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역사 e 3 - 세상을 깨우는 시대의 기록 역사 ⓔ 3
EBS 역사채널ⓔ 지음 / 북하우스 / 201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된건,

한 나라의 역사도 그렇고,

개인의 삶도 그렇고,

부분은 전체를 대표한다는 프랙탈이론의 그것마냥,

모든게 일정한 패턴을 그린다는걸 깨닫게 되고 나서이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를 가만히 돌이켜보게 된다는 것은, 

일정한 주기로 반복해온, 내가 속해 있는 나라의 과거를 돌이켜보고 미래를 예측해보게 된다는 의미일터,

스케일의 차이는 있겠지만,

맨날 그날이 그날 같은 것이, 도돌이처럼 보이지만,

일정한 패턴을 그리면서도 눈곱만큼씩 변하는데,

그 변화가 나은 방향으로의 그것이었고, 그래야 하겠다는걸 깨달아가는 과정이라 하겠다.

 

그동안 나는 역사를 재미없어 했었는데,

그 이유가 역사라는 것은 유적이나 기록으로 미루어 알 수 있는 것인데,

유적도 그러하지만, 기록이라는 것도 마찬가지로,

당대의 권력자들과 함께 가는 특성이 있어서 왜곡되거나 과장된 채로 전해져 오는 것이어서 진의를 알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역사라는 것이,

프랙탈이론 마냥, 자기유사성을 띠면서 되풀이 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자,

역사를 돌이켜보고 되짚어보다보면,

어느 부분에서 어떻게 왜곡되거나 과장되었는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 된다는걸 알게 되자,

역사가 재미있어졌다.

교과서에 등장하는 역사는 왕조의 기록이다. 당대를 알기 위해선 사료에 기록된 내용을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게만 역사를 바라봐서는 당시의 숨결을 그대로 느낄 수 없다. 기록 사이사이, 그 행간에서 숨 쉬며 살았던, 우리가 발 딛고 있는 거리를 정처 없이 걸어다녔던 민낯의 선조들을 제대로 만날 수 없다. 역사를 가장 잘 이해하고 느낄 수 있는 방법은, 타임머신을 타고 이동해서 당시의 사람들과 함께 생활한다고 상상해보는 것이다.(6쪽)

기록 사이사이, 그 행간에 숨쉬며 살았던 우리 선조들의 민낯을 만난다는 것은,

왕조의 기록인 역사라기 보다는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는 옛이야기에 가까운 것이고,

그렇게 선조들 개개인의 삶을 확장시켜 나가다보면 그게 역사라고 부를 수 있는 것들이 되는 셈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닫게 된 것들이 있다.

역사에 대해 그동안 내가 갖고 있던 생각들,

사관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의 그런 역사관은 내가 아는 만큼만 되풀이된다는 것이다.

내가 독선적이고 편협한 역사관을 가지고 있으면,

'부분을 전체를 대표한다'는 프랙탈이론에 근거하더라도,

딱 그만큼의 생각들을 펼쳐놓을 수 있는 것이다.

 

그 일례로 생각해 볼 수 있는게, 초딩시절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던 '단일민족'이라는 단어다.

단일민족이라는 것이 그리 내세울만한 자랑거리가 아니란걸 깨닫게 된 것도 어른이 되고 나서였지만,

그나마 우리민족이 단일한 혈통인지 아닌지 의심하게 만드는 사건들이 아주 오래전으로 올라가서부터 있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짐작하게 되었다.

혈통이라는 것이 인재를 구별하는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었던 것도 아니고,

영조 때를 보면, 왕위를 놓고는 부자지간도 암암리에 암투가 있었던 것을 볼때,

혈통에 근거한 신분제, 그리고 단일민족이라는 것에 그렇게 얽매였다는 건 일종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통로로 열어 놓은 것이 '과거제도'인데,

 이마저도 제한적이어서,

'경국대전'에서는 서얼 외에도 역적의 자손이나 뇌물을 받은 관리의 자손, 재가한 여자의 자손은 과거시험을 절대 볼 수 없도록 제한했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 책에 나오는 내용은 아닌데, 퇴계는 아무래도 비범한 인물이 틀림없다.

아들이 일찍 죽자 며느리를 몰래 앞장 서서 재가시켰단다.

그때의 풍습으로 미루어 봤을때는 아들이 죽고 며느리가 집안을 잘 일구고 혼자 수절하면 열녀문을 짓는 그런 세상이었을텐데 말이다.

 

이건 오늘날에는 다문화사회라는 개념으로 우리생활 속으로 파고들어와 있는 것 같다.

이 책에서는 '오리엔탈리즘'이라는 어려운 말로 표현하고 있다.

서양에서 동양을 얕잡아보는 것처럼 우리 역시 우월한 입장에서 동남아나 아프리카 등 약소국의 이주민들을 바라보게 되는 걸 그렇게 얘기한단다.

이러저러한 이유와 그로 인한 망명, 귀화를 설명하는 예도 보인다.

"나는 사람이 사람을 지배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하려고 한다. 조선 문제는 결코 조선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 평화의 문제다. 이 강연을 압박하는 것은 조선 문제만을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평화를 압박하는 것이다."(305쪽)

 

이 책이 좋은 것은 역사를 인식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우리안에 내재되어 있는 역사의식과 관련된 문제점을 되짚어보고,

해결책을 다함께 강구하려는데 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좋은 것은, 왕 중심의 왕조의 기록을,

우리 같은 일반인 중심의 기록으로 바꾸어 놓았다는데 있다.

왕 중심의 왕조의 기록을 우리 같은 일반인 중심의 기록으로 바꾸어 놓는 방법으로 택한 것이,

기록 사이사이, 그 행간에 숨어있는 문맥의 뜻을 살려내는 방법을 통해서친근감을 갖고 애정하게 된다.

 

시대를 사는 것은 우리지만,

우리가 흠뻑 담굼질하고 살아갈때는 어느쪽으로 치우쳤는지 제대로 판달할 수 없다.

고로 역사를 판단하는 것은 현재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몫이 아니다.

우리는 지금 이 시대, 이 순간을 가열차게 살면 되는 것이고,

판단은 후대의 몫의 남겨두어야 하겠다.

 

그래도 다행인것은 지금은 우리의 외모와 성격들을 사실적으로 남겨둘 수 있으니, 

후대에 제법 정확한 평가를 기대할 수 있겠다는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300년전만 하더라도 왕의 그것 또한 자세히 기록되지 않았었다.

일례로 세종 같은 경우만 하더라도,

어떤 책에서는 육식을 아주 좋아한 임금으로 알려졌었는데,

또 어느 책에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육식을 즐기지 않았다고도 하고,

영조나 사도세자, 정조의 외모와 성격, 건강 상태 따위 등에 대해서도 그렇다.

 

정확한 평가, 자세한 기록은 또 다른 이름의 역사이고,

우리는 그 역사를 읽음으로,

갈팔질팡하는 우리가,

헤매이지 않고 가야할 길을 읽어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5-02-13 17: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2-16 18: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5-02-13 18:21   좋아요 0 | URL
저는 역사를 암기하는 것이 싫었어요. 그 다음으로 싫어하는 것이 역사를 자기 입맛대로 해석하는 거요. ^^

양철나무꾼 2015-02-16 18:20   좋아요 0 | URL
사관이나, 관점이라는 거...
나로부터냐, 나로말미암음이냐 겠죠?
그래도, 내 인생은 내 입맛대로 살고 싶어요, ㅋㅋ~.