 의사 선생님 같은투로, ‘가영이‘란 이름을 부를 때는 마치 다정함을 담기라도 한 듯특히 더 느끼했다. - P29

"난 여자 안 죽여. 왜 죽이겠어."
메탈릭 네이비가 다시 한번 심야방송 남자 디제이 같은 말투로 속삭이듯 말했다. 이 말이 너무 진심인 것이 느껴져서, 너무 진심으로 욕지기가 솟았다. - P30

‘박동현‘, 그것이 가영과 함께 사라진 남자의 이름이었다.
그는 울산의 대형 학원에서 일하는 국어 강사였다. (중략). 흥신소에 따르면 ‘사람이 서글서글하고 착하다는 평판‘이 있다고 했다. - P30

. 여기까지 읽으니, 왠지 볼 때마다 구역질이 나는 베이비 블루 색이 떠올랐다. 순진한척하지만 교활한 이중적인 느낌이 닮았달까. - P31

. 겉으로는 수줍은 척, 숙맥인 척하지만 자기가 채갈 수 있는 그 좁은 영역에 떨어지는 고기를 호시탐탐 노리는 하이에나 같은 놈들. 섹스에 밥도 청소도 빨래도 다 해줄 테니까, 이런 남는 장사가 없었겠지. - P32

게다가 이런 자식들이 외롭다고 말하는 건, 그냥 거기가 근지럽고 심심하다는 뜻이다. - P32

이 사회의 ‘승자‘가 되지 못한 분풀이를 자기보다약한 존재에게 해야 하니까. 그건 많은 경우, 옆에 있는 여자이고. 아아, 죽여 마땅한 놈이다. 집 여기저기 어설프게 보수한 흔적이보이는 건 베이비 블루가 성질나는 대로 이것저것 집어 던진 결과겠지. 성질내는 이유는 뻔하다. 이를테면…. - P33

아. 그 순간을 참지 못하고 나는 그만 놈의 팔을 부러뜨리고 말았다. 조금, 프로답지 못했을지도. 하지만 뭐, 그의 말처럼 죽진 않으니까. 그 정도면 자비를 베푼 셈이다. - P34

슬픔 때문인 척하지만, 사실 저건 내가 부러뜨린 팔이 아프기 때문이다. 잠시 보다가 퍽, 나도 모르게 그의 얼굴에 발길질했다. 아, 추한 것을 보면 좀처럼 견디지 못하는 성격 탓이다. - P35

같지는 않다. 그는 올해 영화감독으로 데뷔했고 결혼도 했는데, 아내의 직업은 검사였다. 아내 아버지의 직업도 전직 검사였다. (중략). 겉으로는 점잖고 우아해 보이지만 사실은 어둡고 재수 없는 음험한 색. 나는 배준호를 딥 그린이라 부르기로 했다. - P35

어느새 여자가 준 파일의 마지막 페이지였다. 그렇다면 역시 딥그린이 가영을 죽인 것일까. 목적도 확실해 보인다. 어쩌면... 가영이 임신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 P36

딥그린은 화장실 벽에 고개가 처박힌 상태로도 조잘조잘  잘도 떠들었다. 자신이 가영을 믿고 편찮으신 장인어른의 관리를 맡겼는데 장인어른이 실종되었고, 책임을 추궁하려 했더니 가영도 함께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 P38

다시 찾아간 더스티 핑크의 오피스텔은 텅 비어있었다. 경찰들이 그렇게 빨리 움직인 건가? 에이 설마. 부동산 아저씨에게 비타민 음료를 건네고 들은 이야기. 놈이 며칠 전 방 안에서 자살했다는 것이다.
이제 진짜로 좆됐다 싶어서? 그럴 리가. - P40

메탈릭 네이비의 아파트. 역시 이사가 한창이었다. (중략).
아. 조금만 더 빨리 올 걸, 설마 그 리클라이너도 니가 가져갔냐? 갑자기 확 약이 올랐다. - P41

. 아, 벌써 죽은 건가. 그린씨는 평생쉽게 살아서 그런가, 끈기가 부족하네. 아니 어쩌면, 이 친구가 내생각보다 유능한 것일지도. 그러니까, ‘가영‘이가. - P42

"불에 탄 거, 치매 할아버지였구나"
그러자 가영이 흘러내린 앞머리를 뒤로 상큼하게 넘기면서 대답했다.
"좀 걱정했는데, 면허증 놓은 게 그래도 통했네. 경찰들이 멍청해서 살았지. 할배가 워낙 왜소해서 덩치는 비슷했어" - P42

아, 근데 아까부터 자꾸 약 오르네. 이쪽에도 천부적인 재능이있어. 사람 목 조르는 거만큼.
"어머니가 슬퍼하시는 거 알잖아"
"이렇게 살아있는 거보다는, 그렇게 죽어있는 걸로 아는 게 엄마 마음이 더 낫지 않을까?"
흠. 그 역발상의 효심에는 조금 감탄했다. - P43

"너, 나랑 일 같이 하자."
(중략).
"네일, 실컷 해줄게. 니가 해달랄 땐 언제든."
어느덧 자영업 5년 차, 이제 슬슬 사업을 확장할 때도 됐지.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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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아이디어의 힘


루트비히 볼츠만은 19세기의 가장 중요한 과학자 중 한 명이다. 그는 특히 현대적인 관점에서 자연현상을 정밀하게 이해하는 데 필수 불가결한 통계역학의 기반을 다진 인물이다. - P117

(전략). 이 현상을 설명하는 것이 바로 통계역학이다. 기본 원리는 낱개의 원자들이 한없이 움직이더라도 이들의 위치와 속도가 이루는 확률분포는 지속적이라는 것이다. - P117

물리학자가 아닌 힌턴이 물리학상을 받은 것은 의외였다. 볼츠만 기계나 그와 유사한 통계역학적인 구조를 이용하는 기계는 지금 기준으로는 인공 신경망가운데서 실용성이 낮다는 게 구체적인 비판이다. - P118

분야의 경계를 넘어서 노벨상이 수여된 경우는 사실 꽤 많은 편이다. 수학자 가운데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사람이 다수고 그중에는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주인공 존 내시처럼 박사학위를 전후해서 잠시 경제학 연구를 한 뒤 순수 수학적 업적만 낸 사람도 있다. - P119

수학계와 물리학계 사이의 큰 문화 차이가 물리학자들은 단순하지만 파급 효과가 큰 아이디어를 대단히 중시한다는 사실이다. 그에 비해 수학자들은 어마어마하게 어려운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 개념은 아무리 기발해도 괄시하는 경향이 있다. - P119

힌턴은 중요한 수학적 개념들도 당연히 차용해왔고 수학자들도 점점 빈번하게 인공지능을 연구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수학의 노벨상‘으로 칭하는 아벨상을 힌턴에게 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2024.11.6. - P120

로마에 수학자가
없었던 이유


영국의 철학자 앨프리드 노스 화이트헤드는저서 《수학 입문An Introduction to Mathematics》의 한 대목에서, 로마와 카르타고 사이에 일어난 제2차 포에니전쟁 중 기원전 212년 수학자 아르키메데스의 죽음에 큰의미를 부여한다. - P125

화이트헤드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19세기이후로 ‘어째서 고대 로마에 수학자가 없었나?‘ 하고 질문을 던지면서 ‘로마인의 실용적인 세계관‘을 들먹이길 좋아했다. - P125

우선 ‘로마 수학자가 없었다‘는 말을 ‘뛰어난로마 수학자가 없었다‘는 말로 너그럽게 해석하기로 하자. (중략). 로마 수학자가 없게끔 미리 ‘로마 수학자‘의 의미를 정의해버렸기 때문이다. - P126

프톨레마이오스나 헤론이 그리스 수학자로 분류됐던 동기는 여기에서 간략하게 다루기 어려운 복잡한 현상이었다. (중략). 그러나 세계 문명을 진지하고 정확하게파악하려는 사람이라면 현재와 과거의 정치적 저의를경계해야 마땅하다.

2022. 7.27. - P128

학문은 엄격함으로부터
발전하는가?

(전략).
특히 심리학과 의학의 경우, 이른바 ‘재현성위기‘가 약 2010년께부터 공론화되면서 집중 공격을 받았다. 또한 과학 실험 결과들이 출판 뒤에도 제대로 검증되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은 이제 거의 모든 학문 분야로 퍼져나갔다. - P129

 학문적인 담론이라고 해도 격해질 경우 일종의 ‘갑질‘로 인식되기 쉽고, 이는 조직, 사회 또는 학술 공동체 내에서 지위 차이가뚜렷한 경우 더 문제가 될 수 있다. 또한 교육 현장에서의 공격적인 언행은 비록 학업에 관한 이야기일지라도 내성적인 학생한테는 악영향을 미치기 쉽다. - P130

관대하고 부드러운 학문적 대화와 투명하고 엄격한 과학적 기준은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을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 P131

그런가 하면 나는 수학자여서 과학 논문에서심각한 수학적 오류를 발견하는 일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의 주류는 기적적으로 발전한다. - P131

역사적으로 보면 인류가 세상을 파악해가는과정은 흥미로우면서도 복잡하다. 오류가 발견을 이끄는 일도 많고, 정확한 진리를 추구하는 사람만이 발전에 기여하는 것도 아니다. - P131

친절한 대화와 격렬한 토론이 아슬아슬하게평형을 유지하며 과학은 발전한다(예전에 무서워했던 초끈이론 전문가 몇 명과 그새 꽤 친해졌으니 나도 약간씩 발전하고 있는 셈이다).

2024.6.19.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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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동시의 상대성


1. 상대량과 절대량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의 특수상대성이론(1905)은 고전물리학의 근본을 뒤흔든 결정타였다. 그것은 공간과 시간에 대한 표상을 새롭게 했다.
특수상대성이론을 모르는 사람은 "동시(zugleich)"라는 개념을 자명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 P39

1. ‘절대적‘, ‘참된‘, ‘수학적‘ 시간은 그 자체로 그리고 그것의 균일한 본질에 따라 어떤 외부의 대상과 관계없이 흐른다. 이것은 ‘지속(Dauer)‘이라는 이름도 붙게 된다. - P40

II. 절대공간은 본질상, 그리고 외부의 대상과 관계없이 항상 동일하고 고정된 채로 있다. - P40

IV. 절대운동은 어떤 절대 장소에서 다른 절대 장소로 움직이는 물체의 이동이며, 상대적 운동은 어떤 상대적 장소에서 다른 상대적 장소로의 이동이다. - P41

‘참된‘ 운동은 절대공간에서의 서술에 해당한다. - P42

뉴턴에 따르면, 물통이 절대공간에서 회전하고 있다고 설명함으로써 이러한 힘을 즉시 ‘설명할 수 있다. 우리는 뉴턴의 이러한 논증을 인정한다! 따라서 우리는 절대적 회전의 개념을 더 일반화하면 절대 가속도와 절대적 비가속도(Nichtbeschleunigung)를 구분할 수 있다. - P42

 음파는 공기 속에서 전파되므로 그것이 지상에서 전파되는 속도는 바람을 거스르는 것보다 바람이 부는 방향에서 더 빠르다. 전자기파, 예를 들어 빛에 대한 질문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전자기파는 어떤 매질(Trager)도 갖지 않는 것으로 보이며, 진공 속에서도 전파될 수 있다. 그렇다면 광속은 무엇과 비교해야 할까? 절대공간에 대한 운동일까? - P43

맥스웰(Maxwell, 1831~1879)의 전기 동역학과 같은 빛에 대한 기초이론에서는 진공 중에서의 광속 C_0가 방향이나 운동 상태에 좌우되지 않는 보편상수로 간주된다[후략-역주] - P43

진공의 유전율은 텅 빈 공간, 즉 공간 자신만의 전달 비율이므로, 그냥 전하 자신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즉 단위 거리가 방해하는 손실 비율을 의미한다. - P43

이 문제가 첨예화되자 앨버트 마이컬슨(Albert Abraham Michelson, 1852~1931)은 1881년 조금 지나서 몰리(Edward William Morley, 1838~1923)와 공동으로(1882) 간섭실험을 세밀하게 수행한 결과, 광속이 모든 방향에서 동일하며, 지구 자신이 그 속에서 움직이는 절대공간에 대해서는 사실상 정의할 수 없음을 증명했다. (후략).²


2 이것은 막스 보른(Max Born)이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A. Einstein(1917) 참고. - P44

마이컬슨의 실험은 진공 속에서의 전자기파의 위상속도(Phasengeschwindigkeit) C가 보편상수임을 확인함으로써 맥스웰의 전기 동역학을 확증해 준다.³


3 이 문제에 대해서는 P. Mittelstaedt(1976)도 참고. - P45

(전략). 빛의 신호가 달리는 시간 동안 기차는 앞으로 더전진하므로 B까지의 신호가 A까지의 신호보다는 거리가 더 단축된다. 불빛은 A보다는 B에서 먼저 관측된다. 기차에서 동시에 존재하는 "A지의 빛신호의 도달"과 "B까지의 빛신호의 도달"이라는 두 사건이 "철뚝체계"에서 본다면 동시적인 것이 아니다. - P47

2. 시간지체와 로런츠 수축1801 (Sy lo


철뚝-체계에서의 시간차는 쉽게 산출될 수 있다.
(중략).
이것이 유명한 "로런츠 수축이다[로런츠 수축은 로런츠(Hendrik Antoon Lorentz, 1853~1928)가 마이컬슨과 몰리의 광속이 일정하다는실험 결과를 절대정지를 인정하는 입장, 즉 정지해 있는 에테르를 전제한 입장에서 설명하기 위해 1893년 제출한 가설. (후략)-역주.] - P49

이러한 로런츠 수축은 한 가지 예에서 정량적으로(quantitativ) 산출될 수 있다.  - P50

(전략).
이렇게 해서 원칙상 특수상대성이론의 로런츠 변환(또는 Poincaré변환)이 유도되는데, 왜냐하면 이러한 결과가 기차와 철길로 하는 특별한 실험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 분명하기 때문이다[로렌츠 변환은 특수상대성이론의 역학에서 관성계 사이에 이루어지는 좌표 변환이다. (후략).-역주] - P52

(전략). 앞에서 암시한 것과 같이, 로런츠 수축과 이에따른 특수상대성이론의 형식 체계 전체는 동시의 상대성에서 결과하는것이다. 특히 이것으로부터, 우리가 출발점으로 삼는 보편 속도상수 C가 항상 최고의 속도라는 결론이 나온다.

7 이것에 대해서는 M. Born 1964, P. Mittelstaedt 1976에 잘 서술되어 있다. - P53

3. 에너지의 관성


특수상대성이론이 갖는 또 다른 성과는 다음과 같은 공식으로 유명한 에너지의 관성(Trägheit der Energie)이다.

E = mc² - P53

이는 앞에서 얻은 공식을 써서 유도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속도들이 어떻게 합산되는지를 계산해야 하는데, 로런츠 수축과 시간지연 때문에 비교적 복잡한 공식들이 나온다. - P54

(전략), 이러한 충돌에서 운동량이 보존된다는 것을 고려하면, 질량 m이 속도 v에 의존한다는 결과가 나온다.⁹

(중략).

9 막스 보른(M. Born)은 이것을 매우 알기 쉽게 계산해 보였다. - P54

질량의 증가는, 충돌에서 운동에너지가 열로 전환된다고 해도 동일하게 유지되며 [운동에너지가 변한 열에너지를 Q라고 하면, 그것은 층돌하는 물체들의 정지 질량의 합보다 Q/c²만큼 충돌 후의 총 질량을 증가시킨다. -역주] 결국 물체가 갖는 에너지의 크기에만 의존한다. - P55

4. 민코프스키 공간

동시의 상대성은 우리가 공간과 시간에 대한 뉴턴적 표상을 포기하도록 강요한다. 절대공간에 대한 특별 대우를 그치고 모든 관성공간을 동등하게 취급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 P56

구체적인 설명으로, <그림 3-3>의 방식을 검토해 보자. 열차 운용은 특히 특수상대성이론을 설명하는 데 안성맞춤인 것 같다(그림 3-3).
철길을 따라 걸리는 거리인 공간차원은 수평이고, 시간은 수직이다.¹²

12 보통 열차 운용에서는 위에서 아래로, 물리학에서는 아래에서 위로 표시한다. - P56

상대론적인 효과를 드러내기 위해 빛 신호의 선이 45°를 이루는 경우를 기준으로 삼아 보자. 이럴 때 기차의 선은 실제로 수직을 이루게된다(그림 3-4).
(x와 t의 좌표계에서의 한 점인) <그림 3-3>이나 <그림 3-4>의 한 지점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 P58

 제시된 체계에서 수평축은 시간이0인 모든 동시적인 사건의 공간을 나타낸다. 따라서 기차 운행 구간에있는 어떤 대상의 운동은 하나의 선으로, 즉 그것의 "세계선(Weltlinie)"으로 표시된다. - P59

이제 ‘서로 다른‘ 사건들은 운동하는 체계에서 두 체계의 영점들이만나는 사건과 동시적인 사건들이다. 앞서 살펴봤듯이, 철뚝 체계에서는 기차에서 동시에 발생한 두 사건 중 "뒤쪽 사건"(B)이 먼저였고 "앞쪽 사건"(A)이 나중이었다. - P60

상대론의 형식 체계를 널리 퍼뜨리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민코프스키(Hermann Minkowski, 1864~1909)는 이미 고전이 되어 버린 표현 형식을 만들어 냈다.¹³

13 H. Minkowski 1908. - P60

우리는 여기서, 앞으로 우리가 더욱더 몰두하게 될 물리학의 근본 구조를 보게 된다. 즉, 새 이론은 우리의 일상적 경험과 관련해서 과거의 이론과 구별되지 않는다. 과거의 이론이 현실적으로는 여전히 옳은 것이다. - P61

시간이 공간과 어느 정도까지 근본적으로 구분되는지는 늘어난 "열차 시간 그림표"(<그림 3-4>, <그림 3-5>)를 보면 알 수 있다. - P61

모든 사건은 이런 식으로 빛원뿔 옆의, 어떤 체계를 정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느냐에 따라, 마땅한 자리에 "회전변환(herumtransformieren)"될 수 있다. - P64

하나의 사건에 대해 공간적으로 서로 다른 사건들은(한 개의 공간차원 이상에서) 모두 연속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반면, 시간적으로 서로 다른사건들은 일부는 미래의 것(앞쪽으로 나간 빛원뿔)이고, 일부는 과거의 것(뒤쪽으로 나간 빛원뿔)이다. - P65

이것은 시간이 극도로 "공간화된(verraumlicht)" 이론 속에서도 시간이 맡은 특별한 역할을 보여 준다.¹⁵



15 Henri Bergson.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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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측정은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최근 ‘만 나이‘와 ‘세는나이‘에 관한 사회적 담론이 한창이다. 둘 사이의 차이가 그렇게 큰 것도 아니어서 적당히 병행해도 괜찮을 수 있겠지만, 뉴스에 보도된 질문인 ‘만 나이로 통일하면 정년이 늦춰지는가‘만 봐도 나이 기준의 법적인 파급 효과를 짐작할 수 있다. - P59

사실 나이는 가장 기초적인 종류의 ‘시간 측정‘이기 때문에 훨씬 광범위하고 심오한 개념과 쉽게 연결된다.  - P59

일상생활에서 ‘객관적인 시간‘의 중요성은 더욱 모호하다. 가령 ‘중세 유럽인은 연도를 알았는가?‘ 같은 질문엔 답하기 어렵다. 많은 나라에서 ‘XX왕 즉위 Y년‘ 같은 기준을 사용하기도 했지만, 중앙집권이 약했던 대부분 지역에서 일반인이 그 정도의 보편성 있는 시간을 인식하고 있었을지도 의문이다. - P60

1년을 딱 365일로 정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지구가 한 번 공전하는 데 약 365.25일이 걸린다. - P61

그러나 1년을 정확하게 측정하면 365.2422일이기 때문에 365.25를 기준으로 한 윤년을 계속 사용하면 달력의 1년이 자연의 1년보다 약간씩 길어진다. 그 때문에 325년에 니케아 종교회의에서 정한 춘분 3월 21일과 실제 춘분이 1582년에 이르러서는 10일이나 차이가났다(부활절을 정하는 데는 춘분이 중요하다). - P61

 요점은 우리 주위를 둘러싼 매우 많은 정량적 정보가 한때는다 전문가의 영역이었다는 것이다. - P61

그렇다면 먼 미래에는 시간을 얼마나 정확하게 측정하고 또 인식하게 될까? 오차는 완전히 사라질까?  - P62

수학의 원조는
있는가?


2022년 10월 말에 영국 에든버러 국제수리과학연구소에서 ‘수학의 세계사‘ 학회가 열렸다. (중략). 대부분의 주류 학술서와 대중 과학서는 유럽의 관점에서 이집트와 고대 중동을 잠깐 언급한 뒤 체계적인 내용 전개는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하는 방식으로 역사를 기술한다. - P71

우리나라에서도 수학은 ‘서양 문물‘이라는 관념이 꽤 오래됐다. (중략). 또한 인류학적인 시각에 기반한 수학이 아프리카에서 시작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지만, 보통 그런 내용은 ‘선사시대적‘인 관점에서 다뤄진다. - P71

이런 소유 의식은 지역의 자부심과 관련이 깊어서 많은 사람의 관심 대상이 되고 ‘카롤루스 대제가 어느 나라 사람이었는가?‘ 혹은 ‘고대 일본어 시집 《만요슈萬葉集》에 한국어가 나타나는가?‘ 같은 질문이 논란이 되기도 한다. - P72

현대 유럽에서 수학의 근원을 고대 그리스로 생각하게 된 경위 자체가 상당히 복잡하고 흥미롭다.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이런 인식은 18~19세기 민족주의의 부상과 관계가 깊다. - P72

이런 풍토 속에서 쓰인 수학사를 깊게 연구한것을 토대로 재편성하는 학술 활동이 지금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길잡이는 수학의 역사를 지역의 역사로 나눠 생각할 수 없다는 원리다. - P73

깊은 사고 체계, 아름다운 미술, 감동적인 문학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인류 전체의 복잡한 협업으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지금 현재 누구의 것으로 여겨지든 간에 그것을 열심히 읽고, 보고, 개발하는 사람들이 결국은 값진 세계 문화유산의 주인이 된다.


2022.11.16. - P74

실수를 예찬하다

최근에 학부모와 학교 선생님의 소모임에 온라인으로 참여하다가 ‘오답노트‘의 효율성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 P97

실수의 중요성은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실수를 점검하는 과정의 중요성, 또 극복하는 과정의 중요성(이 둘은 거의 당연하고 그 때문에 오답노트가 발명됐을 것이다), 그런데 실수를 저지르는 과정의 중요성은 간과되기 쉽다. - P97

이런 습관은 결국 대학교 교육에서 심각하게논의되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연결되는 듯하다. 미국의 작가 윌리엄 데레저위츠는 유명 대학 교육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점을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 찬 인재들을 양성하는 데서 찾는다. - P98

"수학자는 뛰어날수록 잘못된 증명을 많이 한다"는 농담 섞인 격언이 있다. 이 말은 다른 이들에게 실수가 발견되려면 학자의 영향력이 우선 커야 한다는 지적이지만 뛰어난 수학자는 모험적인 사고를 자주 한다는 관찰이기도 하다. - P99

교육에 대한 공공 담론은 너무 쉽게 ‘좋은 방법‘과 ‘나쁜 방법‘을 분간하려는 흑백 논리로 전락하곤 한다. (중략). 공부하는 학생이나 그들을 돕는 부모는 적당한 수준에서 여러 도구를 상호보완적으로 활용하면서 상황에 맞는 ‘학습 포트폴리오‘를 정립해갈 수밖에 없다.

2021.3.10. - P100

탐구 도구로서의
인공지능

최근까지 미디어에 자주 등장하던 영국의 정치인 J는 공석에서 부족한 지식을 바탕으로 별 근거 없는 논리를 그럴듯하게 펼친다는 비판을 자주 받았다. - P109

모방과 진정한 이해의 차이가 무엇인가는 상당히 오래된 인식론적 질문이다.  - P109

서얼은 이 실험에서 인공지능을 상징하는 중국어 방을 통해 ‘이해‘와 ‘이해의 모방‘의 경계를 보여줌으로써 인공지능의 한계를 보여주려고 했다.  - P109

인공지능 챗GPT가 세계적인 관심 대상이 되면서 교육계에서 다양한 반응이 나온다. 특히 논술형 과제가 문제가 된다. - P110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수학계에서는 큰 걱정이 (아직은) 제기되지 않는 점이다. 즉 대학교 수준의 수학은 실력 평가 성격상 인공지능의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 P110

C계산물리학 박사과정을 밟는 학생 하나가 컴퓨터를 이용해 아인슈타인 방정식을 푸는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꽤 오래된 연구 주제지만 더 효율적인 계산법을 찾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 - P111

(전략). 여기서 코딩은 부수적인 작업이어서 길고 짜증스러운 일을 대신 해줄 수 있는 기계가 있다면 굳이 활용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 P112

(전략). 그러나 세상을 이해하고 싶은 학자로서는 인공지능의 시대가 제시해주는 가능성이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2023.3.8. -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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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의논할 일이 있어서. 1992년과 1995년에 발생한 사건을 지금 재수사할 수 있나?"
(중략).
"......92년 사건은 이미 시효가 성립됐어. 하지만 95년 9월 사건은 개정법 덕분에 아직 살아 있고, 그래도 그렇게 옛날 사건이면 수사본부도 이미 해체됐을 테니, 새로운 증거라도 없는 한 재수사는 어렵겠지." - P305

"예를 들어 그 사건의 범인이 나를 칼로 찔렀다고 치자. 그때 마침 현장에 있었던 네가 범인을 상해죄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거야. 그럴 경우, 범인이 과거에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는 사건도 다시 파헤칠 수 있겠지." - P306

며칠 후 구라타에게 전화가 왔다.
구마이의 부탁을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단, 조건을 한 가지 제시했다.
"방검 조끼를 입어. 절대로 죽지 마. 약속이야." - P307

2015년 4월 20일, 구마이는 도쿄의 호텔에 방을 잡았다.
오후 5시경, 회색 코트를 입고 밖으로 나갔다. 주택가에 외따로 자리한 편의점의 기둥에 몸을 숨겼다.
30분쯤 지났을까 모자(母子)가 편의점 앞을 지나갔다. 구마이는 어머니의 얼굴을 확인했다. 틀림없다. 곤노 나오미다. - P307

밤에 맨션 앞에서 구라타와 만나 함께 6층으로 올라갔다.
(중략).
잠시 후 문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네, 지금 열게요." 일부러 밝은 척하는 목소리였다. - P309

하기오 도미코

경찰은 4월 24일에 상해죄로 체포된 용의자 곤노 나오미가 과거에 여러 차례 살인사건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용의자 곤노 나오미는……………. - P310

하지만………… 지금 다시 그림을 보자 다른 해석이 떠올랐다. 혹시 반대였던 걸까.
나뭇가지는 문조를 보호하기 위해 뾰족해진 것 아닐까. - P311

구마이 이사무


(전략).

그렇게 생각하자 조금 섭섭한 기분도 들었다.
그때 커튼 너머 옆 침대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구마이 씨, 퇴원이군요. 축하드립니다." - P312

"아아, 고마워."
"하지만 힘드시겠어요. 퇴원하자마자 암 수술을 받으셔야할 테니까요."
(중략).
"그리고 구마이 씨는 앞으로 하셔야 할 일이 있을 텐데요."
"해야 할 일이라니?"
"구마이 씨의 협력으로 체포된 용의자 곤노 나오미의 손자, 유타를 돌보는 거 말이에요." - P313

그 일에 관련된 이야기는 꺼낸 적이 없다. - P313

"그나저나 곤노 나오미가 체포돼서 다행이네요. 이제 이와타 씨와 도요카와 씨도 고이 잠드시겠어요."

(중략).

경찰은 아직 그렇게까지 자세한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평범한 일반인이 이와타와 도요카와를 알 리 없다. - P314

"미우라 씨와 이와타 씨가 죽기 직전에 그린 ‘그림‘도 인터넷에서 봤어요. 그거, 분명 손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그린거겠죠. 대체 어떤 상황이길래 그랬는가. 현장에서 침낭이 도난당한 걸 고려하면 간단해요. 두 사람은 잠든 사이에 습격당한 거예요."
(중략).
"보통 대학생인데요." - P315

"그럼 제가 구마이 씨께 특종을 선물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 블로그를 살펴보면 곤노 나오미의 여죄가 하나 더 나올 거예요. 곤노 나오미는 분명 며느리의 죽음에도 관여했어요"

(중략).

나오미의 며느리 곤노 유키는 2009년에 사망했다. 엉터리로 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 P316

확실히 구마이도 유타가 마음에 걸렸다. 나오미가 체포된후 유타는 아동보호시설에서 생활하는 중이다. 참 외로우리라. 구마이가 나오미를 쫓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 P317

"그럼 블로그 이름을 알려줘."
나나시노 렌 마음의 일기‘예요.‘
(중략).
"닉네임이에요. 구마이 씨, ‘곤노 다케시‘를 히라가나로 써서 분해해보세요." - P317

"알았어. 한 입으로 두말은 안 해. .....그렇지만 하나만 알려줘. 왜 이 사건에 그렇게까지 열의를 보이는 거지? 흥미 본위로 추적했다.……. 이렇게 말하면 미안하지만, 그냥 호사가잖아?" - P318

-2015년 6월 어느 날 맑음


요네자와 미우의 아버지는 아침부터 자기 집 마당에서 커다란 몸으로 숯불을 피우고, 부지런히 움직이느라 온몸이 땀에 젖었다. - P319

실은 오늘 곤노네도 부를 예정이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런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나오미가 체포된 후 유타는 아동보호시설에서 지내고 있다. 분명 외로우리라. 불안하리라. - P319

"구마이 씨, 유타를 데려와 주셔서 감사해요. 괜찮으시면같이 드시죠."
"감사하지만 사양하겠습니다. 얼마 전에 수술해서 아직 밥을 잘 못 먹거든요." - P320

"유타, 어떤 고기를 좋아하니? (중략)."
유타는 말을 꺼내지 못하고 머뭇머뭇했다. 그러자 미우가끼어들었다.
(중략).
"하지만 유타는 볶음면을 좋아해. 그렇지, 유타?" - P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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