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시간들 - 이보영의 마이 힐링 북
이보영 지음 / 예담 / 2015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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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휴일이면 텔레비젼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는 삼매에 빠져 지내는데,

지상파 채널로는 부족하다는 듯 종합편성 채널 프로그램까지 두루 꿰어 섭렵해 주고 계신다.

그날 나의 레이더에 포착된건 '삼시세끼'라는 제목이었는데,

산간오지 시골마을에서 자급자족으로 삼시세끼를 해결한다는 취지의 프로그램이었다.

냉장고와 선풍기도 없어서, 네모난 얼음을 커다란 고무통에 넣어 천연냉장고라며 능청을 떨고,

가마솥에 장작을 지펴 밥을 한다.

 

마침 지성이라는 남자 배우가 나와서 설거지를 지극 정성으로 하면서,

'아내도 마찬가지로 배우인 이보영인데, 이 프로를 좋아한다,

 출산예정일이 3주 남았다,

 집안일은 주위 도움을 받지 않고 둘이 해보려고 하기 때문에,

 아내는 요리를 잘하고 자신은 설거지를 잘한다'

라고 너스레를 떠는데,

그 소박하고 예쁜 마음이 브라운관을 넘어 내게까지 전해지는 것 같아서 따뜻하고 훈훈해 졌고,

그래서 아내가 누군지 찾아보게 되었는데,

(지성과 이보영이라는 배우가 있다는걸 몰랐던게 아니라,

 그들이 누가 누구와 결혼을 했는지 따위가 나의 관심 사항이 아니어서, 이름과 얼굴을 연결시키지 못할 뿐이었다~--;)

최근 근황에 이보영이 <사랑의 시간들>이라는 책을 냈다고 해서 궁금해졌다.

 

그런데, 왜 갑자기 그런 것들에 관심을 갖게 되었냐고 묻는다면, 이 책<사랑의 시간들>을 인용해 이렇게 얘기하겠다.

 

내안의 외로움을 들여다보기 위해,

사람들의 외로움에 다가가기 위해,

나는 연기를 하고 책을 읽는다.

 

이 말은 '김영하'의 '말하다'를 빌어 이렇게 바꿀 수도 있겠다.

이것이 곧 '간접체험이고 인생의  보험' 이기 때문이라고~.

 

이런 종류의 서평집이나 독서에세이를 종합선물세트 같아서 좋아하지만,

배우의 그것이라길래,

화보집 수준이 아닐까 싶어 별로 기대하지는 않았었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아주 좋았다.

 

배우 이보영을 타이틀로 내세우지 않아도 충분히 잘 읽힐 수 있겠기에,

배우라는 선입견 때문에, 이 책의 가치가 반감될까봐 우려스럽다.

글을 분야 별로 묶어 내는 것도 그렇고 필력도 뛰어나길래 왜 그런가 했더니 국문과 출신이란다.

무엇보다 그녀만의 공간인 서재에서,

그녀가 위로받으며 성장한 책들을 골라놓았다는데,

책의 구비구비에서 느껴지는 삶의 성찰들이 진지하다.

이쯤에서 내가 하게 되는 얘기가 있는데, 신은 불공평하다~(,.)

 

그녀가 골라 놓은 23종의 책들 중,

그레고리 머과이어 <위키드>

우쿠노 슈지<내 아들이 죽었습니다>

이동원<살고싶다>

이 세 종을 제외하곤 다 내가 읽은 책들이어서 더 좋았다.

취향이 겹친다는 데서 오는 소통이랄까 공감은, 심정적인 거리감을 한뼘쯤 줄여주었다.

 

이 책의 속표지에 보면,

저자 이보영의 사인이 직접 한것은 아니고, (ㅋ~. 인쇄되어 있다.)

글씨는 그 사람을 반영한다고, 이보영처럼 이쁘고 수박하고 단정하다.

 

사인 속의 '저처럼 책을 통해서 위로받는 분들이 많아지시길' 이라는 글귀도 그렇고,

프롤로그에서도 '당신도 나처럼 위로받기를' 이라고 하고 있는데,

책을 통해서 위로받는다고 막연하게 생각하기 쉽지만,

 

세상의 뭇 책들을 읽거나,

이 책에 이보영이 읽었다고 언급된 책들만이라도 다 따라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속표지의 그녀의 단정한 사인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녀가 쓴  책 속의 글 한 줄을 입으로 되내이며 따라 읽는 것만으로도,

따뜻한 마음이 내게 전해져 오고,

'이세상은 살만한 곳이다'하고 무한 위로 받는 묘한 느낌을 경험하게 된다.

 

책을 읽다보면,

이 글의 처음에서 지성이 얘기한,

'집안일을 주위 도움을 받지 않고 둘이 해보려고 한 이유'가 언급된다.

 

이보영처럼 예쁜 배우도 타인과의 관계가 콤플렉스로 작용했다는게,

내겐 용기라면 용기가 됐고 희망이라면 희망이 됐다.

ㆍㆍㆍㆍㆍㆍ다른 사람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모습 때문에 오히려 타인과의 관계에서 많이 부딪치게 됐다. 사람들의 반응 속에서 나도 모르던 모습과 단점을 하나씩 발견하면서 남들 앞에 나서기가 꺼려졌다. 자꾸만 위축되고 말과 행동이 예민해졌다. 대부분 외모에 대한 지적이었는데, 옷을 입을 때마다 결점을 덮으려다 보니 오히려 더 부각되기도 했다.

  배우가 되기 전에는 알지도 못했던 것들이 다 콤플렉스가 됐고 새로운 콤플렉스도 만들어졌다. 그때 나는 참 못났었다. 그토록 좋은 날, 그토록 예쁜 날, 집안에만 틀어박혀 콤플렉스에 사로잡힌채 아무것도 즐기지 못하고 시간만 축내고 있었다.ㆍㆍㆍㆍㆍㆍ하지만 타인의 시선에 갇혀 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47쪽)

 

또 한가지,

여자라면, 더구나 연예인이라면 십분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너무 솔직하고 담담하게 얘기한다.

나에게는 피터팬 증후군이 약간 있는 듯하다. 아직도 어른이 되고 싶지 않고 여전히 아이처럼 노는 걸 좋아한다.ㆍㆍㆍㆍㆍㆍ시간은 한해, 한해 흐르는데 세월의 속도를 따라가기에 내 마음은 한참 뒤처져 있는 듯하다. 한때는 그 때문에 고민도 많았다. 어른이 돼야 할 나이인데 여전히 아이 같은 속마음이 비어져 나와서 겉으로 내색하지 않기가 어찌나 힘들던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좋은 것도 슬픈 것도 아픈 것도 드러내지 말라고, 어른스럽지 못하니 나이답게 처신하라는 충고는 버겁기만 했다. 진짜 내모습이 아닌데 나를 포장한 채 살아간다면 과연 행복할까.(56~57쪽)

이건 나도 자주 맞닥뜨리는 경험이다.

대학생을 둔 아이의 엄마니까 무엇이든 다 알거라고 생각하지만,

내게도 처음인것도 있고,

낯선것도 있고, 하기 싫은 것도 있다.

 

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속마음을 드러내는 것이,

어른스럽지 못하니 나이답게 처신하라는 어른들의 충고를 이해하지 못할 뿐더러,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예전 같았으면 체면이나 사회적 인식 때문에 내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그녀가 말하는 '포장'이라는 단어와 비슷한 의미의 가식으로 위장하고 살았을 것이다.

 

지금은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내 자신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마음이 시키는대로 하자는 주의이다.

그것이 어른스럽지 못할지라도 본심을 숨겨서 병이 되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는 주의이다.

(단, 여기서 내 마음이 시키는대로에 가치판단은 전제로 하지않는다.)

 

이 책에서 무엇보다 내 마음을 크게 움직인건, 법정 스님의 산문<함부로 인연을 맺지마라>와 관련해서 이다.

연예인이라면 마당발을 자랑하고,

문어발씩 대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을 것 같았는데,

법정스님의 산문을 인용하는 진정한 인연, 진정한 관계맺음을 얘기하는건, 의외였다.

(99~101쪽)

 

언젠가 이곳에서도 얘기한 적이 있는것 같은데,

나 또한 호ㆍ불호가 분명하고 사람을 몹시 가리는 성격이어서,

'스스로 따'시키는 '스ㆍ따'라는둥,

엉뚱한 이름으로 붙여가며 무리에서 떨어지는것을 나름 합리화하고, 자기 최면을 걸었었다.

그러면서 내심 두려웠었던건, 내 자신을 향하여서가 아니라,

하나뿐인 아들이 엄마의 유전자만을 골라 닮아서 사회성이 부족한 아이로 성장할까봐서였는데,

그건 기우였다.

아들은 아빠의 유전자도 절반 물려받으니까 말이다.

 

겹쳐지는 책이 많다는 것은, 성향이 비슷하다는 의미인듯~!

<미 비포 유>에서 언급되었던 것인데,

아무리 말려도 내가 직접 뛰어들어 다쳐본 이후에야 그게 아닌 줄 깨닫는 다는 점에선 닮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경험을 즐긴다는 그녀와 달리, 난 길들여진 것에 연연하고 익숙한 것이 좋다.

 

음~,

나를 한단어로 표현하자면, <고흐, 영혼의 편지>에서 인용한 것처럼, '끈질기다'가 아닐까 싶다.

우리는 꿈을 꾸고,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지만, 꿈이 이루어졌을때는 더 이상 꿈이 아니듯이 말이다.

ㆍㆍㆍㆍㆍㆍ사물의 핵심에 도달하려면 오랫동안 열심히 일해야 한다.ㆍㆍㆍㆍㆍㆍ이 야망은 그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원한이 아니라 사랑에서 나왔고, 열정이 아니라 평온한 느낌에 기반을 두고 있다.ㆍㆍㆍㆍㆍㆍ예술은 끈질긴 작업, 다른 모든 것을 무시한 작업, 지속적인 관찰을 필요로 한다. '끈질기다'는 표현은 일차적으로 쉼 없는 노동을 뜻하지만, 다른 사람의 말에 휩쓸려 자신의 견해를 포기하지 않는 것도 포함한다.

 

이 책이 좋은 것은,

이보영처럼 예쁜 여자도 타인과의 관계에서보대끼고,콤플렉스를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이었고,

그렇다고 하여 체념하거나 퍼질러 주저앉거나 하지 않고,

어떻게든 사람들과 어울려 함께 살아가기 위해,

어제보다 오늘, 눈곱 만큼 좀더 나은 내일을 살아가기 위해,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고 반성을 하고,

그렇게 그렇게 위로받으며 성장한다는 것이고,

그 매개로 책을 읽고, 독서기록을 한다는 것이다.

그녀의 그런 위로와 성장들을 엿볼 수 있어서

오늘 난 참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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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02 08: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05 13: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15-07-02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V를 안봐서 지성도 이보영도 다 모릅니다만,
양철님의 글은 늘 재밌고 좋아요!
저는 늘 책을 통해 인생에서 가보지 못한 길을 대리체험하고 있다고 여깁니다.
여유가 많다면 좀 더 많은 길을 책을 통해 가볼 수 있을 텐데,
늘 바쁘기만 한 일상이 안타깝네요.

양철나무꾼 2015-07-05 13:22   좋아요 0 | URL
감은빛 님께서 이렇게 칭찬해 주시니 좋은걸요, 헤에~^^
특히 글을 잘 쓴다는 것보다 재밌다는 것이 전 더 좋아여~.

길이란게 그런 것 같아요.
가보지 못한 길을 여러곳, 다니는 것도 좋겠지만,
한군데 길을 구석구석 잘 살피는 것도 한 방법이니까요~^^
어느게 옳다, 정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