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측정은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최근 ‘만 나이‘와 ‘세는나이‘에 관한 사회적 담론이 한창이다. 둘 사이의 차이가 그렇게 큰 것도 아니어서 적당히 병행해도 괜찮을 수 있겠지만, 뉴스에 보도된 질문인 ‘만 나이로 통일하면 정년이 늦춰지는가‘만 봐도 나이 기준의 법적인 파급 효과를 짐작할 수 있다. - P59

사실 나이는 가장 기초적인 종류의 ‘시간 측정‘이기 때문에 훨씬 광범위하고 심오한 개념과 쉽게 연결된다.  - P59

일상생활에서 ‘객관적인 시간‘의 중요성은 더욱 모호하다. 가령 ‘중세 유럽인은 연도를 알았는가?‘ 같은 질문엔 답하기 어렵다. 많은 나라에서 ‘XX왕 즉위 Y년‘ 같은 기준을 사용하기도 했지만, 중앙집권이 약했던 대부분 지역에서 일반인이 그 정도의 보편성 있는 시간을 인식하고 있었을지도 의문이다. - P60

1년을 딱 365일로 정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지구가 한 번 공전하는 데 약 365.25일이 걸린다. - P61

그러나 1년을 정확하게 측정하면 365.2422일이기 때문에 365.25를 기준으로 한 윤년을 계속 사용하면 달력의 1년이 자연의 1년보다 약간씩 길어진다. 그 때문에 325년에 니케아 종교회의에서 정한 춘분 3월 21일과 실제 춘분이 1582년에 이르러서는 10일이나 차이가났다(부활절을 정하는 데는 춘분이 중요하다). - P61

 요점은 우리 주위를 둘러싼 매우 많은 정량적 정보가 한때는다 전문가의 영역이었다는 것이다. - P61

그렇다면 먼 미래에는 시간을 얼마나 정확하게 측정하고 또 인식하게 될까? 오차는 완전히 사라질까?  - P62

수학의 원조는
있는가?


2022년 10월 말에 영국 에든버러 국제수리과학연구소에서 ‘수학의 세계사‘ 학회가 열렸다. (중략). 대부분의 주류 학술서와 대중 과학서는 유럽의 관점에서 이집트와 고대 중동을 잠깐 언급한 뒤 체계적인 내용 전개는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하는 방식으로 역사를 기술한다. - P71

우리나라에서도 수학은 ‘서양 문물‘이라는 관념이 꽤 오래됐다. (중략). 또한 인류학적인 시각에 기반한 수학이 아프리카에서 시작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지만, 보통 그런 내용은 ‘선사시대적‘인 관점에서 다뤄진다. - P71

이런 소유 의식은 지역의 자부심과 관련이 깊어서 많은 사람의 관심 대상이 되고 ‘카롤루스 대제가 어느 나라 사람이었는가?‘ 혹은 ‘고대 일본어 시집 《만요슈萬葉集》에 한국어가 나타나는가?‘ 같은 질문이 논란이 되기도 한다. - P72

현대 유럽에서 수학의 근원을 고대 그리스로 생각하게 된 경위 자체가 상당히 복잡하고 흥미롭다.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이런 인식은 18~19세기 민족주의의 부상과 관계가 깊다. - P72

이런 풍토 속에서 쓰인 수학사를 깊게 연구한것을 토대로 재편성하는 학술 활동이 지금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길잡이는 수학의 역사를 지역의 역사로 나눠 생각할 수 없다는 원리다. - P73

깊은 사고 체계, 아름다운 미술, 감동적인 문학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인류 전체의 복잡한 협업으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지금 현재 누구의 것으로 여겨지든 간에 그것을 열심히 읽고, 보고, 개발하는 사람들이 결국은 값진 세계 문화유산의 주인이 된다.


2022.11.16. - P74

실수를 예찬하다

최근에 학부모와 학교 선생님의 소모임에 온라인으로 참여하다가 ‘오답노트‘의 효율성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 P97

실수의 중요성은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실수를 점검하는 과정의 중요성, 또 극복하는 과정의 중요성(이 둘은 거의 당연하고 그 때문에 오답노트가 발명됐을 것이다), 그런데 실수를 저지르는 과정의 중요성은 간과되기 쉽다. - P97

이런 습관은 결국 대학교 교육에서 심각하게논의되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연결되는 듯하다. 미국의 작가 윌리엄 데레저위츠는 유명 대학 교육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점을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 찬 인재들을 양성하는 데서 찾는다. - P98

"수학자는 뛰어날수록 잘못된 증명을 많이 한다"는 농담 섞인 격언이 있다. 이 말은 다른 이들에게 실수가 발견되려면 학자의 영향력이 우선 커야 한다는 지적이지만 뛰어난 수학자는 모험적인 사고를 자주 한다는 관찰이기도 하다. - P99

교육에 대한 공공 담론은 너무 쉽게 ‘좋은 방법‘과 ‘나쁜 방법‘을 분간하려는 흑백 논리로 전락하곤 한다. (중략). 공부하는 학생이나 그들을 돕는 부모는 적당한 수준에서 여러 도구를 상호보완적으로 활용하면서 상황에 맞는 ‘학습 포트폴리오‘를 정립해갈 수밖에 없다.

2021.3.10. - P100

탐구 도구로서의
인공지능

최근까지 미디어에 자주 등장하던 영국의 정치인 J는 공석에서 부족한 지식을 바탕으로 별 근거 없는 논리를 그럴듯하게 펼친다는 비판을 자주 받았다. - P109

모방과 진정한 이해의 차이가 무엇인가는 상당히 오래된 인식론적 질문이다.  - P109

서얼은 이 실험에서 인공지능을 상징하는 중국어 방을 통해 ‘이해‘와 ‘이해의 모방‘의 경계를 보여줌으로써 인공지능의 한계를 보여주려고 했다.  - P109

인공지능 챗GPT가 세계적인 관심 대상이 되면서 교육계에서 다양한 반응이 나온다. 특히 논술형 과제가 문제가 된다. - P110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수학계에서는 큰 걱정이 (아직은) 제기되지 않는 점이다. 즉 대학교 수준의 수학은 실력 평가 성격상 인공지능의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 P110

C계산물리학 박사과정을 밟는 학생 하나가 컴퓨터를 이용해 아인슈타인 방정식을 푸는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꽤 오래된 연구 주제지만 더 효율적인 계산법을 찾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 - P111

(전략). 여기서 코딩은 부수적인 작업이어서 길고 짜증스러운 일을 대신 해줄 수 있는 기계가 있다면 굳이 활용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 P112

(전략). 그러나 세상을 이해하고 싶은 학자로서는 인공지능의 시대가 제시해주는 가능성이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2023.3.8. - P11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