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재미라도 없든가
남궁인 지음 / 난다 / 2017년 12월

 

예전에 이 사람의 책을 본격적으로 읽어본 것은 없지만,

여기저기서 한 꼭지씩 글을 읽어보고 신선했었던 기억이 있어 들였다.

이 책은 2017년 1월부터 6월까지의 독서일기를, 그이후 12월까지는 책 목록을 모아놓은 것이다.

열혈 알라디너인 나는,

누군가의 독서일기를 엿볼 수 있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책을 처음 받았을때 조금 놀랐는데,

종잇장이 성경책처럼 얇아서 땀 난 손으로라도 만지면 금세 울어버릴까봐 불안했고,

테두리가 형광연두색 물감으로 덧칠한 것처럼 환해서 눈이 부담스러웠다.

이 출판사 김민정 님의 책을 만드는 품이랄까, 기획력은 인정하는 바이지만,

김민정 님과 따로 떼어서 이 책 한권만 놓고봤을때는 가벼운 느낌을 떨칠 수가 없다.

여기까지는 책의 외형에 관한 얘기이고~--;

리뷰를 얼렁뚱땅 쓰는 걸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나도,

하루에 한권의 책을 읽고 리뷰를 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였을까,

1년동안 하루에 한권을 읽고 리뷰를 쓴 기록이라길래,

어떤 책들을 어떻게 읽고 그걸 글로 옮겼는지 궁금했었나 보다.

응급실 닥터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하루에 한권씩이라니 부담스럽지 않을까 싶었고,

그래서일까, 어떤 책은 설렁설렁 읽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리뷰들은 좀 짧거나 가벼워서 책으로 엮어낼 기준에 부합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느낌이나 생각이 온전하게 자리잡지 못한 것을 마구 담아 상품화한 것은 아닐까.

책으로 만들어진 후에도 생명활동을 해 무르익는 것도 아닐테고 설익은 것들은 상품가치가 없다.

자기화하는 과정 없이 인풋(책을 읽고)하고 아웃풋(리뷰를 쓰면)하면 끝.

손끝으로 '톡톡~' 떨어내는 느낌이었다.

아쉬움을 갖고 몇 장 더 넘기다 보니, '숨결이 바람될때'나 '아우스터리츠' 같은 것들은,

생각을 전개하고 발전시켜 나가기는 한다.

'응급실 닥터'라는 수식어가 이 독서일기에 필요하지는 않다.

그가 임상에서 겪는 경험담이 이 책에 등장하는 것도 아니다.

'응급실 닥터'를 떼어내고,

그냥 한 사람의 독서일기 모음집이라고 놓고 봤을때도 온당한 점수를 줄 수 있을 지는 글쎄다.

내가 애정하는 이곳, 알라디너들도 적어도 이만큼은 쓴다.


'쇼코의 미소'를 얘기하며,

'나는 아직까지 사람을 울리는 글이 좋은 글이라 믿는다. 그리고, 그날은 좋은 글을 만나 마음을 온통 놓아버린 날이기도 했다.(33쪽)'

라고 하는데,

그 울림이 울음을 얘기하는 것인지, 공명을 얘기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전자여도 그렇고 후자여도 그렇고,

좋은 글에 대한 기준만큼은 나와 닮았다 .

 

책을 바꾸어,

공원국 님의 팟캐스트를 듣는데(==>링크),

'춘추전국이야기', 이 책이 중국에까지 번역되어 읽힌다고 하니 감개무량하다.

이정도면 부족함이 없을 것 같은데,

중국에서 뭔가를 더 공부하신다는 얘기를 들으니 숙연해지기도 하고 그 열정이 부럽기도 하다.

 

 

 

 춘추전국이야기 3
 공원국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0월

 

 

 

아무렇게나 들춰보다 보니 지금 3권을 잡고있다.

관중에게 감정이입을 지나치게 해서 그렇겠지만 1권이 가장 재미있었고,

2권은 1권에, 지금 3권은 2권에 못 미치는 것 같다.

3권의 내용 중에 (역사에 문외한이 내가 보기에) 다소 충격적인 대목이 등장한다.

1권은 제나라 환공과 관중에 대한 얘기가,

2권은 진나라 문공에 대한 얘기가 펼쳐진다면,

3권은 초나라 장왕에 대한 얘기가 펼쳐진다.

 

여기서 '노자'가 등장한다.

'노자'를 사람이 아니라,

사람이어도 한명이 아니라 여러명이라던지,

책으로 단정지은 것도,

흥미로웠지만, 그건 다른데서도 들어본 적이 있는 학설이었는데,

일단 가설적인 주장이라고 하지만,

'노자'와 장왕을 쌍둥이와 같은 존재로 본다(236쪽)는게 충격적이었다.

내가 모르긴 몰라도,

초장왕을 두고,

무위자연을 사랑한 평화로운 임금으로 보긴 힘들지 않을까.

 

장왕을 武라는 이름을 가진 형으로, 노자를 文이라는 이름을 가진 동생(242쪽)으로 봤는데,

그보다는 양날의 검 정도가 적절한 표현이 아닐까 싶다.

 

 

요즘은 그런 생각을 한다.

나이를 먹고 눈이 쉬이 피로해져서,

글을 예전처럼 양껏 읽을 수 없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는데,

 

김중혁의 '무엇이든 쓰게 된다'처럼 일단 쓰고 보는게 나은건지,

아니면 극도로 응축하고 절제하여 쓰는게 나은 건지 잘 모르겠다.

 

어느쪽이 되든지,

사람을 울리게 하든지,

차라리 재미라도 있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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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6 15: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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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6 15: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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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6 16: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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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6 16: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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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6 17: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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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6 19: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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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8-01-27 09:47   좋아요 1 | URL
저 어젯밤에 ‘나혼자 산다‘ 보다가 기안84의 치열함을 보고 놀랐어요.
비단 만화가 뿐만 아니라, 누구든 창작하는 사람은 나름의 치열함이 있을 것 같아요.
일단 쓰고 보는게 나은지, 아니면 절제의 묘를 발휘하는게 나은지, 는 차치하고,
자기 자신에게 물어보면 될 것 같아요.
너는 그마만큼의 치열함을 가졌나?

님은 벌써 빼어난 글을 쓰고 계시잖아요.
암튼 해답을 알게 되면 꼭 알려드릴게요, 꼭이요~!^^

그렇게혜윰 2018-01-26 20:21   좋아요 1 | URL
사실 내용 실하기로 치자면야 알라디너들 책 이야기가 더 실하죠^^

양철나무꾼 2018-01-27 09:48   좋아요 1 | URL
그렇게혜윰 님도 내용 실한 알라디너 중 한명이시죠~^^

이젠 답을 밖에서 찾으려고 할게 아니라,
알라디너들의 글을 읽고 보려구요, 불끈~!^^

2018-01-26 21: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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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7 09: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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