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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녀의 하루 - 여인들이 쓴 숨겨진 실록
박상진 지음 / 김영사 / 2013년 3월
평점 :
지구촌 곳곳이 기상이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
요즘 우리나라의 폭설과 추위는 그에 비하면 애교인것 같다.
며칠전 사하라 사막에 40센티가 넘는 눈이 쌓였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미국 어딘가는 영하 40도가 넘어가고,
호주의 어딘가는 영상 47도에 이르러 야외불사용이 금지되었다고 한다.
예로부터 이런 기상이변 중 날이 가물었을때 기우제를 지낸다는 들어봤는데,
조선시대에는 날이 가물면 궁녀를 내보냈다고 한다.
그 이유가 결혼하지 못한 여인의 한이 하늘에 닿아 날이 가물다는 것이었다.
이들의 원통한 마음을 풀어줘야만 가뭄이 해소된다고 믿었던 것이다.(151쪽)
이 책은 흥미롭게, 다른 한편으론 아프게 읽었다.
그동안 알 수 없었던 궁녀들의 이야기라고 해서 흥미를 가지고 다가갔는데,
평범한 궁녀들의 이야기로 일반화시키기는 힘들갓 같다.
평범한 궁녀들의 이야기는 기록조차 되지 않았을 것이고,
이 책에는 역사에 획을 그은 궁녀들의 이야기인데,
그런 궁녀들의 얘기는 다른 책이나 드라마 등을 통해서도 접했던 터라 새롭지는 않았다.
이 책이 혹여 포장만 번지르르한 출판 상품이 되거나 기존 연구서들의 내용을 답습하는 박제된 화석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가슴 한편에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하루라는 키워드를 통해 역사의 씨줄과 날줄을 엮어 한국사의 아웃사이더 궁녀들의 삶을 입체적으로 조명한 것은 감히 말해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임을 자부한다.(7쪽)
서문을 이렇게 시작한다.
기획의도는 높이 살만하지만, 내용 또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다.
오랜 세월 우리네 삶 속에 배어있는 구태의연함 때문이 아닐까 싶다.
궁녀들의 지난한 삶이 눈물겨웠는데,
궁녀들이 궁에 들어가는 나이는 보통 10세 전후였지만,
개화기에 더 낮아졌고 개중에는 4, 5세 궁녀도 있었다고 한다.
여러 설들이 분분했던 부분도 다소 해소되었다.
그 중 하나는,
영조의 생모인 숙빈 최씨를 최하위급 궁녀인 무수리로 알고 있었는데,
침방처소 나인이었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영조와 생모인 숙빈 최씨의 대화를 고종이 들은 것을 인용한다.
또 하나,
역사서에 따라서는 자살로 얘기되어지는 장희빈의 죽음을 사약을 받아 죽었다고 리얼하게 그려놓는다.
궁에서 평생을 지낸다고 알고 있었던 궁녀가 궁에서 방출되는 예가 있었는데,
앞에서 얘기했던 날이 가물었을 때 외에도,
중병에 걸려 더 이상 궁녀로서 업무수행을 하기가 어려운 경우,
자신이 모시던 상전이 죽었을 경우,
늙어서 더 이상 궁녀로서 업무 수행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었다.
이는 왕족 외에는 궁에서 죽을 수 없다는 엄격한 법 때문에 그리 되었단다.
궁녀가 퇴직하고 살았다는 '궁말'은 지금 은평구 갈현2동 수국사 인근이란다.
내가 사는 옆동네여서 더 가깝게 느껴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궁녀의 지난한 삶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됐다.
결혼하지 못한 여자의 한이 하늘에 닿아 날이 가물다고 했던 것을 보면,
진위 여부를 떠나 궁녀들의 삶이 한이 맺힐 정도 였다는 것이 보편적인 통설인 셈이다.
궁녀도 그렇고, 신하도 그렇고, 그 누구든지 간에,
공인으로서의 삶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
거기에다 자기애, 자아존중감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책 날개 안쪽을 보게 되면,
이 책에서 저자는 왕조사의 그늘에 가려진 궁녀들의 생애를 하루의 코드를 통해 생생하게 재구성하면서 과연 역사를 움직이는 힘이 누구에게서 나오는 것인지 묻는다.
고 되어있다.
요즘 최저임금 보장제로 인하여 임금이 보장되는게 아니라 일자리를 잃게 되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관련하여 참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되는,
그리하여 참 많은 것들이 꿀꿀한 하루하루다.
<바로잡을 곳>
궁녀들 자신이 입는 남치마와 옷색 저고리=> 옥색 저고리(103쪽)
이모가 궁중에 들어가자 이씨도 따라 궁에 들어왔다.=>들어갔다.(28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