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채 읽지 못하거나 겉 비닐도 안 뜯은 상태로 보관 중인 책도 있지만,
적립금도 얼마간 남아 있어서 책 한권쯤은 질러댈 수 있지만,
어떤 책들은 내가 사지않고 꼭 선물 받고 싶은 책들이 있다.
이 책이 내게 그랬는데, 보자마자 매료되어 친구에게 사 내라고 으름장을 놨었지만,
실제의 나는 허그는 커녕 '사랑해'라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닭살이 돗는 것 같아, 대패가 필요할 지경이다.

허그 Hug
지미 리아오 지음, 김진아 옮김 /
리틀빅 / 2015년 10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의 서로를 인정한다' 가 이 책의 내용이라는데,
내가 요즘 그렇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순간,
현재의 나에 충실하게 되는 그 순간,
상대방을 향하여서도 너그러워지고 넉넉해며,
마음 한켠 빈 자리를 내어줄 수 있게 된달까.
꼭 끌어안아 주는건 쑥쓰러워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면,
옷에 붙은 먼지를 떼어내듯 어깨를 한번 툭 쳐준다든지,
따뜻한 캔커피 하나 쥐어주고 막 뒷걸음 치는 그런 행동만으로도,
세상은 얼마든지 살만한 곳이 되니 말이다.
그림이 얼마나 예쁘냐 하면...이러하다.



요즘은 그림을 볼때 눈으로 보지않고 마음으로, 느낌으로 보려 노력한다.
난 잘 그린 그림보다는 따뜻한 그림들이 좋은데,
그림에 따뜻함이 배어나느냐, 의 여부는 내가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느냐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또 내가 하루에 한 점씩 그림이랍시고 그리다 보니,
어떤 그림은 실제는 그렇지 않은데, 그렇지 않은걸 알면서도,
내가 보고싶은 것만 보고 그리는 경우도 있고,
어떤 땐 따뜻함을 부각시키기 위하여 주변은 과감히 생략하고 왜곡하기도 한다.
저 그림들에서 내가 확대하여 봤던건 "초승달 모양의 눈'이다.
저런 것들이 오늘의 나를 지탱시키는 힘이 아닐까.
헤닝 만켈의 '하얀 암사자'를 읽다보면, 이런 얘기가 나오더라.
"ㆍㆍㆍㆍㆍㆍ그러니까 당신들은 단지 무슨 일인가 일어났을 거라고 믿는 거군요."
발란더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이 그랬다. 그러나 믿는 것과 아는 것의 경계를 어떻게 확정지을 수 있겠는가.(49쪽)
하얀 암사자
헤닝 만켈 지음, 권혁준 옮김 /
좋은책만들기 / 2002년 7월
헤닝 만켈은 내가 아는 장르소설 작가 중에서 최고로 따뜻한 글을 쓰는 사람들 중 한명이다.
쿠르드 발란더도 그렇고.
안아주고 싶다.
텔레비전 프로 중에 '나혼자산다'를 가끔 본다.
연예인들이라서가 아니라,
세상에 나만 홀로 그렇게 외로운 것이 아니라는 확신과 위안이 필요했다고나 할까?
혼자 사는 사람들이 여가시간을 보내는 비법을 전수받아서 내 삶에 적용시키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별다른 것은 없었다.
음악도 듣고, 운동도 하고, 텔레비전도 보고,
다양하게 즐기는 그 사람들 중,
내가 기억하기로는 어느 누구도 책을 읽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책이 삶의 전부는 아니지만, 책조차 읽지 않는다면...
책조차 읽지 않으면서 심심하다, 외롭다 하는 건 좀 그렇더라.
남편이나 아들과의 허그는 너무 익숙해져서 타성에 가깝고,
보기만 하면 눈이 하트 눈이 되고, 얼마든지 '꼬옥~' 보듬어 안아 줄 수 있는 사람이 딱 한명 있는데,
사촌 동생의 딸내미이다.
이뻐죽겠다, 이뻐서 환장하겠다.

오늘 그림의 제목은 '예쁜 내 조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